십자가 중심의 복음: 마가복음 통해 보는 복음전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심플리 리뷰] <예수 왕의 복음>이 던진 질문: 결단보다 제자화

「Simply Bible」 저자인 신성관 목사님이 ‘심플리(Simply) 리뷰’라는 이름으로 서평을 연재합니다. 지난 11일 첫 편으로 스캇 맥나이트의 <예수 왕의 복음>을 소개했으며, 이번에는 책이 던진 질문에 논의를 진전시키고자 합니다. 책의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식을 사용하는 ‘신개념 리뷰’,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심플리 리뷰’ 첫 편인 스캇 맥나이트의 <예수 왕의 복음>을 통해, 복음은 구원의 방법론이 아니라 예수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는 점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복음서, 특히 마가복음을 통해 ‘복음’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 왜 마가복음인가(?)를 설명하겠다.

공관복음 중 마가복음을 선택한 이유는 대부분 학자들이 마가복음을 처음 쓰인 복음서로 말하고, 마가복음 661절 중 601절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은 마가복음 내용 중 90% 정도를, 누가복음은 50% 이상을 담고 있다. 마가복음 88 단락(pericopae units) 중 마태·누가복음에 없는 것은 서너 개밖에 안 된다. 이처럼 마가복음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실은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공관복음의 세부 주제들과 특징은 나뉠 수 있지만, 마가복음의 중심 주제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도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음서 중 다른 복음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마가복음을 통해, ‘복음’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마가복음의 전개 방식을 통해 파악해 보겠다.

마가복음의 구조는 학자들이 상당한 견해 일치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는 의견 차이가 크다. 우리는 대부분 학자들이 말하듯,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관찰하겠다. 첫 부분은 예수님의 강력한 사역, 특히 제자들을 모으시고 능력의 일들로 군중들을 놀라게 하는 사역을 강조하기 위해 행동에 이야기가 집중된다. 두 번째 부분은 가이사랴 빌립보로 가는 길에서 베드로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 후(8:27-30), 갑자기 다가올 고난과 죽음에 대해 가르치시는 이야기와, 십자가 처형, 그리고 부활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마가복음 전체 이야기 흐름을 도식으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마가복음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막 1:1)”이라는 표제로 시작된다. 예수의 정체를 선포하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자 그리스도라는 점이다. 이야기는 세례를 지나 예수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4:11), 두려워하며 믿음이 없고(4:40), 떡의 양을 늘려서 무리를 먹인 것이 뜻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는 등(6:52), ‘제자들의 깨닫지 못함’ 패턴이 계속된다(8:14-21).

특히 8장 22-26절 말씀에서는 맹인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 치유 사건은 일반적이지 않다. 첫 번째 안수하신 후 맹인의 반응은 완전한 치유가 아니었다.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가는…(24절)”이라 대답한다. 그리고 두 번째 안수 후 밝히 보게 된다. 예수님의 치유사역에 실수(?)가 일어난 것일까? 이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대한 설명은 잠시 보류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다음 이야기는 예수님 자신의 정체에 대한 질문과 베드로의 고백이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27)”,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매(29)”. 베드로의 이 고백은 다른 복음서에 나타나 있듯 중요하고 옳은 고백이다. 그리고 첫 표제에 등장한 예수의 정체를 정확히 이야기한 고백이다. 그러나 곧이어 예수님께서 고난 받음과 죽음과 부활을 가르치자, 베드로는 그를 붙들고 항변한다(32). 베드로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했으나, 그가 어떤 그리스도인지는 잘 몰랐던 것이다.

사실 이 ‘베드로의 고백’ 후의 모습은 예수님께 호통을 당하지만, 1세기의 유대인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 모른다. 1세기 유대인들은 바벨론 포로 이래 로마의 통치 아래 있는 당시 상황을 포로기의 연속이라 생각했다. 자신들이 기다리는 구원자는 실제로 정치·군사적 구원을 가져다 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잠시 미뤄놓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사건은 마치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보이긴 보이나 뿌옇듯, 예수님에 대해 옳은 고백을 했음에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맹인 치료 사건을 통해 말씀하시는 듯하다는 것이다.

즉 8장에서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 전후의 사건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중간의 질문인 것이다. 8장을 기준으로 앞부분은 대부분 치유와 기적, 체험으로만 이해된 ‘반쪽짜리 예수’였고, 베드로의 고백 이후 나머지 반쪽의 빈 공간을 채워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이야기는 예수께서 고난을 예고하시고(9:31, 10:32-34), 오해를 반복하며(9:33-34, 10:35-41), 그 오해에 대해 예수께서 교정하시고(9:35-37, 10:42-45), 클라이맥스로 예수께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를 향해 섰던 백부장의 고백으로 예수의 정체성이 밝혀진다: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15:39)”. 즉 예수의 정체는 그의 죽음 이후에야 정확히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마가복음의 이야기 전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마가복음의 전개 방식을 대략 살펴보았다. 물론 표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마가복음의 전개 방식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복음’이다. 그 복음은 바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백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에서, 어떤 그리스도를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아마 마가는 예수의 일생과 제자들의 삶 속에 나타난 예수의 영광과 십자가의 중심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 진리의 균형을 마가복음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가복음이 말하는 ‘복음’이다.

우리는 ‘복음’, 즉 예수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가?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복음전도와 사랑에 빠져 있다. 이러한 부흥운동은 한국교회의 가파른 성장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우리가 전하는 복음의 목표가 ‘구원인가, 아니면 예수에 대해 전하고 있는가?’를 질문해 본다. 물론 예수를 통해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결단을 목표로 한 전도 방식은 예수에 대한 몰이해를 부를 수 있다. 마치 처음 안수를 받고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보이는 그리스도인들을 양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많은 기독교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공통된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다. “구원 받으셨나요?”, “어떻게 받으셨죠?” 그러면 모두 한결같이 신앙을 고백한다. “예수를 믿어서요”. 이것은 마치 공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다. “정확히 무엇을 믿나요?” 이 질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 우리의 예수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된다.

물론 이것이 모든 성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교회 전체의 모습 또한 아닐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복음전도 후 그리스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방치돼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교회의 복음전도 방식이 바뀔 때가 됐다. 결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제자 삼기를 목표로 하는 복음전도로 돌아서야 한다.

▲신성관 목사.
▲신성관 목사.

복음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

①십자가 중심성: 십자가 죽음을 중심으로 한 예수에 대한 이해의 변화
②제자들의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 1세기 유대인들의 그리스도(메시야) 대망 이해
③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1세기 유대교는 메시야에 대한 해석이 다양했다.

신성관 목사는 성결대 Ph.D 신약학 재학 중이며,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읽는 성경개관’, ‘하나님 나라 복음’ 등을 주제로 전국에서 강연 중이다.
강의 문의: artofchrist@hanmail.net

/신성관 목사(<심플리 바이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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