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 계획 철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진정한 평화 위해 양보… 남북 관계 발전의 계기 되길”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오른쪽)과 홍재철 직전 대표회장(왼쪽)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오른쪽)과 홍재철 직전 대표회장(왼쪽)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애기봉 등탑 자리에 ‘성탄트리’를 설치할 예정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가 이를 철회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등탑건립추진위원장 홍재철 목사는 18일 오후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 도라지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기총은 남북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면서 순수한 동기로 성탄트리를 세우려 했으나, 많은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며 “홍 위원장님과 많은 숙고와 의논 끝에 트리 건립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회장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평화인데, 진정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트리 설치에 대해 어떻게 결정하고 입장을 표명할지 숙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이나 외부와의 협의는 전혀 없었으며, 여론과 남북관계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우리의 양보가, 남북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한기총이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애기봉 등탑 재건립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애기봉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김포시 측과 보조를 맞춰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재철 목사는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홍 목사는 “한기총의 순수한 동기에도 남북 간 갈등이 조장되고, 내부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등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고 일부 급진 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며 “한기총은 평화의 왕이요 화해와 용서를 위해 오신 주님의 섬김을 본받아,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설치하거나 점등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더 이상 애기봉 등탑을 두고 다투거나 반목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입장문에서는 “한기총은 처음부터 순수하게 평화와 사랑을 위한 기독교 행사로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를) 이해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는 지난달 14일 ‘애기봉 등탑 기도회’에서도 강조했던 것”이라며 “애기봉 등탑은 6·25 전쟁 직후부터 남북간 평화를 상징해 왔지, 갈등과 대립의 상징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애기봉 크리스마스 트리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오해가 있었지만, 애기봉 등탑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 것은 매년 지속해 왔던 평화기원 행사이고 노무현 정부 때 대북 심리전에 사용되던 모든 장비들이 남북합의 하에 철거됐을 때도 애기봉 등탑만은 그대로 유지했었다”며 “하지만 트리 점등에 대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북한을 자극하는 행사로 치부해 보수-진보의 대결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애기봉 등탑은 1953년 한국전쟁 당시 한 병사가 크리스마스 때 평화를 기원하면서 세운 성탄트리가 유래가 됐고, 얼마 전 철거된 30m짜리 등탑이 세워졌다”며 “크리스마스는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성경 구절처럼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고 평화의 상징이 된 날이고, 제1차 세계대전 중에도 적대국이던 영국과 독일이 전투를 중지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하루 휴전을 선포한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은 한기총이 주최하는 ‘2014 대한민국 기독교의 밤’ 행사에 앞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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