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에 얽힌 해묵은 편견 걷어내기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우종학 | IVP | 262쪽 | 13,000원
기독교인들에게 ‘창조-진화’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 같다. ‘학교’와 ‘교회’의 가르침이 가장 선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인 데다, 그 이분법적 구도로 인해 ‘제로섬 게임’이 되어 한 사람의 세계관 자체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리처드 도킨스 등 ‘새로운 무신론자들(New Atheists)’은 창조론과 유신론에 대한 호전적·적극적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안티기독교인들의 합세와 한국교회의 잇따른 추문으로 이러한 공격에는 힘이 실리는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의 저자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가 출간 5년 반 만에 해당 도서의 확대개정판을 내놓았다.
교회 등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복음주의 크리스천 과학자’인 저자는 5년 전 펴낸 책의 내용 전반을 새롭게 다듬었으며, 창세기 1장의 해석에 관한 이슈를 담은 10장 ‘창조 기사 이해하기’와 11장 ‘책을 마감하며- 진화 창조론 이해하기’를 추가했다.
저자는 기자와 크리스천 과학자의 가상 대담을 연출하면서 ‘과학과 신앙에 얽힌 해묵은 편견들 걷어내기’를 시도한다. 과학이 비록 ‘진화’를 이야기하지만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과학 그 자체는 중립적으로, 신앙에 영향을 미치거나 신앙과 겹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진화’에 있어서도,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단순한 ‘진화’ 뿐 아니라 그 인과관계를 밝히는 ‘진화 이론’과 이를 무신론적으로 해석한 ‘진화주의’의 차이점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주장은 ‘진화주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창조과학과 지적설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비판하고 있다.
인과관계가 완벽하게 설명된다 해서 신(하나님)이 존재하지 않으리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당연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자연현상 자체도 신의 영역에 해당하고, 그 자연현상이 유지되는 데도 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하나님을 ‘마술사’처럼 여기고 ‘초자연적 현상’만을 구하고 바라는 크리스천들에게 주는 울림이 있다.
물론 그러한 자연현상의 인과관계가 ‘진화’에도 적용된다는 주장, 진화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고 이를 신이 주관하셨을 수도 있다는 입장에는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한쪽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들에 대한 토론과 논의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성숙해지며 하나님의 창조가 더욱 위대하게 드러나 복음의 진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크리스천들이 과학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을 회피하거나 외면할 것이 아니라,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진화’를 총지휘하신 하나님을 지켜봄으로써, 하나님의 창조를 ‘기적’이라는 방법에 제한하지 말자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