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와 선교 역사에서 2014년은 매우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 해에 여러 선교대회와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한국 기독교와 한국 선교를 적나라하게 살펴보고, 그 문제와 해결책을 내어놓은 한 해였기 때문이었다. 한국교회의 퇴조 현상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면서 한국교회의 부흥과 헌신의 열매인 한국 선교계는 각성할 수밖에 없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세월호 사태는 한국사회 전반의 적폐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직시하게 만들었고, 한국 기독교인들은 교계와 선교계에 누적된 폐단들을 확인하게 되었다.
1. 2014 선교대회의 흐름과 성과
5월 27-28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14 세계한인동원선교대회”는 “2014 세계선교대회” 출정식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선교적 첨병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선교와 전략과 열매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7월 12-16일에 ACTS29 비전빌리지에서 열린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2014 NCOWE VI)와 제1차 권역별 연합 선교전략회의는 “선교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의 위기와 한국 자신학화와 자선교학화 정립”이라는 주제를 통해 한국교회와 선교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한국 신학과 한국 선교학의 자신학화와 자선교학화의 미정립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두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후속대회 성격을 갖는 다른 두 대회가 이어졌다. 하나는 9월 29-30일에 분당의 할렐루야 교회에서 열린 “선교 관점에서 본 한국사회와 교회변혁 토론회”였고, 다른 하나는 1월 27-28일에 가평의 생명의빛예수마을에서 “한국선교계의 폐단 분석과 대안 마련”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3회 한국 선교지도자 포럼이었다. 9월 대회가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면서 그 해결책을 논의한 대회였다면, 1월 대회는 한국 선교계의 문제 분석과 그 해결책을 내어놓는 대회였다.
2014년 네 차례의 선교대회는 “변혁한국선교”(Transforming Korea Mision)라는 큰 주제에서 이뤄진 것이었고, 그 핵심에는 자신학으로서 한국신학과 자선교학으로의 한국 선교학 정립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러한 대회들을 치르면서 많은 목회자, 선교사, 신학자, 선교학자의 논문과 발표와 토론을 통해서 한국 신학과 한국 선교학의 모델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다음과 같이 얻게 되었다.
2. 한국 교회사 속에 나타난 한국신학화 작업과 그 의의
한국 교회는 그 동안 한국 신학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 기독교의 좋은 신앙적 전통과 문화가 사실은 한국 교회의 한국 신학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교회의 성미제도, 새벽기도, 통성기도, 심방목회, 구역예배, 아버지학교, 어머니 기도모임, 성시화운동, 코스타, 코리안디아스포라 선교 등이 바로 그러한 좋은 사례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그 동안 유교적, 불교적, 샤머니즘적 영향이 한국 자신학화에 중요한 요소들임을 알았고, 그에 대해 나름 성공적으로 적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한국교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유교적, 불교적, 샤머니즘적인 부정적 영향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주는 긍정적인 면까지 다 무시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유교적 영향으로 인해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청렴결백을 강조하게 된 것이나, 신자들이 보다 나은 미래 사회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 것은 긍정적인 면이 될 것이다. 불교의 영향으로 사역자가 물질을 탐하기보다는 가급적 무소유의 정신을 갖고 싶어하는 것과 모든 신자들이 세상적인 것들이 결국은 무상한 것임을 알게 되는 것도 좋은 면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샤머니즘적 영향으로 한국 교회 예배와 기도에서 정성과 열정적인 감성을 중시하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 될 것이다.
한국 교회의 부흥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다른 편으로 보면 하나님께서 한국인의 특징과 한국 교회가 갖고 있는 장점도 사용하셨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열심, 위기와 고난 중에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 등이 한국 신학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기독교는 사실상 처음부터 한국 신학을 정립해 보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들어온 학자들이 나오기 전에도 한국 나름의 신학화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유영모와 그의 제자 함석헌과 같은 사람들은 한학 관점에서 성경 해석을 해보려는 창의적인 해석 시도가 있었고,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일제 강점기 때에도 독립운동과 사회변혁운동 등에서 강하게 드러났었기 때문이다.
3. 한국 신학의 세 가지 모델 정립 모색
우리는 누가복음 24장에 나타난 예수님의 복음 정리를 통해서 한국 신학이 나아가야 할 성경적인 방향성에 주목하였다. 수많은 연구모임과 토론을 통해 우리들의 선교대회의 목적이 주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그의 제자들에게 명하신 3가지 신학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또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같이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제삼일에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것과 또 그의 이름으로 죄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모든 족속에게 전파될 것이 기록되었으니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눅 24:46-47)
상기 구절에서 우리 모든 문화권에 적용될 수 있는 초문화신학 또는 메타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로, 예수님은 성경의 주체가 자신이며(요 5:39), 자신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그의 복음의 핵심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를 “십자가와 부활의 신학”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둘째로, 죄 고백과 회개를 통한 구원이 복음의 내용이며, 가장 근본적인 인생 위기인 죄를 해결하는 변혁의 방법을 회개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를 “죄와 회개의 신학”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셋째로, 주님은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한 민족(이스라엘)을 그리스도에게로 이끄는 민족복음화신학과 모든 족속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하는 세계선교신학을 언급하셨다. 이를 “한민족 복음화와 세계선교 신학”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상의 3가지 초문화성격의 신학을 한국 교회사 속에 나타난 현상신학, 즉 한국신학의 3가지 모델을 다음과 같이 모색하였다.
1) 고난을 동반하는 복의 신학
제6차 세계선교전략회의에서 있었던 “영성신학”에 대한 발표와 이해는, 한국신학에 있었던 고난과 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산신학은 조용기 목사 개인의 고난과 고통이 연결되어 있고, 그것에서 벗어나서 하나님의 복을 누리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우리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하나님의 복을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에 연결시키는 데에까지 나아가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어느 민족 어떤 사람이나 복을 희구하지만, 한국 민족 만큼 복을 중시하는 민족도 흔치 않을 것이다. 복을 희구하는 측면은 자칫하면 기복적인 형태를 띠기 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진정한 복인 구원, 하나님과의 영원한 교제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주시는 각종 복들과 연결되는 것이 하나의 축이고, 그것에 십자가의 고난을 동반시키는 것이 다른 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적합한 하나의 신학으로 “고난을 동반하는 복의 신학”을 제시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신학은 복을 중시하고 유난히 고난과 한이 많았던 한국인에게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적 토양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바로 기복신학을 넘어선 고난, 즉 십자가와 함께 하는 복의 신학이어야 할 것으로 정리하였다.
2) 위기와 변혁의 신학
한국교회는 한국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 위기를 변혁의 기회로 삼아 그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앞장서 왔음을 알 수 있다.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왔을 때 한국은 열강의 침략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해 있었고, 사회는 술과 도박으로 병들어 희망도 없는 무기력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개신교는 그러한 한국사회에 사회개혁운동,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문맹을 타파하기 위한 수많은 기독학교 설립과 각종 사회변혁운동 등을 통해서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가나안농군학교와 성시화운동 같은 여러 변혁운동들이 한국사회 변혁에 초석이 되어왔었다.
우리는 이 역사적 사례들을 NCOWE 5차 리서치 때 ‘한국 개신교 125년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행적 찾기’를 통해서 이미 확인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인간의 최대의 위기는 죄가 인생에게 주는 파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회개를 통해 하나님께 돌아갈 수 있는 변혁적 해법이 있음을 예수님이 적시하셨다. 우리는 한민족 속에, 그리고 한국인 속에 나타난 수많은 위기 속에서 한국교회가 이 사회를 변혁시킨 사례를 수없이 확인하였다. 또한 개인에게, 사회에, 국가에 주어지는 위기를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 변혁의 기회로 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기와 변혁의 신학일 것으로 인식하였다.
3) 세계선교를 수반하는 민족복음화신학
한국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빠른 선교사역 신장을 보여주었다. 기독교 역사 130년 만에, 그리고 본격적인 선교 시작 30년 만에 2만 5천명 이상의 선교사를 파송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김준곤 목사를 비롯한 한국 교회 신앙의 선각자들의 민족 복음화 비전이 그 다음 여러 지도자들에게 전수되고, 그것이 다시 여러 교회들과 단체들을 통해서 국내에서 성취되더니, 그것이 세계선교로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 흩어진 8백여 만의 디아스포라 한인들이 교회를 세우고, 그 교회들이 세계 곳곳에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죄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으로 시작하여 그 나라를 넘어 온 세계에 퍼졌던 것처럼, 그 복음은 한국에 들어와 한민족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그 민족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민족들에게까지 전달되는 복음의 세계화가 이뤄져 왔던 것이다. 그러한 민족복음화운동은 지금도 성시화운동, 사회변혁운동 등을 통해서 계속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였다.
지난 130년간의 한국교회사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국신학은, 민족복음화를 통한 세계선교, 땅끝선교신학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이것을 주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의 세 번째 핵심적인 내용인 세계선교를 수반하고 있는, 한국의 민족복음화신학으로 정리하였다.
2014.12.24.
KWMA 총무단 및 정책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