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기독 출판계 결산] (3·끝) 오늘 한국교회를 향하여
2014년 도서 결산을 마무리하면서, 본지 북스팀은 다소 늦었지만 ‘2014년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했다. 2014년 1-11월 발간된 도서들 중 오늘날 한국 교계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고, 대중과 전문가들의 인정도 받은 국내·외 저자 5권씩이다. 오래 걸린 만큼,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어린이·청소년 부문에서 2권을 더 선정했다. 이 ‘선택’은 다른 책들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해 기독 출판계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2015년에는 양서들이 더 많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펴서 읽으라, 그에 대해 말하기 전에
칼 바르트
에버하르트 부쉬 | 복있는사람 | 936쪽 | 42,000원
칼 바르트는 세계적으로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 불리지만, 한국 신학계에서는 ‘넘어야 할 산’ 또는 ‘가로막힌 벽’이다. 지나치게 신화화되거나 폄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이든 칭송이든,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전기는 바르트 사상의 다양함과 풍요로움을 전하는데, 특히 그의 치열한 학문연구 자세가 보인다. 저자는 그의 마지막 조교로서, 편지와 회고록 등을 기초로 스승의 삶을 꼼꼼하게 복원했다. 최근 인물이기에 자료가 많았고, 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12가지 키워드로 ‘예수님’ 제대로 알기
WHY JESUS 왜 예수인가
조정민 | 두란노 | 304쪽 | 13,000원
2년 전 출판사도, 제목의 형식도 비슷한 ‘not a fan 팬인가 제자인가’ 이후, 신앙의 본질과 ‘래디컬’을 강조하는 해외 도서들이 쏟아졌다. 언론인 출신 목회자인 저자도 이들처럼 12가지 기독교의 핵심 단어들을 통해 ‘왜 예수인가’를 찾아 나섰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진리에 대한 갈급함’, 그때 예수님을 만나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믿을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고통의 바다, 그 심연에서 들려오는…
고통과 씨름하다
토마스 G. 롱 | 새물결플러스 | 256쪽 | 12,000원
2014년 대한민국은 ‘세월호’를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일부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의 침묵’에 항변했다. 거기에 수습을 위해 발탁된 총리후보자의 3년 전 ‘교회 강연’은 ‘하나님의 뜻’ 논란을 불러왔다. 그래서 ‘바로 이 책’이다.
악과 고난에 대한 ‘정답’을 단언하지 않고, 어루만지고 함께 ‘성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딱딱한 ‘신정론’을 말하지만 제목부터 위로가 되며, 읽다 보면 ‘에서’와 ‘욥’이 뒤섞여 떠오르기도 한다. 형식적으로도 한 편의 ‘레퀴엠’을 듣는 느낌.
그리스도인들 위한, ‘손이 가는’ 주석
사무엘상
김구원 | 홍성사 | 652쪽 | 20,000원
신학도 그러하지만, 성경 읽기와 해석도 ‘그들’의 시각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지금, 여기’에서의 성경 읽기는 주로 큐티를 통해 이뤄져 왔지만, 점점 그 한계와 바닥이 드러나면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나친 논쟁을 지양하고 본문에 집중한 이 성경주석은 대중성에 적절한 전문성을 가미하면서, 책장을 장식하는 ‘비치용’이 아닌 손이 가는 ‘실전용’으로 탄생했다. ‘그리스도인을 위한 통독 주석 시리즈’라는 취지 그대로 계속되길.
드디어 나왔다, 성경주석계의 ‘끝판왕’
ESV 스터디바이블
크로스웨이 편찬팀 | 부흥과개혁사 | 2,856쪽 | 110,000원
올해 나온 여러 ‘벽돌책’들 중 그야말로 ‘극강’의 부피를 자랑하는 이 책이 드디어 나왔다. 성경 개관·배경사와 각 성경 주석은 물론, 교리와 윤리, 이단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종합 끝판왕. 분량 만큼 출판사의 노고가 컸고, 그 덕분인지 목회자·신학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본지 서평가들에게서 “검증된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해설이 담긴 스터디 바이블(신성관 목사)”,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본문을 이해하고자 할 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하고 충실한 주석성경(이정규 강도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통의 언어 속 캐낸, 초월 위한 디딤돌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이어령 | 포이에마 | 360쪽 | 15,000원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은 회심 후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줄곧 홀로 광야에 서서, ‘영성’에 대해 외치고 있다. 이번에 그가 ‘초월의 세계를 전하는 통로’로 택한 것은 이전처럼 ‘체험’과 ‘사유’가 아니라, 그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문학, 그 중에서도 시공을 초월한 소설 5편이다.
우리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속 ‘대심문관’에서 ‘신성모독’을 골라내려 혈안이지만, 그는 도리어 ‘파 한 뿌리’에서도 과학이 말할 수 없는 ‘신의 흔적’을 캐낸다. 이처럼 그에게 영성이란 칠흑 같은 어둠 속 밀폐된 공간에서 만난 실낱 같은 한 줄기 빛과 바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다원주의’ 운운하며 멀리하는 <파이 이야기>에서도, 생명과 사랑이 묻어나는 언어를 발견해 낸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합작한 선교훈련서
글로벌 미션 핸드북
스티브 호크, 빌 테일러, 한철호 | IVP | 388쪽 | 22,000원
<퍼스펙티브스(전 2권)>가 ‘기초반’이라면, 이 책은 ‘심화반’이다. 타문화권 선교 준비에 있어 고려할 요소들을 빠짐없이 담았다. 선교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해 일어날 긴 여정이므로, 책을 통해 어느 곳에서든 ‘선교적 삶’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많은 해외 선교사들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에 나섰지만, 이 책이 눈에 띄는 이유는 한국의 선교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원 저자들과 협력하면서 내용상의 ‘상황화·현지화·조화’를 이뤄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찬송가 예찬
오래된 영원 찬송가
민호기 | 죠이선교회 | 192쪽 | 12,000원
현재 한국 교계에서 ‘찬송가’란, 쓰라린 이름이다. 찬송가를 둘러싼 갈등은 온갖 이권과 아집과 독선의 다른 이름이자, 한국교회의 각종 문제들이 뒤섞인 ‘상징’이다. 그래서인지 찬송가는 예전처럼 많은 곳에서 불리지도 않고, ‘새 노래’들에 자리를 상당히 내어준 상태.
그런 ‘찬송가’의 잊힌 가치를 끄집어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그것의 대척점으로 여겨지던 ‘CCM’의 아티스트다. 찬송가를 ‘우리 신앙 최고의 유산’이자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축복’이라 고백하는 저자는, 그간 쌓아온 내공을 ‘하얗게 불태워’ ‘신앙의 향수’를 되살린다. 함께 나온 음반도 아름답다.
‘충격적 회심’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뜻밖의 회심
로자리아 버터필드 | 아바서원 | 296쪽 | 14,000원
동성애는 21세기 한국, 아니 세계교회 최대의 이슈이자 모든 종류의 신학·목회학과 연결된 난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처한 현실에 선입견을 갖지 않고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섬긴 한 목회자로 인해 그 ‘난제’가 해결되는 모습은, 동성애와 관련해 극도로 갈라진 양 진영 모두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책이 제목처럼 ‘뜻밖’인 점은 또 있다. 좌파 레즈비언 교수의 ‘충격적인’ 회심기는 책의 절반 정도에서 끝나고,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결혼과 입양, 홈스쿨링과 사모 사역 등 ‘그 이후’의 ‘평범한 삶’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직장, 두 기둥 세우려는 30대에게
서른통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240쪽 | 12,000원
청년들은 한국교회에서 ‘돌쇠’처럼 취급받기 일쑤다. 끊임없는 헌신과 결단을 요구받지만, 요즘 유행하는 ‘힐링’조차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흐름은 결혼과 출산과 육아, 취업과 직장생활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30대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30대의 육체적 피곤 외에도 ‘앎과 삶의 괴리에서 오는 고민’들을 간파하고, 원론적이고 ‘뻔한 정답’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살뜰하게 제시한다. 스테디셀러 <게으름> 이후 다소 학문적이던 흐름에서 빠져나와, 폭넓은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모습.
◈어린이
믿음튼튼 개념쑥쑥 시리즈
윤아해 | 생명의말씀사 | 전 10권 | 각 권 8,500원
여태까지 이런 기독교 어린이 도서는 없었다. 사물과 세상의 구체적인 개념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유아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한 ‘개념책’ 시리즈. 순서, 모양, 자연, 시간, 반대, 위치, 신체, 가치, 감정, 날씨 등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을, 노아와 아브라함, 다윗과 예수님, 베드로의 스토리에 가미했다. 그림도 괜찮은 보드북.
예수(스탠드북)
배현석·이상은 | 홍성사 | 120쪽 | 39,000원
탄생부터 공생애와 십자가, 그리고 부활·승천까지, 사복음서 예수님 이야기를 58장의 그림에 담아, ‘스탠드북’ 형태로 만들어 세워두고 페이지를 넘겨가며 어린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큼직한 크기로 그룹 모임도 가능하고, 특히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선교지에서 효과적이다. 왠지 정이 가는 그림들은 한국인의 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후보작들
-전도의 유산(김선일, SFC):
21세기형 전도, 기독교 역사에서 찾다
-광장에 선 기독교(미로슬라브 볼프, IVP):
신앙은 타협 없이, 삶은 더불어 함께
-탕자의 정신사(미야타 미츠오, 홍성사):
성경 속 작은 이야기가 펼쳐간 2천년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마이클 고먼, 새물결플러스):
성경의 마지막 책, 교회의 첫 번째 책
-디트리히 본회퍼(에버하르트 베트게, 복있는사람):
39세에 순교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
-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로버트 윌켄, 복있는사람):
신학교도 없던 시절, 초기 선배들의 ‘신학’
-선교학 사전(스캇 모로우 外, CLC):
학자 330여명이 쓴 ‘선교의 모든 것’
-오감으로 성경 읽기(김동문, 포이에마):
시공을 초월해, 맡고 맛보며 듣는 성경
-유다(토스카 리, 홍성사):
기독교 문학 분야, 좀 더 활성화 되길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배요한, IVP):
‘지피지기=백전백승’인데, 우린 왜…
-와글와글 그림성경(안토니 슈나이더, 토기장이주니어):
한 그림 속 여러 이야기, 창의력도 쑥쑥
-더러운 옷(R. C. 스프로울, 주니어지평):
진부한 대신, 진한 감동 전해주는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