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또감사선교교회 최경욱 목사의 ‘선교행전’
이런 교회도 있다. 재정의 80-90%를 선교에 내어놓는 교회. 성도 100%가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 평신도들이 선교의 열정으로 설립한 교회. 미국 LA에 위치한 또감사선교교회가 그런 교회다.
교회가 시작된 계기도 ‘선교’ 때문이었다. 한국에 IMF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선교사들에 대한 지원이 급감해 많은 선교사들이 현지 사역을 포기하고 귀국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LA 지역 한인 성도들이 모여 ‘한국 선교사 후원 헌신예배’를 드렸고, 선교에 비전을 품은 성도 15명이 다시 모여 ‘1년 동안 10억 원(1백만 달러) 선교 후원 모금’과 ‘선교사 그 자리에 그대로’라는 기도제목을 정해 매일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명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회 이름을 ‘감사(Korean American Missionary Support Alliance)’라 정했다. 기도회는 꾸준히 이어졌고, 대부분 LA 다운타운에서 의류업을 하던 그 구성원들은 한인 선교사 500명에게 매달 200-500달러씩을 후원했다. 그러기를 1년, 이들은 후원하던 500명 중 더욱 어려운 형편에 놓인 200명을 더 돕기로 하면서, ‘감사(KAMSA)를 또 한다’는 의미로 ‘또감사기도회’로 확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도회는 교회의 모습을 갖춰 나갔고, 2004년 5월 또감사선교교회가 시작됐다.
교회는 창립예배를 드리던 날, 예산의 70%를 선교에 쓰기로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첫 2년간만 ‘75% 정도’였을 뿐, 이후엔 줄곧 ‘80% 이상’을 선교에 사용한 것이다! 또감사선교교회는 이렇듯 평신도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향한 사랑과 선교의 열정으로 만들어 낸 공동체이다.
최경욱 담임목사가 최근 펴낸 <선교행전>에는 하나님께서 또감사교회를 통해 이루신 지난 10년간의 선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교는 의도적이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음은 필리핀 선교 후 잠시 한국을 찾은 최 목사와의 일문일답.
-책을 낸 동기가 무엇인지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선교를 위해 시작된 교회입니다. 재정의 90% 가까이를 선교에 사용하는데, 거기엔 성도님들의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금은 다 장로님이 되셨지만, 설립 당시 안수집사이던 일곱 분이 바쁘신 가운데서도 각 나라를 맡아 섬겨 주셨습니다. 캄보디아를 맡으신 분은 1년에 여섯 차례나 현지에 가십니다. 10주년을 맞아 이런 성도들을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자랑거리가 될까 봐 염려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면서 저희 교회 이야기를 해 드렸더니, 격려를 많이 받으시더라구요. 본질을 이야기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제하는 가운데 용기를 냈습니다. 이민교회 이야기라 한국에서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원리는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선교는 교회의 한 옵션(option)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본질 아니겠습니까. 영혼 구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도전이 됐으면 합니다.”
-재정을 선교에 90% 가까이 사용하시는데, 성도들은 몇 % 정도 동참하나요.
“100%입니다(웃음). 선교를 매우 강조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 분은 없습니다. 영주권 없는 분들을 빼고는 다 갑니다. 그 분들도 ‘영주권 주시면 선교하겠습니다’ 기도하십니다. 놀라운 사실은 기도해서 응답을 받고, 바로 선교를 떠난다는 것입니다. 저희 선교는 모두 자비량인데도 말입니다. 미국 생활에서 영주권이 없다는 것은 가정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쁩니다.”
-어떤 ‘모델’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또감사선교교회를 섬기기 전, 저는 선교사로 헌신했다가 몸이 아파서 LA로 돌아와, 선교를 위해 1.5세들을 위주로 한 교회를 시작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도 어려웠지만 선교를 위해 많이 투자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의도적이지 않으면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선교가 ‘의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을 세울 때도 선교비에 70%를 사용한다고 하지, 금액을 얼마로 책정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선교에 먼저 사용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도 어려웠지만, 성도 수가 조금씩 늘면서 선교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선교에 집중하니, 다른 열매까지 맺히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모델이 있었다기보다는, 성경에서 모델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사도행전 29장’을 써 나가자는 마음이었는데, 모든 성도님들이 동참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많은 재정을 들여 좋은 건물을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그 돈을 선교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것이, 선교지에 가 보면 교회 건물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정신 아닐까요? 저희가 조금 불편해도, 다른 사람이 좀 더 세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성도님들이 ‘불편함’을 자부심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선교를 위한 불편함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불편함이 나름대로 감사의 제목과 자부심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저희 교회에 와서 세례를 받은 분들이 많고, 가치관이 바뀌고 왜 사업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선교를 통해서입니다. 저는 목사로서 그게 참 감사합니다. 재정만 보내는 게 아니라, 직접 가는 게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그런 모델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모든 교회가 자신의 몸집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선교적 교회’로 바뀐다면 얼마나 신날까요(웃음).”
-성도들과 함께 선교지를 많이 찾으시는 걸로 압니다.
“제자훈련도 그렇습니다. 클래스(강의·이론)에서만이 아니라, 필드(현장·실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성도들이 현장에 나가면 가치관이 바뀌어 돌아옵니다. 열흘 동안 강의를 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열악한 지역에 가 보면 ‘감사해야 되겠구나’, 힘든 사람들을 보면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중국엘 다녀오신 집사님 한 분이 복음을 전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마술을 배우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선교지에 가서 인생과 신앙의 참 의미와 목적을 깨닫고 돌아와, 다시 가서 아이들을 섬기셨습니다. 한국도 어렵지만, 미국도, 특히 이민자 분들의 삶이 참 힘들지만, 과감하게 헌금하시는 걸 봅니다. 부자라서, 돈이 있어서 헌금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가치관과 사명이 있기 때문에 헌신하고 나아갈 뿐입니다. 의도적인 것입니다.
성도님들께 자주 말씀드리는데,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에게…’라는 구절을 읽을 때 우리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말씀으로 받아야지, 다른 특별한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들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믿는 모든 이들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저희 교회에는 말씀을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받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으신 것 같습니다. 참 부족한 교회이지만, 그 순수한 마음만큼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섬기고자 하는 마음들이 책을 통해 솔직하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단기선교와 관련해 여러 사건들이 터지니, ‘단기선교 무용론’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기선교 파송을 나가는 교회’ 입장에서 풀어가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철저히 선교지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 들어갑니다. 단기선교는 ‘여행’이 아닙니다. 여행하는 식의 선교에도 ‘임팩트’가 없지 않지만, 단기선교라면 철저히 현지 선교사들과의 명확한 소통을 통해 니즈(needs)가 전달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단기선교를 통해 엄청난 열매들을 경험하고 목격했습니다. 전도하기 힘든 땅에서 5년간 무려 1백만명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350명 모이는 교회가 5년간 1백만명에게 명확한 복음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단기선교에 있어 좋지 않은 일들은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 해서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건 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럴수록 더 가야 합니다. 현지인들에게 들어보면, 갈 곳이 무척 많습니다. LA 저희 교회에 이란, 일본, 필리핀, 엘살바도르 사람들의 교회가 들어와 있는데, 그들 이야기대로 현지에 가 보면 선교사들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거의 격주로 평일 동안 이곳들을 다니고 있는데, 몸은 피곤하지만 많은 은혜가 있었습니다. 단기선교는 분명 복됩니다.
무슬림 지역도 교육 사업 위주로 오래 섬겼는데, 놀라운 사실은 저희가 크리스천이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NGO들이 여러 건물을 세웠지만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지을 테니, 재정을 절반씩 부담하자고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건축에 쓰일 재료를 가져와서 함께 짓습니다. 완공되고 나면, 자신들이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큰 애정을 갖습니다. 그러한 기적들이 많습니다. 건축 도중 현지인의 눈이 실명됐지만 기도로 치유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에 학교를 건축했는데, 장로님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가는 데 21시간 걸렸는데, 가서 한 기념식은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CEO이신데, 바쁜 시간을 쪼개 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돈만 보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직접 가는 것이 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뺀질뺀질한’ 성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말씀하시면 순종하겠습니다’ 하는 태도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성도들 간에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보듯, 선교 환경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사도행전 13장에서 바울을 파송하듯, 잘 준비된 사람들을 보내 귀한 사명을 감당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희 선교의 색깔은 다른 것 없습니다. ‘섬김’입니다. 주님도 섬김의 종으로 오셔서 섬겨 주셨는데, 그들에게 섬김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절대로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됩니다. 그들은 다 압니다. 정말 존중하고 섬기면,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섬김은 가장 효과적인 선교입니다. 선교사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격적인 면에서 준비된 ’대장’ 같은 분들이 가셔서 선교를 감당한다면 좋은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자신에게 무게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이 가장 기본적인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게를 두는 선교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섬겨야 하는데, 어느 정도 지나면 섬김을 받으려 합니다. 선진국 사람들이 후진국에서 선교하니 약간 밑으로 보려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그들은 다 압니다.
필리핀 선교 시절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그들을 존중해 주니, 다 털어놓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삶을 나누면, 제자로 섭니다. 자신에게 무게를 덜 주고 그들을 세우는, 기초적이지만 그런 훈련이 필요합니다. 겪어 보니 똑똑함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순수한 섬김의 자세입니다.”
-자주 나가시니, 직접 선교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늘 있지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고 맡겨주신 사역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많은 선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지로 가는 것도 제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지요. 말씀하시면 순종해서 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다들 가시라고 도전을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올해 50세가 됐는데, 은퇴하고 70세가 되어 가고 싶진 않습니다. 생의 ‘프라임 타임’에, 활발히 움직일 수 있을 때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에게 ‘선교’란 무엇인가요.
“제가 ‘늘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삶입니다.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삶 가운데 늘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저는 스스로 ‘미국에서 목회하는 선교사’라 생각합니다. LA는 독특한 지역입니다. 140여개 언어가 사용될 정도로 많은 민족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와서도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던데,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관계를 맺고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LA에서는 그게 ‘라이프 스타일’로 가능한 곳입니다.
선교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숨 쉬는 것이고 삶입니다. 제가 선교사로 쓰임받고 있다는 게 매우 감사합니다. 성도들에게도 ‘우리 모두가 선교사’라고 이야기합니다. 보내주신 곳에서 주님을 의지하고 선교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인 ‘선교행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렇게 삶처럼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