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도 한 푼 없이 나왔는데… 다 내어놓으니 평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성경통독으로 변화된 탈북 청년들, 필리핀 선교 나서다

▲필리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도하고 있는 모습. ⓒ교회 제공
▲필리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도하고 있는 모습. ⓒ교회 제공

탈북 청년 김요한(가명) 군은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에서 운영하는 ‘G.M.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 1기를 수료한 후, 지난해 9월부터 필리핀에서 영어공부와 선교를 병행하고 있다. 김 군은 필리핀 선교사들과 함께한 컨퍼런스에서 열정적으로 설교하기도 했다. 필리핀으로 떠난 1기생들의 ‘리더’ 역할을 맡으며 현지에서 다양한 ‘사역’을 맡고 있는 김 군을 만났다.

-필리핀 현지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처음 필리핀에 갔을 땐 현지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 30여분간 기도회를 하는데, 우리 1기생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설교를 합니다. 오전 7시 30분에 준비한 후 학교에 가서 필리핀 학생들과 함께 오후 3시까지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돌아와서는 2시간 동안 성경을 통독하고, 저녁식사 후에는 개인별로 부족한 공부를 마무리한 후 오후 11시까지 모여 기도했습니다.

두 달간 이렇게 생활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영어도 문제였지만, 그 동안 한국에서 영적·육적으로 훈련을 잘 받아오다 이곳으로 와 여러 모로 생소한 환경에 힘들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일과였지만 더 어려웠지요.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너무 ‘영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선교사님과 상의해 시간표를 바꿨습니다. 학교 수업 대신, 함께 모여 영어성경통독을 하기로 했습니다. 필리핀에 세운 영어성경통독반에서 함께 공부하고 개인별로 2시간씩 공부한 후, 나머지 시간에는 기도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면서 회복을 경험했고, 영어공부 시간이 줄었는데도 영어 실력이 더 늘었습니다. 하루 일정이 기쁨으로 충만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필리핀 생활의 중심이 영어성경통독과 기도가 됐고, 개인 공부로 뒷받침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단어는 생소해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성경은 많이 읽었기 때문에 익숙해 공부가 더 잘 됐습니다. 귀를 뚫는 데도 학교 공부보다는 성경통독이 더 나았습니다. 방법을 바꾼지 두 달 만에 현지인들과든 미국 선교사와든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전도도 하고 성경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최광 선교사님이 필리핀에 오셔서, ‘우리의 목적은 영혼을 살리는 것이니,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전에서 부딪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엔 밖으로 나가 전도하고 현지인들을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태였고 필리핀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몰랐지만, 선교사님은 무조건 토요일엔 나가서 집집마다 전도하고 주일엔 그들을 데려와서 예배드리자고 했습니다.

필리핀인들은 90% 정도가 가톨릭을 믿습니다. 하나님을 믿긴 하지요. 그래서 그들에게 서툰 영어로 ‘교회 나오라’고 하면, 다 ‘알았다’고 해요. 그런데 다음 날 데리러 가면 ‘이래서 안 간다’, ‘저래서 안 간다’고 하더라구요(웃음). 몇 주간 그게 반복되니 실망스럽기도 하고 무력감도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한 동네를 돌아다니다 필리핀 교회를 섬기는 집사님을 만났는데, 인근에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허름한 옷을 입은 채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 아이들을 전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놓고 기도하던 중, ‘토요일마다 이들을 위해 죽을 끓여주고 간식도 먹여주며 함께 뛰어놀면서 찬양과 율동을 가르쳐 주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선교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집사님 가정을 중심으로 바로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10-15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했는데, 한 달 만에 어르신들을 포함해 60-70명이 모였습니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데 30분 전부터 북적북적합니다. 찬양하고 기도한 후, 간단한 따갈로그어 율동을 준비해 함께합니다. 그렇게 토요일을 지내면 주일 오후 어린이 예배에 이들이 찾아옵니다.

필리핀에는 아직 이렇게 어려운 지역들이 많습니다. 우리 5명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한 사람당 한 구역을 맡아 어린이 사역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성경통독반도 개설하면서, 중요한 시기인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들은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현지 학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교회 제공
▲이들은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현지 학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교회 제공

-한국에서 1년간 성경통독을 했고 필리핀에서 다시 선교와 함께 영어성경통독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비전이 생기셨나요.

“(탈북해서)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고,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 지는 2년 반이 됐습니다. 믿긴 했지만 예수님의 존재조차 제대로 모르고 그냥 교회에 다니는 정도였다가, 2013년 4월 황금종교회(열방빛선교회)에서 성경통독과 말씀,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제대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점차 마음 문이 열렸고 은혜도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은혜가 실제로 삶 속에서 이뤄짐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한국에 처음 와서 고민하던 것들, 머리로 생각하던 것들을 저도 모르게 조금씩 내려놓게 됐습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원하던 것들이 이뤄졌기 때문이었지요. 전에 원했지만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조차 이뤄 주셨습니다.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도 자연스레 차츰 없어졌습니다. 성경통독학교를 마치고 1년 전을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저를 참으로 완벽하게 인도하셨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이 없어졌고, 앞으로도 그렇게 인도하시리라는 확신 아래 필리핀으로 왔습니다.

최광 선교사님께서 항상 말씀하십니다. ‘너희 손 안에 세계가 있다. 북한을 살리고, 세계를 살릴 하나님의 군대로 자라가야 한다’고요. 제 손에 쥔 조그마한 것들보다, 그 비전을 붙들게 됩니다.

물론 필리핀에 처음 왔을 땐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내가 이 길을 가야 하는가? 갈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했지요. 1년간 성경통독을 하면서 지식적으로는 말씀을 많이 알게 됐지만, 필리핀에 와 보니 제가 아는 것과 제 믿음이 전혀 다르다는 것 또한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나를 왜 필리핀에 보내셨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어 때문일까?’ 기도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게 아님을 깨달았지요.

1년간 한국에서 지식을 쌓았다면, 필리핀에서는 그 지식을 삶 속에서 체험시키길 원하셨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걱정 근심이 없어졌고, 하루하루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현지인 교회 친구들과 맡겨주신 전도 사역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한국에서 함께하신 하나님이 필리핀에서도 인도하시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사역을 통한 깨달음이 크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성경통독을 하면서, 장학금도 받고 부족함 없이 살았습니다. 옷도 사 입고 싶으면 한 달에 한 번씩 사 입었지요. 그러다 필리핀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 달 꼬박 일해야 제가 쉽게 샀던 옷값만큼의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60명에게 죽을 실컷 끓여주고 간식도 주는데 한 달에 10만원이면 충분했습니다. 그것을 보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들이 후회가 됐지요.

이제까지는 한국에 오면 쓸 교통비 정도는 갖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들에게 줄 간식을 위해 그 돈까지 사용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번에 돈 없이 한국에 왔는데, 돈을 갖고 있을 때보다 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웃음).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마다 채워 주시고, 미리 채워 주셨습니다.

조금 틀어쥐고 있자던 생각을 바꾸고 내어놓았을 때, 부족함이 없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내려놓으니 채워주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알게 된 말씀을, 물질 면에서도 이뤄주신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도 돈 한 푼 없이 나왔는데, 한두 푼 틀어쥐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런 욕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한두 푼 틀어쥐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평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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