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교육은 성(聖)교육’… 생명 문제, 교회가 나서야”
성심리: 대학생의 성의식
우남식 | 시그마프레스 | 344쪽 | 15,000원
‘2004년과 2014년 대학생의 성 의식 비교’ 논문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우남식 박사(국제신대 교수)가 그간의 연구 결과를 모아 <성심리: 대학생의 성의식>을 펴냈다.
저자는 지난 1997년부터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성(性)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갑작스러운 서구 문화의 대량 유입으로, 유교 문화의 영향 아래 있던 우리나라의 성문화와 성의식이 급격히 ‘서구화’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1999년 ‘청소년의 성윤리 정립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2005년 ‘한·미 대학생들의 성지식, 성태도, 성행동 및 성교육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특히 박사학위 논문은 미국과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에 대한 인식을 비교·고찰했는데, 이는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연구 주제였다. 저자는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설문을 위해 응답지를 봉함하고 10달러 상당의 한국 레스토랑 이용권을 선물하는 등 사재를 털어가며 연구에 힘썼다. 한국에서는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대학생 성의식 변화 추이를 살폈다.
이에 저자는 이 연구 자료를 ‘한국 대학생의 킨제이 보고서’라고 부른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곳곳에서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각종 병리현상이 다양한 계층의 사고 저변을 잠식해 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심각한 사회 문제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바른 성윤리 의식의 부재 내지는 그릇된 성윤리가 사고의 저변을 형성해 가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근거한 전통적 성규범이 무너지면서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가 긴급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성을 상품화해 쾌락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에 기초한 인격적 성의 결합도 점점 사라져, 인류의 기본 단위인 가정과 가족제도가 붕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혼율이 증가하고, 청소년 일탈은 심화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 시대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이 ‘바른 성윤리 정립’에 있다는 것이다. 성윤리가 바르게 정립될 때 생명윤리가 바르게 정립되고, 그제서야 환경윤리 등 모든 윤리가 정립될 수 있다는 것. 성(性)에서 생명이 잉태되기 때문이다. 목회자인 저자는 서문에서 “인간 사회에서 최고의 가치는 생명에 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존중되어야 한다”며 “그러므로 성(性)교육은 성(聖)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성애 문제도 성 본연의 가치인 ‘생명’의 관점에서 다룬다.
특히 대학생의 성의식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유는 첫째로 질풍노도와 같은 심리적 변화와 자아를 발견하는 시기이고, 둘째로 생의 주기에 있어 성인기 초기에 해당해 신체적으로 성장이 완료되는 시기이지만 아직 학업에 전념해야 해 성행동이 허용되는 시기가 아니며, 셋째로 오랜 기간 성적 욕구를 억제하도록 요구당하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시달리던 청소년기를 벗어나 자유분방한 생활환경과 폭넓은 대인관계를 경험하면서 성적 활동이 어느 시기보다 활발해지고, 넷째로 혼전 성행동과 이로 인한 인공임신중절(낙태), 미혼모와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녀 양육 문제 등 부정적 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책 1부에서는 성(sex)이라는 단어의 배경과 역사부터 시작해 성 연구의 역사와 최근의 경향, 고대·중세·근대 사회에서 성 개념의 변천사, 정신의학·심리학·종교적 면에서 본 성, 고대 사회와 동·서양, 한국의 성 문화 차이, 신체적·정신적 발달과 성, 결혼과 동거와 임신, 성윤리의 중요성, 동성애, 성폭력과 성매매, 성지식·성태도·성행동, 성병, 성교육 등 성에 대한 모든 지식과 정보를 망라해 다루고 있다.
하이라이트인 2부에서는 ‘2004년과 2014년 대학생의 가치관과 성의식 비교 연구’ 연구논문을 전문 게재한 후 결론을 내리고 제언을 하고 있다. 이 설문 결과는 본지에 이미 소개됐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가정 성교육의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학교에서의 성교육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중·고교에서 성윤리 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하고 성윤리 전담교사를 양성하는 등 성윤리에 대한 책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언론매체에서 건전한 성윤리 정립이 필요하다 △교회에서 성교육을 해야 한다 등을 제언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의 성교육’에 대해 “성경에는 성의 기원과 목적, 성윤리 등이 자세하게 언급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반 성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타종교에도 경전이 있지만, 성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따라서 신학교에서 전문 성교육 목회자 양성이 필요하고, 그러할 때 교회에서의 성교육은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교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제언에서도 나타나듯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학교에서 성교육 배정시간은 많아야 1년에 10시간이고, 그나마 교육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 책임 있게 교육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정에서의 성교육도 어떤 원칙에 준해 교육하기보다 부모 개개인의 윤리적 모범생활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부모의 윤리의식 결핍”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학교나 가정에서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해도 ‘예방적 차원’에서의 교육에 치중할 뿐, 이미 발생된 문제에 대해 해답을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에서의 성교육은 둘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것. 생명윤리를 위해서는 성윤리 의식 정립을 위한 성교육이 중요하고, 순결교육도 이러한 차원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 우남식 박사는 충남대와 인하대, 국제신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인하대 사회교육학과 겸임교수와 국제신대 상담복지학과 교수로 있다. 다수의 성의식 관련 논문과 언론 기고, <행복학과 자기이해> 등을 썼다. 40여년간 캠퍼스 선교에 매진해 온 목회자로, <마가복음에서 만난 예수님>, <사도행전에서 만난 복음>, <로마서에서 만난 복음>, <창세기에서 만난 복음>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