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학회, ‘본회퍼·세월호’ 주제 학술대회 개최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 유경동 교수)가 11일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본회퍼 순교 70주년 기념,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윤리’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계회예배에 이은 2개 분과 및 10번의 발표, 종합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본회퍼에게 신앙은 언제나 특정한 구체성 요구”
강안일 박사(성락성결교회, 서울신대)는 ‘「나를 따르라」에서 「윤리학」까지: 본회퍼에게 있어서 윤리적 사고의 발전에 대한 소고’를 제목으로 첫 발표했다. 강 박사는 “본회퍼에게 있어 윤리는, 그가 주장한 것처럼 그의 핵심적인 연구 주제”라며 “그는 윤리를 논함에 있어, 일반적인 현실 세계와 교회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분리됨 없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이어 본회퍼의 저작인 「나를 따르라」와 「윤리학」을 통해 윤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고찰한 강 박사는, “우리가 분명하게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본회퍼의 윤리적 관심은 직접적으로 그의 삶의 역사 및 시대 상황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른 상대적인 순응의 윤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본회퍼의 윤리적 관심은 당연하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본회퍼에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은 ‘언제나 다름 아닌 오늘의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은 어떤 정해진 형상으로 결정될 수 없고, 역사를, 말하자면 현재적 상황을 스스로 취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참인 원리를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참인 계명들을 선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왜냐하면, 본회퍼에게 있어서 언제나 참인 것이, 오늘 참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에게 신앙은 언제나 특정한 구체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계명의 구체성은 그의 역사성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본회퍼의 윤리적 관심은 분명하게, 심성의 윤리와 의무론자로서의 칸트 윤리와는 반대 입장에 서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본회퍼의 윤리적 관심은 확고한 추상적인 원리나 단순한 상황분석이 아니라, 스스로 현대적 상황과 깊게 연대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박사는 “현 한국적 상황이 「나를 따르라」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배경과는 다르지만, 신학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값싼 은혜가 판을 치고 교회의 세상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모습을 취할까”라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로서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길을 진지하게 걸어가는 값비싼 제자도의 신앙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값비싼 제자도는 구체적으로 신앙과 복종(순종), 칭의와 제자도, 그리고 은혜와 행동(삶)의 밀접한 통일성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한국교회, 타자 위한 존재로서 공공적 영성에 집중해야”
이날 또 다른 발제자였던 이동춘 박사(장신대)는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반성 -세월호 참사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박사는 “본회퍼가 주장하는 나, 그리고 나의 인격이 세워지는 윤리적 요구의 절대성은 타인”이라며 “나아게 타인은 내가 존재하는 절대 이유”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본회퍼의 ‘타자를 통해서만 진정한 내가 된다’는 ‘나는 타인을 위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과 연결된다”면서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사신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본회퍼는 내가 타인을 책임져야 하는 이유를 그리스도의 ‘대리행위’ 개념으로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행위는 책임을 전제로 한 행위였고, 인간에 대한 책임이 대리행위를 일으킨 것이다. 이를 본받는 것이 모든 인간의 책임이고, 더욱이 그리스도인의 현실적 사명이 된다는 것이 본회퍼의 주장”이라며 “또한 타인의 죄책을 대신 책임진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적 책임 행동은, 현실적 인간을 위한 이타적 사랑으로써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철저한 익명성에 근거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는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 교회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공공적 영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더욱이 신정론을 앞세워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을 오용하고 남용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거나 호도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아울러 “세월호 참사 이후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한국 사회와 교회’에 관한 것들이었다”며 “단순히 시간상의 세월호 참사 이후가 아닌,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달라야 하는 한국 사회와 교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 사회나 교회가 모두 성장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요청이었다”며 “이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자 호소였다. 한국교회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단물을 먹지 말고, 권력의 횡포에 시달리는 주변부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호소였다. ‘교회의 본래적 사명을 새로운 것인 듯 요청받는 아이러니’가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선 이상철(한신대)·문시영(남서울대)·백소영(이화여대)·송용섭(영신대)·이봉석(감신대)·박우영(감신대)·오지석(숭실대)·김시호(연세대) 박사가 발표자로 나섰고, 앞서 개회예배에선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이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