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원, 동성결혼 전국적 합법화 여부 다룬다

LA=김준형 기자  jhkim@chtoday.co.kr   |  

4월 28일 구두변론 시작해 6월 말 판결… 현재까지 36개 주 합법화

올해 내로 미국 전체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것인가? 연방대법원이 오는 6월 말 이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4월 28일(이하 현지시각) 구두변론(Oral Argument)을 시작한다. 이 구두변론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미국 결혼법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구두변론에서 다루게 될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는 수정헌법 14조에 의거해 동성 커플은 주(州)에게서 결혼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가”와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에서의 동성결혼을, 동성결혼이 불법인 주에서도 인정해야 하는가”다. 첫 번째 질문은 미국의 모든 주가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각 주마다 결혼의 정의를 규정할 수 있지만, 타 주의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첫 번째 질문보다는 각 주의 권리를 중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국 동성결혼의 전국적 합법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연방대법원이 미국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될 판결을 오는 6월 말 내리게 된다. ⓒRoman Boed (www.flickr.com·CC)
▲연방대법원이 미국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될 판결을 오는 6월 말 내리게 된다. ⓒRoman Boed (www.flickr.com·CC)

사실상 이번 판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연방대법원이 미국장로교(PCUSA)처럼 결혼의 정의를 변경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전체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혼란도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결혼보호법(DOMA) 위헌 판결 사례나 헌법에 대한 법리적 해석 문제 등 여러 전례를 볼 때, 연방대법원이 이렇게 판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혼보호법 폐지 당시에도 연방대법원은 결혼의 정의 문제보다는 ‘연방정부가 동성 커플과 이성 커플에게 주는 혜택이 평등한가’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조명했었다.

그 다음은 말 그대로 미국 50개 주에서 모두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강제적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연방법과 주법의 권한에 대한 논쟁이 되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3년 결혼보호법 폐지 당시에도 연방대법원의 스윙보터인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의 문제는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의 소관”이란 입장을 고수했으며, “연방제 안에서 결혼에 대한 결정권은 주정부에 속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연방제에 의거해 “각 주의 결혼에 관한 입법·사법·행정 권한은 인정하지만, 타 주의 동성결혼도 인정하라”는 타협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만약 “캘리포니아에서 발급받은 이성 간 결혼증명서가 오하이오에서도 인정받는데, 왜 동성 간 결혼증명서는 인정받지 못하느냐”라는 식으로 변론이 진행되면, 이는 결혼보호법 폐지 당시처럼 평등권 침해라고 인식될 수 있다. 각 주마다 결혼법을 자율적으로 하되 타 주의 동성결혼을 인정하라는 판결은, 결국 그 주의 동성결혼 금지법을 사문화시키는 효력을 발생시킨다.

물론 “각 주가 현재처럼 동성결혼 문제를 자율적으로 하라”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미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36개 주는 어쩔 수 없지만, 최근 항소법원에 동성결혼 문제를 제소한 아칸소·미시시피·사우스다코타·네브라스카·텍사스 등 5개 주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라 동성결혼 합법화 여부가 갈라지게 된다. 나머지 9개 주는 현행 자신들의 동성결혼 금지법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번 연방대법원 심리는 오하이오·미시간·켄터키·테네시주에서 동성결혼이 금지되면서 촉발됐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제6순회 항소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제6순회 항소법원 전만 해도 각 주는 동성결혼 문제에 속수무책이었다. 제4·7·9·10순회 항소법원이 연달아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서, 미 전역에서 이 같은 추세는 가히 쓰나미 수준이었다. 항소법원에서 패소한 이들이 이 문제를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려 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심리 거부를 선언했고, 단 하루 만에 11개 주에서 동시에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도 했다. 연방대법원은 사건별로 심리와 판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 연방대법원이 이 문제에 관한 심리를 거부하면서, “동성결혼은 결국 항소법원의 판결이 최종 판결”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6순회 항소법원에서 발생했다. 제6순회 항소법원이 다른 항소법원과는 정반대로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당초 연방대법원이 정한 원칙에 따르면, 제6순회 항소법원이 관할하는 지역은 동성결혼 금지가 최종 판결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6순회 항소법원 판결 이후, 연방대법원은 돌연 입장을 바꾸어 다시 동성결혼 합법화에 관한 심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방대법원이 친동성애 판결은 암묵적으로 지지하면서도 반동성애 판결에는 적극 제동을 걸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항소법원 간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구두변론은 연방대법원의 독특한 심리 방식으로, 사법적 심사를 받고자 하는 당사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양측은 자신의 의견을 판사들에게 전달할 뿐 아니라, 판사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에도 답해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향후 판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켜보는 미국 사회의 여론 형성에도 파급력이 막대하다.

이에 따라 남가주 한인교계는 <미 연방 동성결혼 합법화 저지를 위한 긴급기도운동>을 결성하고, 이 문제에 관해 한인 목회자들이 이번 주일에 설교하고 온 교인들이 새벽기도회와 예배 때마다 기도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 이 운동에는 대표로 한기홍 목사(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부대표로 박성규 목사(주님세운교회)와 새라 김 사모(TVNEXT 설립자), 사무총장으로 김정한 선교사(SON미니스트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부터 동성결혼 문제에 관해 남가주 교계의 여론을 주도해 온 새라 김 사모는 “참으로 치열한 영적 가치관 전쟁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또 다른 치명적인 죄악에 수많은 문들을 열게 할 것이며, 기성세대는 무너진 가정들 앞에서 다음 세대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21일부터 현재까지 미기총, 미주성시화운동본부, 남가주선교단체협의회,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KWMC 등이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긴급기도운동 측은 계속해서 동참 단체를 모집하고 있다.

한편 미국 교계에서도 보수 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라이언 앤더슨 등은 연방대법원에 법정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하며 “미국 헌법은 주로 하여금 같은 성별을 가진 두 사람이 결혼하도록 하기 위해 결혼을 재정의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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