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던’ 탈북 청소년들, ‘아비의 마음’ 깨닫고 변화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최광 선교사의 「내래 죽어도 순종합네다」

 
 

내래 죽어도 순종합네다
최광 | 생명의말씀사 | 296쪽 | 15,000원

“선생님, 한국에 오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한국에 오면 모든 고생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고, 앞길이 암담하고…, 이 지겨운 삶을 언제까지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탈북민들은 ‘꿈에도 그리던’ 한국 땅에 왔지만, 모두가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주먹질을 하다 전과자가 되기도 하고, 유흥가를 전전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유를 위해 걸었던 목숨을 이 넘치는 자유의 땅에서 버리기도 한다. 탈북민들의 자살률은 일반 국민들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와 떨어져 있거나 생계 유지에도 힘든 부모의 관리 소홀로, 각종 중독에 빠지거나 범죄에 내몰린 이들도 적지 않다.

<내래 죽어도 순종합네다(생명의말씀사)>에서는 그런 탈북민들과 함께 ‘탈북 청소년 통독학교’에서 24시간 동고동락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교회는 그들의 집이 되었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최광 선교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최광 선교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저자인 최광 선교사는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성경통독과 북한선교 사역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국내에서 황금종교회와 열방빛선교회를 이끌며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경통독학교를 지도하고 있다. 그 동안 북한 선교와 탈북민 선교 실화를 다룬 <내래 죽어도 좋습네다>와 <내래 죽어도 가겠습네다>를 썼다.

“신앙이라는 새로운 힘이 내면에 임하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많이 흔들렸다. 오늘은 술에 빠졌다가 내일은 PC방에 빠졌고, 친구들과 노름에 푹 빠졌다가도 기도 시간에는 엉엉 울면서 하나님께 돌아와 한동안 열심히 착하게 살아보기도 했다. 그들에게 신앙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 많이 힘들 것이다. 나는 그들이 흔들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람은 흔들리면서 강해지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야말로 태풍처럼 세차게 흔들리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밤중에 칼을 들고 들어와 행패를 부린 학생, 고주망태가 되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게임에 중독되어 독이 오른 학생들을, 저자를 비롯한 열방빛선교회 선생들은 품고, 기다리고, 그들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한다.

그러다 보니 주일에는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양육하는 교회였지만, 평일에는 통독학교가 되었다. 물론 밤에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숙소 역할을 했다. 사역자들은 이 모든 것을 하느라 정신이 핑핑 돌 정도였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남한 출신 성도들은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험 들고 깨지기만 하다, 결국 지쳐서 떠나간 이들도 있었다.

“기존의 한국교회는 일이 중심이지 사람 중심이 아니다. 일을 위해 사람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헌신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일은 정말 효율적으로 잘 돌아갔고 화려하게 잘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남은 것은 은혜보다 상처가 더 많고 무미건조함이 가득하다.”

▲열방빛선교회 집회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열방빛선교회 집회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래서, 저자는 처음부터 사역을 일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했다. 사람의 마음이 치유되고 영혼이 살아나는 것에 맞추다 보니, 일은 언제나 매끄럽지 못했고 효율은 떨어졌으며 엉망이 되어버릴 때도 많았다. 뛰쳐나가 버리는 탈북 청소년들을 계속 다시 받아주다 보니, 통독학교에 질서가 없어지기도 했다. 사역자들은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줄기차게 건의했다. ‘사랑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러나 최광 선교사의 생각은 달랐다.

“탈북 청소년 학생들은 잘못을 해도 품어주고, 돈을 주고, 용납해 주고, 자기들이 난장판을 벌여도 학교가 자기들을 쫓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처음엔 자기들로 머릿수를 채워 사역하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아비의 마음 때문에 쫓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무엇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막가던’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원했던 것은, 인정사정 없는 일 중심의 교회도, 효율과 성과만을 추구하는 선교센터도 아니었다. 세상이 궁금해서 나갔다가도 돌아올 수 있는 곳, 정신없이 놀다가도 생각나면 돌아올 수 있는 곳, 배가 고파 돌아오면 따뜻하게 받아주고 채워주는 그런 곳, 바로 그들이 어린 나이에 잃어버렸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있는 ‘집’이었다. 그들은 마음속 깊이 우리가 자신들의 아빠 엄마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썽을 피우던 학생들은 오랜 기도와 훈련을 통해 변화되고 다듬어져, 어느덧 ‘성경 박사’가 되어 해외 선교현장으로 나아가 그곳 빈민가 아이들을 섬기고, 그들을 위해 아빠 엄마가 되어주고 있다. 저자는 “이들은 하나님의 절절한 심정과 뜻을 분명하게 아는 금처럼 소중한 씨앗들”이라며 “나는 이들을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북한 선교의 일꾼들로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 앞으로 이들의 뒤를 따라, 수많은 탈북민 청년들이 거듭난 북한 선교 일꾼들로 세워져 갈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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