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통독, 꼭 100회씩이나 해야 하냐구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열방빛선교회 통해 변화되고 있는 탈북 청년들

▲탈북 청년들이 경기도 포천의 한 수련원에서 성경통독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탈북 청년들이 경기도 포천의 한 수련원에서 성경통독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는 ‘G. M. 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탈북 청년들의 신앙 훈련과 심령의 변화는 물론, 성공적인 남한 정착까지 도모하고 있다. 통독학교를 통해 변화된 탈북 청년들은 선교지로 파송돼 언어를 배우며 현지에서 통독학교를 운영, 선교에까지 나서고 있다. 포천에서 1년간 합숙하며 통독을 하던 이들을 만나, 탈북민들에게 ‘통독’이 갖는 의미와 그 영향력을 들어 봤다.

◈지금까지는 요셉처럼, 이제부터는 아브라함처럼

엄요한 청년(23)은 21세에 혼자 한국으로 들어왔다. 주변에서 ‘통독’에 대해 강권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일단 도전해 보고, 그래도 안 믿기면 그때 그만두자’, ‘두만강 1년 늦게 넘었다고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다.

이전의 삶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술·담배는 기본이었다. 북한에서 받은 상처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몸은 남한에 있었지만, 세뇌로 인해 주체사상이 무의식과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 자유를 찾아 내려온 한국에서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면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말에 희망을 걸었지만, 통독을 시작한 뒤에도 처음 한두 달 동안에는 단어도 생소하고 읽는 속도도 빠르다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하나님께서 너를 부르셨다”, “하나님께서 택하시어 여기까지 너를 인도하셨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지만, 처음엔 불만이었다. 실제로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 성도들이 ‘은혜’를 경험하는 이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부르셨다면,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은 뭐고 북한에서 태어나 굶어 죽은 수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

한두 달이 더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다(히 4:12)”는 말을 실감했다. 마음 속에 말씀이 역사하기 시작했고, 너무 빨라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던 통독 속도가 점점 느리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말씀조차,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심령 속에 쌓이고 있음을 체험했다.

어려웠던 기도도 이 때부터 조금씩 문이 열리는 듯했다. 기도하는 방법 자체를 몰라 찬양을 따라 부르는 정도였지만, 갑자기 입에서 방언이 터져 나왔다. 기도와 통독의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마음 속에 말씀이 새겨지면서 평안과 기쁨이 찾아왔다. 이전의 모습은 사라져 갔고, 상처와 불신이 치유됐다. 하나님에 대한 불만은, “북한에서 태어나게 하신 것도 감사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은혜를 허락하실 정도로 변했다.

그는 성경 속 ‘요셉’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갔을 때, 결국 그곳에서도 귀하게 쓰임을 받고 민족을 살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도 마찬가지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지만 복의 근원이 되었던’ 아브라함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요셉처럼, 이제부터는 아브라함처럼” 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무엇보다 단순한 설교나 간증이 아니라, 엄요한 청년은 ‘성경 말씀’ 자체로 변화됐기에 그 뿌리가 튼튼하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시 119:71)’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들어 쓰신 사람들에게는 모두 고난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죽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나를 사용하시기 위해 지켜 주신 하나님’을 믿게 되면서, 지금은 ‘그 누구도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은혜’를 주셨음을 깨닫고 감사한다.

삶이 변하니 개인적인 기쁨도 따라왔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지난해 기적적으로 연락이 닿은 것.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탈북 청년들이 최광 선교사(두번째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탈북 청년들이 최광 선교사(두번째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그는 ‘통독을 꼭 해야 하는가’, ‘성경을 꼭 100회나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100회’라는 횟수가 중요하다거나 이를 드러내기 위한 게 아니라, 1년간 성경 통독에 매달리다 보면, 탈북민들의 닫혀 있던 마음이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한 틀을 만들어 놓고 함께 생활하면서 통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독학교는 엄 청년에 따르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내가 누구인지 하는 바른 가치관을 갖고 살 수 있으며, 하나님의 비전을 붙잡고 나아가기 위해” 훈련받는 기간이다. 섬기는 목회자나 성도들의 사랑만으로 탈북민들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그는 매우 잘 알고 있다.

이는 비단 탈북 청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청년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낮다는, 너무나 ‘어이없는’ 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는 것.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제 인생을 가장 완벽하게 인도하셨어요. 저는 별로 한 게 없는데…. 지금은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통독학교에서 삶 변화되는 탈북 청년들

이민혜 양도 ‘통독’이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힘든 시간들 속에서, 어쩌다 통독학교에 들어오게 됐다. 이 양은 올해로 스물세 살이지만, ‘나도 모르는 내 본모습’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좋은 모습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통독을 하면서도 그랬다. 이 양은 그 상황을 ‘더러운 항아리에 깨끗한 물을 붓는 듯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통독이 더 괴로웠고, 참지 못해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통독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 죄와 함께할 수 없기에, 더러운 모습이 나오게 하시는 거라는 격려도 들었다. 이 양은 끊임없이 ‘통독만으로 내가 변화될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가 들었지만, 기도와 말씀으로 서서히 영혼이 변화됐다.

지금은 이 길에 확신을 갖게 됐다. 물론 쉽지 않은 길임을 안다. 철저히 자아를 죽이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안의 어두운 모습’에 지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안다. 북한 선교에 대한 비전도 품게 됐다.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대학에 입학해서 스펙을 쌓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하지만,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합숙에 참여한 김유정 양(23)도 “부모님도 계시지 않아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지만 통독학교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 새사람이 됐다”며 “통독 후 말씀이 제 안에 살아 역사하니,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게 됐다. 하나님은 제 삶의 주인 되시고, 소망과 꿈, 힘이 되셔서 어떤 상황이든 인도해 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약 1년간 통독학교에서 생활중인 조은혜 양(22)도 “그 동안 영육 간에 치유를 많이 받았고, 말씀을 읽을 때마다 영혼이 새로워짐을 느낀다”며 “한때 통독을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동료들의 기도 덕분에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아직 변화되지 못한 모습이 많지만, 제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느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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