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월동 본점 이어 성산동과 의정부 한서중앙병원에 2·3호점
‘카페 교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지져스커피선교회가, 서울 성산동 골목에 ‘지져스커피(JESUS COFFEE)’라는 이름의 카페를 두 달여 전 새롭게 개설했다. 선교회는 이에 앞서 의정부 한서중앙병원(원장 지구덕 집사) 1층에도 환자들의 재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카페를 세워 고용하는 등 ‘사역의 지경’을 넓히고 있다.
선교회를 이끄는 안민호 목사는 서울 갈월동에서 지난 2011년부터 ‘커피와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성산동 ‘지져스커피’를 개점한 주인공이 목회자가 아니라는 점. 안민호 목사와 오랫동안 선교회에서 함께하며 비전을 공유한 강덕호 집사(42)가 그 주인공이다. 안 목사는 “저희는 구역 대신 커피점을 세우는 게 비전”이라며 “하지만 카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저희 비전에 동참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덕호 집사는 ‘커피와교회’가 홍대 인근에서 첫 예배를 드릴 때 그곳을 방문하며 선교회를 알게 됐고, 갈월동에서 정식으로 문을 열었을 때 ‘비전에 동참하는’ 멤버가 됐다. 커피를 좋아해 커피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카페 운영에 대한 비전도 생기게 됐고, 선교와 비즈니스를 함께할 수 있는 모델을 꿈꾸게 됐다. 그렇게 ‘교회 겸 카페’인 지져스카페가 탄생됐다.
요즘 적지 않은 교인들이 ‘대형교회’ 출석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강 집사는 해외에서 작은 교회에서만 신앙생활을 했었기에 그런지 한국에 온 뒤 여러 대형교회들을 다녀 봤지만 맞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다 보니 외국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커피와교회’에 발길이 닿게 됐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도 발동했다.
지져스커피선교회는 카페를 수익 추구를 위한 장소가 아닌, 전도와 만남을 위한 ‘접촉점’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 커피 제조와 인테리어에 최고급 재료들만을 사용하고, ‘빠른 회전율’을 중요시하는 일반 카페들과 반대로 손님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오래 머물 수 있는 인테리어’를 추구한다. 실제로 갈월동의 ‘커피와교회’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미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강 집사의 카페는 ‘비즈니스 선교’인 만큼, 수익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카페 운영이 잘 되어서 선교회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지져스커피는 수익금 중 일부를 선교비로 헌금하고 있다. 선교회는 카페 개설을 위한 제반 사항들을 교육하고 지원했다. 강 집사의 바람은, 지져스커피가 평신도들이 운영하는 ‘카페 교회’의 모델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다.
언뜻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는 카페 이름 ‘지져스커피(JESUS COFFEE)’에 대한 사연도 공개했다. 강 집사는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예수님 팔아 장사하는 것이냐’는 말을 들을까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안만호 목사는 “영문명 ‘지져스커피’는 도전을 주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실제로 ‘제우스’로 읽는 등 ‘지져스’가 ‘예수님’인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안 목사는 “이름 덕인지 매일 찾아 오시는 분들도 있고, 멀리서 일부러 걸어와 카페를 찾는 분들도 계시다”며 “‘JESUS’가 예수님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들을 보면서, 예수님의 이름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을 되새기게 됐다”고 했다.
강 집사도 “‘지져스’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매출이 떨어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위치나 카페 넓이, 투자금 등을 생각했을 때 잘 나오는 편이라 감사하다”며 “‘지져스커피’라는 이름 덕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문을 연지 두 달 정도라 개인적으로 터놓고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매일 오시는 분들과 조금씩 안면을 터 가는 중”이라며 “주문만 하시다 먼저 말을 꺼내시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안민호 목사는 ‘카페 교회’에 대해 “물론 커피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며 “복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선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요즘 PC방보다 커피숍이 많은데, 커피숍보다 많은 것이 바로 교회”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교회’가 된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라고도 했다.
안 목사는 “요즘은 전도를 위해 사람들을 접촉하기조차 쉽지 않은 시대인데, 카페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 오지 않느냐”며 “물론 수동적인 면이 있지만, 효율적이고 강력한 전도의 접촉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집사는 교역자가 아니다 보니 직접 예배를 인도하기 힘들어, 안 목사가 매주 금요일 오전 이곳에 와 ‘큐티 모임’을 갖고 있다. 큐티 모임을 하던 시각 찾은 카페에는, 선교회 멤버로 이곳에서 큐티를 하고 있던 박정권(한국항공대 3)·김광민(해양대 3) 군이 앉아 있었다.
안 목사와 ‘생명의 삶’으로 잠언 7장을 큐티한 이들은 “카페 교회는 주중에도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고 진솔한 대화도 나눌 수 있으며, 전도할 때도 ‘카페 가자’고 편하게 말할 수 있어 좋다”며 “친구들을 데려 오면 ‘이런 교회가 있느냐’면서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지만, 주일에는 다른 교회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덕호 집사도 한때 수요일 ‘지져스커피’에서 예배 모임을 갖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다소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커피와교회’는 ‘종교 이야기’를 꺼내기에 적합하지만, 성산동 ‘지져스커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것. 강 집사는 “일상 자체가 예배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평소 갖는 교제를 중요하게 여기려 한다”고 했다.
‘본부’ 격인 갈월동 ‘커피와교회’에서는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직원예배 등이 열리고 있다. 큐티와 성경공부도 진행된다. 주일에는 카페 영업을 하지 않지만, 인근 미군 시설에서 외국인들이 예배를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주일에 이곳을 찾는 교인들에게도 모든 음료들을 마음껏 제공한다. 현재 20여 명 정도인 교인들은 봉사를 위해 누구나 ‘커피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지나가다 ‘쉬는 날’임을 모르고 들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손님들에게는 주일에 한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안 목사는 “무료로 커피를 드리면, 더 많은 금액을 헌금하시더라”고 했다. ‘커피와교회’도, ‘지져스커피’도 주일에는 문을 닫는다. 신앙적 이유도 있고, 한 주에 하루는 쉬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일에 문을 열면 매출이 훨씬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카페들과 다른 점이 뭔가”를 자문한 결과였다.
‘커피와교회’ 신관의 경우 기도실과 신앙서적들이 비치돼 있는 등 기독교적이고 조용한 분위기이고, 구관에는 서로 대화하러 오는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아침 출근 전 커피를 주문하러 오는 이들에게 원할 경우 토스트를 제공하는 등, 고객들에게 ‘은근한 서비스’도 있다.
의정부 병원 사역도 ‘커피로 봉사할 곳’을 찾다 시작하게 됐다. 정신병원인 이곳 환자들을 대상으로 커피 교육을 시켜 주고, 가능한 환자들에게 사회 적응 교육을 해 주고 장기적으로 수익금을 모아 퇴원 후 카페 개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이곳은 한 교회 집사인 지구덕 원장이 매달 1백만 원을 후원해 운영되고 있으며, 카페도 병원에서 전액 투자해 만들어졌다.
안민호 목사는 “카페 교회만이 대안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일반적인 교회도, 저희 교회도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 교회가 ‘한물 갔다’거나 ‘실패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카페’로만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취할 수 있는 장점들을 얼마나 극대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개인적 노력과 자세의 문제이지, ‘카페 교회’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안 목사는 “가장 큰 문제로는 재정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보통 카페보다 수익을 내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라며 “‘카페 교회’는 선교와 비즈니스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기에, 정체성 혼란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카페’로서나 ‘카페 교회’로서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카페로서는 ‘음식’을 파는 곳이니 좋은 재료와 맛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작은 교회이지만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지져스커피선교회는 자신들의 사명에 공감하고 비전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