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자 명단 공개 여부로 격론… “명단 오른 이들 총대권 일시 정지” 결의
예장 합동 제100회 총회 둘째 날 저녁, ‘은급재단 사태’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미 10년 이상 끌어온 이 사건에 대한 총대들의 의구심과 불만이 폭발해, 정해진 시간을 넘겨 토론을 이어갔지만 완전히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정회했다.
이 사건의 핵심적 문제는 은급재단이 벽제중앙추모공원의 ‘납골당’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공분을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노후를 위해 돈을 납입한 재단 가입자들, 곧 교단의 목회자들이다. 때문에 총회는 수 년 동안 많은 결의를 거쳐 이 사건을 조사해 왔다.
이날도 지난 총회 결의에 따라 사건 조사를 맡은 위원회는, 결론적으로 (벽제중앙추모공원을 점유하고 있는) 최모 씨와의 동업은 불가하다며 △은급재단이 납골당 전체를 매수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동업자와 관계 청산 후 동업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총대들은 이 보고를 그대로 받자는 의견과, “관련자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보고를 기각하자는 주장 사이에서 한동안 논쟁을 벌였다. 그러면서 행정 실무자의 증언을 듣기도 했다.
그러던 중 허활민 목사가 발언권을 얻어, 자신이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고, 더불어 최모 씨에게 로비성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씨를 만났을 당시 케이크를 선물로 받고 돌아와 상자를 열어 보니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는 것.
허 목사는 특히 “나는 조사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돈을 받았다”며 총회 현장에서 돈뭉치를 공개했고, 동시에 자신과 같은 성격의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종이를 총대들을 향해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명단에 적힌 이들의 총대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부터 다수의 총대들이 격분, “즉시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명단을 임원회에 넘겨 다음 날 처리하자”거나 “기소위원을 내자”는 등의 의견이 개진되기도 했지만 ‘즉결’을 원하는 총대들의 반발은 거셌다.
일단 명단에 있는 이들의 총대권을 ‘일시 정지’하자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 ‘일시’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의 혐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명단을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했다. “명단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다” “공익을 위한 공개는 괜찮다” 등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결국 즉시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명단에 오른 이들의 총대권을 일시 정지하고 혐의가 확정되면 5년간 제한하며, 이를 노회로 하여금 처리하게 한다. 또 혐의가 확정된 이들을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만 결의한 뒤 정회했다.
하지만 명단 공개에 대한 총대들의 요구가 워낙 거세, 이 문제는 내일 속회와 함께 다시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