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가운데 건선은 대표적인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꼽힌다. 일시적으로 호전되다가도 증상이 악화되거나 자꾸 재발되는 경향이 있어 일부 건선 환자들은 전문 의료기관의 치료를 거부 하고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다 오히려 건선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선 환자 수는 매년 1.2%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선치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지난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건선-새로운 통찰과 혁신>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4회 세계 건선 학회에 건선만 치료하는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양지은원장의 한국인의 건선에 관한 포스터 논문이 채택되면서 한국인이 가진 건선의 특징과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확인 되었다.
◆ 조기초발 건선일수록 신속하고 효과적인 건선치료방법이 중요해
해당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건선 환자의 평균 유병기간은 9년, 스테로이드 사용 기간은 6년 정도였다. 연령별로는 30대 건선 환자가 30.6%로 가장 많았으며, 20대가 29.7%, 40대가 15.5%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 건선 환자는 30대가, 여성 건선 환자는 20대가 더 많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인의 건선은 전 연령대에 걸쳐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어릴 때 건선이 생길수록 만성화 되는 경향이 높은데,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건선 발병 초기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 것으로 생각해 전문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스스로 연고 등을 바르면서 병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성피부질환 건선은 왜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일까? 오랜 기간 건선질환을 연구하고 치료해 온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박사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건선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환자일수록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따라서 건선이 생겼다면 빠른 시일 내에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건선은 특히 처음에 나타난 연령이 낮을수록 평생에 걸쳐 재발하거나 만성화되는 경향이 많으므로, 소아나 청소년 건선의 경우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건선은 치료가 안 되는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의원에서 건선 환자들을 치료해 보면 환자에 따라 소요되는 치료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한의학적인 치료로 잘 회복되어 일상에 아무런 불편이 없이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적인 건선치료방법은 건선의 원인과 치료법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서양의학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건선은 피부로 드러나는 증상이지만 건선을 유발시키는 원인은 몸 안에 있기 때문에 몸속의 문제를 치료해야 피부로 드러나는 증상도 치료될 수 있습니다.”라고 이기훈 박사는 설명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건선은 면역계의 과민반응과 이로 인한 과각질화 현상 및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가 때문. 이처럼 면역계가 비정상적으로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원인은 몸속의 ‘과도한 열(熱)’ 때문인데 이 ‘과도한 열’이 면역계를 교란시켜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피부에 건선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이기훈 박사는 덧붙였다.
결국 건선은 단순피부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건선 치료는 피부 겉의 증상이 아닌 몸속의 열을 내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생활 속에서 건선을 유발할 수 있는 해로운 요소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 건선치료와 함께 생활관리도 중요해
이처럼 만성 재발성 피부 질환인 건선은 전문적인 치료만큼이나 생활습관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건선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생활습관에 관해 강남동약한의원 양지은원장에게 자세히 알아보았다.
“건선은 꼭 유병기간이나 환자의 연령에 따라 치료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선을 치료하는 동안 환자 스스로 해로운 음식이나 음주, 흡연, 과로, 스트레스 등을 적절히 관리한다면 의외로 회복이 빠를 수 있으며, 반대로 생활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회복 속도가 현저히 늦어질 수 있습니다.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할 부분은 음식입니다. 인스턴트식품처럼 인공 첨가제가 많이 들어가거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은 누구에게도, 피부 건선이 아닌 다른 어떤 질환에도 좋지 않습니다. 건선 환자의 경우 이러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바로 가려워지거나 건선증상이 악화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해로운 음식을 가리고 식생활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건선의 치료와 예방에 필수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름진 육류가 건선에 안 좋다고 해서 채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양원장은 강조한다. 식단에서 육류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담백하고 신선한 식품 위주로, 그리고 체액과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며 이와 함께 가급적 일찍 푹 자고, 스트레스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