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 홀 선교사와 그가 남긴 일기 6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전시도록 형태로 일기 1권 출간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여기 광대한 바다에 나와 함께 계시니, 저 낯선 땅에서도 함께해 주실 것을 믿는다(The dear Heavenly Father is with me here upon His mighty Ocean and He will surely be with me upon the other side, 1890년 9월 19일).”

로제타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 여사는 1890년부터 1933년까지 43년간 한국에서 의료선교사로 헌신했으며, 우리나라 최초 여성 전문병원인 보구여관을 비롯해 평양 기홀병원, 광혜여원, 동대문부인병원 등의 설립과 활동을 주도했다. 

▲양화진홀에 전시된, 로제타 홀이 남긴 일기. ⓒ이대웅 기자
▲양화진홀에 전시된, 로제타 홀이 남긴 일기. ⓒ이대웅 기자

홀 여사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 의사인 박에스더를 길러냈고, 여성을 위한 의학전문교육기관을 설립했으며,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녀는 평생을 한국인, 특히 한국 여성을 온 마음으로 사랑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양화진홀에서는 로제타 홀 출생 150주년과 내한 125주년을 기념해, 4권의 일기(1890-1894)와 2권의 육아일기(1893-1902)를 최초로 공개 전시하고 있다. 또 두루마리로 된 기행편지, 내한 선교사들을 위한 기도수첩, 평소 묵상하며 읽었던 성경도 함께 전시 중이다. 

홀 여사는 고향집을 떠났던 1890년 8월 21일부터 남편 윌리엄 홀이 소천한 1894년 11월 24일까지의 상황을 네 권의 일기에 담았다. 1권에는 고향을 떠나 중간 기착지인 일본에 도착하기까지, 2권에는 일본에서의 여정과 한국 도착까지, 3·4권에서는 2년간 한국에서의 선교 사역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폭 17cm의 한지 34매를 이어 붙여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기행편지. ⓒ이대웅 기자
▲폭 17cm의 한지 34매를 이어 붙여 두루마리 형태로 만든 기행편지. ⓒ이대웅 기자

특히 두루마리 기행편지는 폭 17cm의 한지 34매를 이어 붙여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었으며, 그녀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오세아닉호에 승선한 1890년 9월 4일부터 서울에 들어오기까지 40일간의 여정을 기록했다. 14개 장으로 구성된 기행편지 첫 장의 제목은 ‘Toward the Setting Sun(해가 지는 곳을 향하여)’, 마지막 장의 제목은 ‘In Korea(한국에서)’이다.

▲도록 형태의  본문 구성. ⓒ이대웅 기자
▲도록 형태의 본문 구성. ⓒ이대웅 기자

이번에 출간된 <로제타 홀 일기 1(Diary of Rosetta S. Hall)>은 로제타 홀 선교사의 일기 6권 중 첫 1권으로, 그녀의 초기 사역을 고증하고 증언하는 자료이며, 부분적 편집이 아니라 일기 전체가 있는 모습 그대로 발간됐다.

독자들이 로제타가 기록한 일기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시도록과 같은 형태를 기본으로 했으며, 그 내용을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 페이지의 번역을 아랫단에 위치시켰다. 보조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는 주석을 달았으며, 영문으로 기록된 텍스트 자체가 중요한 사료이기에 별도로 뒤에 인쇄체로 옮겼다. 마지막에는 시대적 배경이나 다양한 설명을 담은 해설을 배치했다.

▲로제타 홀 선교사가 남긴 기록들. ⓒ이대웅 기자
▲로제타 홀 선교사가 남긴 기록들. ⓒ이대웅 기자

양화진문화원 박흥식 원장은 발간사에서 “조선 사회에서 평민 여성들은 의료적 돌봄에서 거의 배제됐기에, 로제타가 가까이 교류했을 뿐 아니라 관심을 갖고 치료한 대상은 주로 여성이었다”며 “그런 이유에서 로제타는 보구여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여러 여성전용병원들을 설립했으며, 조선인 스스로 의료적 필요를 채울 수 있도록 여성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도 큰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귀한 신앙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가 한국인에게 되돌려준 홀 가의 후손들이 희망했듯, 이 일기를 읽고 보는 이마다 한 세기 전 그녀가 삶으로 보여줬던 신앙을 있는 그대로 재발견하게 되길 바란다”며 “로제타와 가족들에게서 볼 수 있듯 그들은 이 땅에 ‘죽으러 온 자들’이었고, 특히 로제타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을 연이어 잃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으면서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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