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수병원 의료선교사 중 마지막 생존자 별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 심장내과 영역 개척한 데이비드 추, 93세 일기로

▲전주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故 데이비드 추 선교사의 모습. ⓒ병원 제공
▲전주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故 데이비드 추 선교사의 모습. ⓒ병원 제공

전주예수병원에서 봉사하며 한국 심장내과 영역을 개척한 선교사 데이비드 추(Dr. David Chu, 주보선) 박사가 지난 9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 자택에서 향년 93세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전주예수병원을 섬긴 외국인 의료선교사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데이비드 추 박사는, 마지막까지 한국과 예수병원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텍사스 베일러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였던 주보선 선교사는 1967년부터 1986년까지 20여 년간 한국에서 봉사하며 심장내과 영역을 개척했으며, 심장초음파학과 인공심장박동조율기를 소개하고 처음 시술했다.

추 박사는 2일 안장됐으며, 3일 오전 콩고드(concord)에 있는 프라비던스 장로교회(memorial service at  providence church)에서 장례예배가 거행됐다. 예수병원은 미국 현지 장례예배에 이광영 기독의학연구원장을 비롯한 조문단을 보냈다.

◈숨은 영웅, 주보선 선교사

주보선 선교사는 1923년 중국에서 태어나 상해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다,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고국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중국 의료 선교사로 갈 것을 결심하고, 미국 텍사스 베일러 의과대학에 입학해 심장내과 전문의가 됐다. 의대 실습 도중 간호대 학생이던 10살 연하 게일(Gail)을 만나서 결혼도 했다. 게일은 그가 선교사가 되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은 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보선 선교사와 결혼했다.

중국으로 선교를 희망했던 그는 중국의 공산화로 불가능해지자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도하다, 한 집회에서 외과 전문의인 David John Seel(설대위 선교사, 당시 예수병원장)의 강연에 감명을 받아, 집회 후 설 선교사를 찾아가 한국 상황을 듣는다. 그는 곧바로 한국 의료선교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1967년 한국에 도착해 전주예수병원에서 사역을 시작한 그는 정년인 1988년까지 한국에 있었다. 그는 한국 최초 심박동기 시술 등으로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생각할 때마다 ‘겸손’과 ‘신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한다. 명예와 업적보다, 매주 주님이 허락하신 사역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시행하는 일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내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기도모임을 인도했다. 또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여 많은 환자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했다. 예수병원은 당시 매년 1,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예수를 영접했으며, 지금도 매년 200여 명의 환자들이 구원받고 있다. 가장 많은 환자들이 영접한 해는 주보선 선교사가 사역하던 1982년으로, 총 2,029명이었다.

열심히 사역하던 주 선교사는 1980년대 초 아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해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다리에서 골육종(osteosarcoma)이 발견됐다. 골육종은 지금도 발견 즉시 절단이 권장되는 악성종양이다. 그는 많은 기도와 고민 끝에 안식년을 갖기로 하고 미국으로 가 아들의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 아들을 장인·장모에게 맡기고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장인에게 뇌졸중이 발생해 한쪽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이때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과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모든 사역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남아 아이들과 장인·장모를 돌볼 것인가, 아니면 다시 부르심을 좇아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기도한 끝에, 주님을 향한 열정을 어떤 것으로도 꺾을 수 없어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에도 늘 그랬듯 성경공부와 기도모임, 전도와 진료에 꾸준히 힘썼다. 예수병원에서 사역하던 대부분의 장기 의료선교사들은 원장을 맡아 섬겼지만, 그는 한사코 이를 거절한 채 자신을 주님께 드리는 방법이라 생각했던 성경공부와 기도, 전도와 진료만 묵묵히 해 나갔다.

정년을 맞이해 미국으로 돌아간 후, 그는 기념사업을 위한 한국 재방문 요청을 매번 거절했다. 그 이유는 자신은 사람들의 영광과 칭송을 받을 자격이 없고, 오직 주님이 주시는 작은 상급만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딸 하나와 아들 셋을 두었으나, 아들 한 명을 사역기간 중 잃고 지금은 세 명의 자녀가 있다. 딸은 심장내과 전문의와 결혼해 옆집에 살고 있으며, 아들 한 명은 아버지의 소원이던 중국 선교사로 나가 있고, 다리를 잃은 아들은 신실한 기독교인과 결혼해 주님을 잘 섬기고 있다. 그는 90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기도와 성경을 읽었으며, 기억의 혼란으로 집에 있으면서도 예수병원에 있는 줄 착각해 병원 소식을 물었다고 한다.

소천 직전인 올해 6월 예수병원 선교·NGO 담당자인 윤용순 대외협력부장(재활의학 교수)이 찾아가 “지금도 예수병원에서 전도, 양육, 기도, 말씀의 나눔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자, “내가 있을 때도 그 사역은 하루도 빼놓지 않았는데 다른 사역은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예수병원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기도로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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