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疊疊山中). 어려움이 더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흔히 쓰이는 사자성어다. 요즘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을 건선 환자들이다.
한여름의 뜨거움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물들어가는 단풍을 여유롭게 즐겨야할 요즘이지만 건선환자들은 점점 악화되는 피부 증상에 전전긍긍하며 우울하기만 하다.
건선피부염이란 경계가 뚜렷하며 크기가 다양한 홍반성 구진 및 판상의 발진과 그 위를 덮는 백색의 비늘, 즉 인설이 나타나는 피부 질환이다. 조직학적으로 건선은 상피 피부의 과다증식을 특징으로 하며 다양한 임상 양상과 함께 악화와 호전이 반복돼 치료가 어려운 만성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꼽힌다.
건선은 또한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환으로 건조하고 추운 가을부터 겨울까지 악화되는 특징이 있어, 가을을 맞는 건선환자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 된다.
건선은 대개 여름에 호전되었다가 가을·겨울에 악화되는 등 계절에 따라 피부 증상이 다소 변하는 경향이 있다.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면 건선이 없는 경우에도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각질, 따가움,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게 된다. 건조한 공기와 찬바람이 각질층의 수분을 빼앗고, 피부로의 혈액 순환을 위축시켜 피부가 건조하고, 예민해질 뿐 아니라 회복력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피부가 기본적으로 건강한 경우에는 보습만으로도 이내 안정이 돼 건조증과 가려운 증상이 없어지지만, 건선 환자의 경우에는 단순 보습만으로는 피부 증상이 호전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가을·겨울에 악화되는 건선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지난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건선-새로운 통찰과 혁신>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4회 세계 건선 학회에 한국인의 건선에 관한 포스터 논문을 발표한 강남동약한의원의 이기훈·양지은 원장을 통해 피부 건선의 특징과 치료방법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건선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면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데, 피부 건선을 치료가 안 되는 불치병으로 생각하여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의원에서 건선을 치료해보면, 치료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한의학적인 치료로 잘 회복되어 일상에 아무런 불편이 없이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섣불리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건선은 치료가 어렵다기 보다는 치료방법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인의 건선이 가진 특징을 보면, 평균 유병기간은 9년이며, 그 중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기간이 6년 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사용하다 중단할 경우 건선이 악화되는 리바운드 현상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건선은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 입니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닙니다. 피부 건선은 자가면역계의 과민반응 때문이며, 한의학적으로는 과도한 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몸속의 열을 치료함으로써 교란된 자가면역계를 바로잡아야 건선이 치료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건선을 단순한 피부질환이라기 보다는 내과적 질환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결국 몸속, 근본을 치료해야 건선 피부가 회복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