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칭의’의 현대적 해석은 신학자들의 몫”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2015 종교개혁] 이신칭의 관련 도서 2選

▲루터가 종교개혁을 진행한 비텐베르크에 세워진 루터 동상. ⓒ독일관광청 제공
▲루터가 종교개혁을 진행한 비텐베르크에 세워진 루터 동상. ⓒ독일관광청 제공

◈현대철학 속 ‘이신칭의’ 교리의 자리 찾기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신칭의
알리스터 맥그래스 | 생명의말씀사 | 240쪽 | 12,000원

“이신칭의는 우리에게 믿음이 있어 의롭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통하여 그리스도 때문에 의롭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언제나 믿음은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로 인식되어야 한다(94쪽).”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Justification by Faith)는 뜻의 ‘이신칭의(以信稱義)’. 500년 전 독일의 가톨릭 수사이자 신학교수였던 마르틴 루터를 깨우고 당시 유럽 전역을 뒤흔든 교리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2년 앞둔 지금 한국에서, 이신칭의는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면죄부를 팔아 ‘구원’을 사던 500년 전 당시처럼, 기복신앙과 ‘행함’이 결여된 믿음으로 촉발된 논쟁이다. ‘칭의와 성화’, ‘선행과 은총’을 놓고 2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마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된 이야기들의 반복인 것이다. 최근 나온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신칭의> 첫 문장도 이러하다. “현대 신학자들은 이신칭의 교리를 신학의 ‘공룡 화석’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가장 잘 알려진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가 20년 전 썼던 <이신칭의의 현대적 의미>의 개정판이자, 그보다 10년 전 썼던 대작 <하나님의 칭의론(Iustitia Dei)>을 평신도들도 알기 쉽게 풀어 놓은 ‘입문서’이다. 맥그래스는 폴 틸리히(Paul Tillich)의 다음 말로 문제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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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이신칭의 교리를 놓고 벌인 한판 싸움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에게는 이 교리가 낯설다. 심지어 교회 내 개신교인에게도 그렇다. 나 자신도 거듭 확인했지만, 솔직히 이 교리는 현대인에게 너무 맞지 않아서 납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저자는 이러한 지적의 원인을 현대에 와서 이 교리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들이 처한 상황과 관련된 힘과 적합성을 우리가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실패한 것이지, 그 교리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말로, 이 교리가 지닌 깊은 의미를 쉽고 현대적인, 이른바 ‘완성된’ 언어로 바꿔야 함을 역설한다.

“이신칭의 복음을 현대의 범주에 맞게 번역하고 해석하여 설교자를 지원하고 돕는 일은 신학자의 몫이다. 신학자가 자기 시대 상황에 뿌리내리려면, 복음에 충실하기 위해 성경의 증거와 성경 해석의 역사를 부여잡고 씨름하는 것처럼 그 시대의 종교, 문화, 사회, 정치적 현실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그들은 변증법적이고 대화적 접근 방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값없는 칭의라는 복음의 핵심과, 그 복음이 전파되어야 할 맥락과 상황을 넘나들어야 한다(107쪽).”

책의 핵심은 2부 ‘이신칭의 교리의 현대적 의미’에 있다. 1부 ‘이신칭의 교리의 성경적·역사적 배경’이 그가 썼던 <그들은 어떻게 이단이 되었는가( Heresy)>가 떠오르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의 논쟁을 비롯해 신·구약의 이신칭의, 개신교와 가톨릭의 차이 등을 논하고 있다면, 2부에서는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나 마르틴 부버의 저술에서 비롯된 인격주의 등 현대철학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이신칭의 교리의 자리를 찾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현대인의 실존적 관심사에 대한 접점과 함께, 기독교가 선포하는 이신칭의와 궁극적 관심사에 대한 사고방식 사이의 간격을 메울 수단을 신학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런 ‘다리’ 역할은 ‘경험과 만남’의 차이를 말하는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통해서도 찾는다. 또 ‘기독교 윤리’는 기독교 신학의 현대적 적합성이 의심받는 가운데서도 세상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는 현대 철학이 무신론의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한다는 보통의 인식에 대한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후 결론에서 저자는 이신칭의 교리의 중요성과 적합성을 경험·역설·인격적 겸손·세속적 가치관·기독교의 미래 등 5가지 관점으로 요약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의 미래’와 관련해 “이신칭의는 신약에 아주 강렬하게 각인된 그 경험이 지금 여기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증하고, 개인에게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하는 동기를 불어넣어 ‘순전한 기독교’의 매력을 북돋운다”며 “이 교리는 마치 자유의 횃불처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되어 가는 영적 유산이므로, 우리는 후세에 이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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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의 상징이던 ‘구원’의 진가 알기까지…

왜 구원인가? WHY SALVATION
조정민 | 두란노 | 256쪽 | 12,000원

저자의 전작 「WHY JESUS 왜 예수인가?」처럼, 「WHY SALVATION 왜 구원인가?」에서는 12가지 키워드로 기독교의 핵심인 ‘구원’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예수님께 코웃음을 쳤던 젊은 날,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단어가 바로 ‘구원’이었다고 한다. ‘독선의 종교’로 여겼던 기독교를 상징하는 단어로 들렸다는 것. 그러다 덜컥 예수님을 만났고, 단번에 그분이 바로 ‘구원’이라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이제 그는 고백한다.

“구원의 진가에 눈을 뜨면 세상과 이단이 왜 구원을 웃음거리로 만드는지 이해가 됩니다. 가치 있는 것은 예외 없이 모조품을 낳지만, 역설적으로 그 가짜는 언제나 진짜를 증명합니다. 진짜 없는 가짜는 있을 수 없고, 진짜가 값싸다면 가짜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구원의 교리를 훼절시키는 이단도 안타깝지만, 구원의 가치를 이단보다 더 모른 채 신앙을 무거운 짐처럼 지고 가는 숱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다고 한다.

“‘왜 예수인가?’ 이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없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왜 구원인가?’ 이 질문을 전심으로 대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이 질문에 대한 바른 대답을 얻지 못한다면 신앙 전체가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예수님을 소개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는 길이 없고,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보다 더 사랑의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습니다.”

책은 풀려남, 택하심, 부르심, 돌이킴, 죄사함, 거듭남, 양자됨, 의로움, 인내함, 함께함, 성화됨, 영광됨 등 구원에 대한 12가지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일으킨 파문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됐을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씨앗인 구원의 교리마저 뒤흔들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 책은 구원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의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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