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가 지난 2010년 12월 삼일교회를 사임한 후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사임 당시의 정황과 심경, 개척 배경 등을 하나하나 짚어갔고, 지금까지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홍대새교회는 이미 사건의 발단과 이후 경과 등을 최근 세 차례의 성명을 통해 밝혔었다. 다음은 전 목사와의 일문일답.
-홍대새교회의 주장과는 달리 "주례를 부탁한 신부를 추행했다"는 등 피해가 더 있다는 의혹이 있다(홍대새교회는 성명을 통해 "성추행 의혹의 발단이 되고 지금까지 전 목사가 스스로 인정하는 잘못은 지난 2009년 11월 13일 전모 양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 하나"라며 "그 역시 전 목사가 과한 농담을 한 것과 묘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에게 다가가고 옷을 벗은 그녀를 얼마간 지켜본 것일 뿐, 그 이상의 잘못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편집자 주).
"전모 양과의 사건 외에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 성추행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두 명 더 있다. 한 명은 지난 2007년 내가 결혼 주례를 보기 전 추행을 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담임목사라도 누가 자기를 추행한 자 앞에서 결혼을 하겠나. 그런데도 왜 그런 주장을 할까, 생각해 보니 아마 내가 한 말에 상처를 받아 그런 게 아닐까 한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녀에겐 상처가 됐나 보다.
다른 한 명은 지난 2004년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곳에서 내가 자기의 은밀한 부분을 손으로 쳤다고 주장한다.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지켜봤는데도 그랬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선교 현장에서. 도대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삼일교회를 목회해 왔다. 그런 나를 가면을 쓴 변태자로 만든 것도 모자라, 삼일교회가 감당해온 선교까지 깎아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녹취록이라며 특정 언론에 공개된 것도 앞뒤를 다 잘라 왜곡한 것에 불과하다."
-삼일교회 사임은 어떻게 하게 됐나.
"전모 양과의 사건 후, 당시 있었던 일을 삼일교회 리더 모임과 당회에서 털어놨다. 목회자로서 해선 안 될 농담을 한 것과, 끝내 돌아섰으나 그 전에 보인 적절치 못한 처신에 죄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6개월 동안 목회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회는 전적으로 나를 신뢰했었다. 그러다 2010년 12월 캄보디아 선교지를 방문하던 중 당회 때 나눈 이야기들이 한 웹사이트(이하 A사이트)에 공개된 사실을 알았다. 내부적으로만 공유하기로 했던 것들이 외부로 유출돼 악용되기 시작했다. 당회가 분열됐다는 걸 직감했고, 사건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결국 귀국 후 3일 만에 사의를 밝혔다. 나로 인해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개월 목회 중단은 당회와 합의해 내린 결정인가.
"전모 양과의 사건 후 조모 씨가 내게 전화를 걸어,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꺼내며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그 뒤로 몇 차례 더 그와 통화했고 만난 적도 있다. 그러면서 협박을 받는다고 느꼈고, 혼자선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당회에 알리고 삼일교회 교인이었던 정모 변호사와도 상의했다. 조모 씨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했고, 자칫 그로 인해 논란이 확대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 후 조모 씨가 박모 변호사라는 사람과 함께 나와 장로님들을 찾아와 내게 사임을 요구했으나, 사임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6개월 목회 중단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전모 양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6개월 목회 중단도 결정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여겼다. 그런데 2010년 11월경 정 변호사가 내게 사과문을 써야 한다고 했다. 사실 이런 식의 사과문은 논란만 키울 것 같아 쓸 생각이 없었지만, 정 변호사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당회와 합의한 뒤 작성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으로 인해 마치 당시 떠돌던 의혹들을 내가 모두 인정한 꼴이 됐다. 그게 또 방송에까지 나왔다. 내가 삼일교회를 사임한다고."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모 양에게는 몇 차례나 사과했다. 그리고 나는 18년 동안 모든 걸 바친 삼일교회에서 사임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한 행동을 사과하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는 방법이 사임이라는 생각에서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 그 이상 누구에게, 무슨 사과를 더 해야 하나."
-홍대새교회는 지난 성명에서 특별히 나모·이모 장로를 비판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 장로는 신입이나 마찬가지였고, 이 장로는 나와 오랜 기간 동역한 사이였다. 그런 이 장로가 내가 사임을 하고 나니 태도가 바뀌더라. 이들이 왜 이토록 나를 음해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 나의 개척으로 삼일교회가 흔들릴 거라 판단한 것은 아닌지, 또는 외부의 어떤 세력에 휘둘리고 있는 건 아닌지 그저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나 장로가 A사이트 운영자와 같은 교회를 다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들었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이 장로가 내게 전화해 한 인터넷 사이트에 내 설교가 올라가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화를 냈다. 금시초문이라 해도 믿지 않았다."
-사임 당시 당회와 '향후 2년 내 개척을 하지 않고, 이후 개척을 해도 수도권을 벗어나겠다'는 약속을 했었나.
"결코 한 적이 없다."
-거액의 전별금도 논란이 됐다.
"살던 집을 포함해 당회가 계산해 준 것이었지, 내가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삼일교회 측은 전별금에 '성중독 치료비'도 있었다고 한다.
"'기타 예우'라며 준 돈이 사실은 그런 명목이라는 것인데, 그야말로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전별금을 논의하며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았고,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대체 누가 그런 돈을 받을 수 있겠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임의 배경이 된 사건은 전모 양과 있었던 일 하나다. 어떻게 '중독'을 운운할 수 있나. 실제 삼일교회 측도 처음에는 이런 주장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야 보탰다. 지난 2013년 초 성추행 피해자 접수도 그렇고, 피해자가 다수라는 인상을 심기 위해 짜 맞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동안 여러 의혹을 왜 직접 해명하지 않았나.
"우선 사임하고 2012년 여름 홍대새교회를 개척하기까지는 지금처럼 사건이 커지지 않았다. 개척을 전후해 여러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그런 것들의 구체적 실체가 모호했었다. '그때 이러저러 했다더라'라고 하는, 말 그대로 '카더라'와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 증거가 있었다면 반박을 하거나 인정을 하거나 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삼일교회와 한국교회가 더 이상 나로 인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적극 해명에 나선 이유는.
"침묵이 한국교회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믿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해명에 나선 건 나를 위해서라기보다 홍대새교회 교인들과 한국교회를 위해서다.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 복음 증거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애초에 좀 더 지혜롭게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삼일교회를 사임한 것도 후회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사임하고 2년이 채 되지 않아 교회를 개척했다. '좀 더 자숙했어야 했다'는 여론도 있다.
"기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설교를 중지한 걸로 치면 2년 만에 개척을 한 것이다. 나는 목사다. 하나님의 이끄심대로, 주님의 양을 먹이기 위해 개척했을 뿐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 항간에는 '삼일교회 교인들이 수평이동했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이곳으로 오려 했던 삼일교회 교인들에게 오지 말 것을 권면하기도 했다. 지금 홍대새교회 교인들 중 삼일교회에 다녔던 이들의 수는 15% 미만이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삼일교회 교인들에게 배척당했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안할 뿐이다. 단지 일부 장로들에게 섭섭한 감정은 있다."
-아내와 두 딸은 어땠나.
"나를 믿어 주었다. 하지만 주변 상황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은.
"무책임한 의혹 제기는 이제 그만하고, 보다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평양노회(예장 합동)에 공개 재판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 이상 논란이 지속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삼일교회가 더 잘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