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목사, 신사참배 거부하고 '일사각오' 외쳤던 인물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어린 주광조를 안고 있는 주기철 목사의 모습. ⓒ홍성사 제공

▲어린 주광조를 안고 있는 주기철 목사의 모습. ⓒ홍성사 제공

일제의 신사참배에 맞서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의 다큐 '일사각오 주기철'이 성탄절인 25일 밤 KBS에서 방영되면서, 그의 순교신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주기철 목사의 호는 '예수의 어린 양'이라는 뜻의 '소양(蘇洋)'이며, 원래 이름은 주기복(福)이었다. 그는 오산학교에서 세례를 받은 후 '기독교를 철저히 신앙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바꿨다.

진해 웅천에서 평북 정주 오산학교로 유학을 떠난 주기철은 졸업 후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1915년 '조선예수교대학' 상과대 2기로 입학했지만, 안질이 심해져 낙향하고 만다. 이후 1919년 만세운동을 벌이다 헌병대에 연행되기도 했으며, 이듬해 김익두 목사의 부흥회에 참석하면서 '주님 가신 길'을 뒤따르기로 한다.

1922년 조선예수교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한 주기철은 당시 지역별로 찢겨 있던 학교 분위기를 일신하고, 양산읍교회에서 조사(지금의 전도사)로 사역하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지만, 함께 공부하던 이들 중에는 장로회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 결의안 가결을 선포한 홍택기가 있었다. 

이후 부산 초량교회와 마산 문창교회에서 담임한 이후 아내의 별세와 두 번째 아내 오정모와의 혼인으로 1936년 평양 산정현교회에 부임한다. 초량교회 시절 그는 말씀에 입각해 철저하게 원칙을 지켰고, 조직을 정비하여 당회와 제직회를 확장했으며, 유치원을 설립해 교육에 힘쓰기도 했다. 손양원·한상동 목사 등이 경남성경학교에서 그에게 성경을 배웠다.

그는 강단에서 철저히 복음을 고수했다. '민족의 광복'보다 근본적인 것이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신사참배 거부와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설교는 거기서 나왔다.

아내 오정모 집사의 신앙도 못지 않았다. 주기철 목사가 평양형무소로 이감돼 있을 때 오 집사가 면회를 갔다가 돌아온 일이 종종 있었다. 1944년 4월 마지막 면회 시 주기철 목사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대화했다.

"여보, 그 따끈한 숭늉 한 그릇 마시고 싶소."
"목사님, 무슨 이야기를 하세요, 지금 조선교회 교인들이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이 순교를 하셔야 조선교회가 살 수 있습니다."

비록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2006년 새로 나온 21세기찬송가에는 그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158장에 실려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그를 그만큼 사모하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가사 1절은 다음과 같다.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언덕 위에 비치누나 / 연약하신 두 어깨에 십자가를 생각하니 / 머리에 쓴 가시관과 몸에 걸친 붉은 옷에 / 피 흘리며 걸어가신 영문 밖의 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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