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그분께 돌아가 샘솟듯 회복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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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담]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 1

새해가 밝았다. 한국교회는 최근 몇 년 동안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슬람·동성애·안티기독교 등의 도전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크리스천투데이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강해설교가인 박영선 목사(남포교회)를 만나 신년 대담을 통해 그 답을 모색해 봤다.

박 목사는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설교가 웅변이나 감동, 최소한 설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들 하지만 그렇게 안 될 때가 훨씬 많다"고 말문을 연 뒤, "저는 은퇴했으니 잊혀야지 부각되면 안 된다"며 "주인공과 액션을 돋보이게 하는 무대장치나 배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다음 세대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넘겨 주는 것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조연이나 엑스트라가 자꾸 주인공을 가리면 안 된다"고 했다.

본지는 박영선 목사와의 대담을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다음은 박 목사와의 일문일답.

[대담=류재광 편집국장, 정리=이대웅 기자, 사진=김진영 기자]

▲크리스천투데이는 박영선 목사를 만나 2016 신년 대담을 진행했다. 박 목사는 시종 미소를 띤 채 자상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박영선 목사를 만나 2016 신년 대담을 진행했다. 박 목사는 시종 미소를 띤 채 자상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가 기억 못하고 원망할 때, 하나님께서는 일하신다

-새해를 맞았습니다. 먼저 지나 온 2015년을 총평하신다면.

"모든 한 해는 생각할 게 없는 해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해로 나뉘는데, 보통 좋았던 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긋지긋했던 한 해가 나중에 보면 많은 일을 합니다. 많은 일을 하는 한 해가 있으려면 그 전에 하나님께서 준비 기간을 주십니다. 기억나지 않는 많은 해들이 우리에게는 마치 밥을 먹고 잠을 잔 시간과 같이 넉넉히 몸뚱어리를 준비시켜 놓고, 그 뒤에 사정없이 도전을 알립니다.

2015년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이 모두 이스라엘의 역사와 같습니다. 한 인생 속에 하나님께서 담아내시는 모든 주제가 성경에 있습니다. 약속, 거룩한 찾아오심, 요구, 보장, 그리고 오해, 비겁, 타협, 배신, 꾸중, 심판, 파멸, 회복 등이 다 반복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무대가 세상입니다. 세상이 이 모든 주제들에 대해 우리에게 가짜를 들이대 겁을 줍니다. 그게 거부할 수 없는 현실적 질서이고 세력이지요. 그것을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다 회복해 가십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때, 관심 없을 때, 원망할 때, 하나님께서는 쉬지 않고 일하십니다. 우리는 나중에야 어느 해, 어느 사건이 하나님의 품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춘하추동, 한 해 한 해를 구별하게 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용기를 주시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2015년에는 제게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제가 은퇴하면서 목회를 물려주었어요. 제 나이 세대는 주인공 자리를 비켜 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회'입니다. 기회란 책임과 선택을 의미하고, 타이밍을 요구합니다. 타이밍이 맞을 때 해야지, 준비가 되었느냐 안 되었느냐는 두 번째 문제입니다. 물려주는 입장에서는 저 스스로나 주변에서나 '준비가 덜 됐다'고 우려가 큽니다. 그렇겠죠. 그러나 돌아보면 준비된 다음에 일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 듯합니다. 일을 만나서 어른이 되었지요. 그래서 은퇴를 앞당기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세상은 진정한 답과 텍스트 줄 수 없기에 위기 올 수밖에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준비시키시는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한국교회가 오랜 시간 침체기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준비 기간인가요 아니면 우리의 잘못에 의한 결과인가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그런 모든 어려움은 우리에게 한계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한계라는 것은 이중적이에요. 세상은 '진정한 텍스트' '진정한 답'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위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가 오면 교회는 어디로 돌아가야 합니까? '본문을 만들어내시는 분'께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간을 거슬러서 옛것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내용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지금의 형편, 초대교회 당시에서 2천 년 지난 경험 위에서, 당시와 창조·구원·회복·부활·용서·승리 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는 무슨 운동이나 설명이 아니고, 기독교가 근거하는 권위이고 원천입니다.

한국교회를 어떻게 고칠 수 있겠습니까? 외부의 형식이나 방법이나 도덕이 아니라, 그분께 돌아가서 샘이 솟아나듯 회복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탓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초대교회의 시작이 어떤 열심의 결과물이 아니라 부활에 근거한 것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초대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고백 중 하나가 '예수로 말미암아 승리가 영원토록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죽음을 반전시키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있기에 박해도 감수하고 감사해했습니다. 박해자들을 당연시했습니다. 이 기본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대담 중인 박영선 목사, 그리고 본지 류재광 편집국장과 이대웅 기자.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대담 중인 박영선 목사, 그리고 본지 류재광 편집국장과 이대웅 기자.

이 꼴로도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문해야

-한국교회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윤리 회복'을 꼽는 이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 평소 '성화'를 매우 강조해 오셨는데, 성화와 윤리의 차이는 무엇인지요.

"기독교를 근본에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전부 법으로 통제하려고 듭니다. 그러니까 물이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와서 방에까지 흘러 넘치는데,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문턱을 높이자' '방수공사를 하자'는 식입니다. 성화를 통해 윤리적·도덕적 진보가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성화의 진정한 의미는 '혼자 살던 존재가 예수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곳에, 내가 결정한 일에, 내 잘못에,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에 예수님이 같이 계십니다. 그것이 성화에 대한 제 이해입니다. 성화에 대해 보통 윤리적·도덕적, 혹은 종교적 전진과 진보라는 개념으로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저 역시 이렇게 표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성화는 예수를 믿고 나서 살게 되는 현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예수 믿는다고 해서 세상을 바꿔 주시지도, 충분히 승리할 만큼의 힘을 주시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각오하고 결심했지만, 늘 충분하게 잘 살지 못합니다. 실패하고 절망해서 '내 생명을 거두어 달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셔서 '어떤 경우에도 너를 놓지 않는다' '네가 죽으면 그리스도가 같이 죽는다' '네 인생과 모든 선택의 의미가 잘잘못이 아닌 다른 데 있다'고 가르치신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지나온 세월을 보면, 어떤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실패한 다음에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사람이 자랍니다. 실수에서 배우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내면 깊이 질문해야 합니다. '이 꼴로도 계속 살아야 하나?'라구요. 성공하지 못해도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가, 이런 신비하고 아주 핵심적인 주제와 초점들이 한국교회에서는 아직 모호하고 설명과 논의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선배들의 잘못이 아니라 역사가 짧아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결혼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젊은 세대가 불안과 절망 속에서 '삶에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는 때입니다. 이것이 전도에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기독교다워야지, 환경과 권력 이용한 처방은 창피한 일

-한국교회가 마주한 사회 현안들에 대해서도 여쭙겠습니다. 먼저 최근 극단주의 이슬람의 테러가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슬람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선교해야 할까요?

"다른 종교들은 우리의 신앙에 도움을 줍니다. 어떤 종교든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것을 약속해서 형성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기대하는 가치 있는 목적, 영혼이 갈망하는 답을 지향하고 제시해야 종교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진정한 답을 찾는 데 있어 인간에게 납득과 경험의 기회를 허락하십니다. 때문에 다른 종교들은 기독교에 대해 경쟁적·배타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훌륭한 사람들이 반대적 입장에서 돌이켜 옵니다. 사도 바울은 유대교, 어거스틴은 마니교에서 회심했습니다. 훨씬 납득이 쉬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고급한 단계로 잘 가지 못합니다. 인간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을 더 쉽게 납득시키는 종교에서 출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슬람의 장점은 충성과 헌신에 있어서 아주 순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그것으로 끝나는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더 생각하기를, 우리의 생각과 가능성을 넘어서기를 요구합니다.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폭력성과 적대성에 위축된다는 것은 자신의 신앙에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순교를 자랑하면서 무엇이 두렵습니까? 주변에서 기독교를 오해하고 박해하는 것은 항상 있었던 일입니다. 그것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은 우리 안의 왜곡과 기만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독교를 기독교답게 하는 것이지, 환경과 권력을 갖고 처방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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