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선한 목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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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중동에서 40여년 간 연구한 케네스 베일리의 <선한 목자>


선한 목자:
The Good Shepherd
케네스 E. 베일리 | 류호준·양승학 옮김 | 새물결플러스 | 430쪽 | 19,000원

성경에는 '목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목자들은 하나님, 그리고 이스라엘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로 묘사됩니다. 하나님은 '선한 목자'로, 이스라엘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안타깝게도 '악한 목자'로 묘사되곤 합니다.

우리는 '목자' 하면 양을 치는 사람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 케네스 E. 베일리는 이집트, 레바논, 예루살렘, 사이프러스 등 중동에서 40여 년 동안 거주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이해·인지하고 있는 '목자'의 역할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아주 훌륭하게 소개해 줍니다.

저자는 성경이 하나님을 '선한 목자'로, 그리고 악한 지도자들을 '악한 목자'로 비유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저자에 따르면, 성경에서 목자의 이미지가 사용되는 경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하나님을 이스라엘의 목자로 묘사하고 있다. 둘째, 이스라엘의 지도자들 역시 목자로 등장한다. 셋째, 이스라엘의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약속으로 목자가 사용된다.

저자는 목자 이미지의 이런 세 가지 표현 방식은 구약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목자의 이미지의 배경을 제공해 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41-43쪽).

저자는 '목자'에 대해 회화적으로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성경의 표현들을 실제로 눈앞에서 이뤄지는 것인 양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용의 핵심이 되는 시편에서 발견되는 '선한 목자'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설명들, 특히 주제라 볼 수 있는 시편 23편에 대한 저자의 회화적 설명들은 굉장히 훌륭하고 좋습니다.

목자, 푸른 풀밭, 누이심, 인도하심, 잔잔한 물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지팡이, 먹이심, 기름을 부으심, 상을 베풀어 주심 등에 대한 설명은 탁월합니다(각 단어에 대한 설명들은 앞으로 뒷부분을 읽어가야 할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문화 속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목자의 역할, 그리고 목자와 양(양 떼)의 관계에 대한 설명, 성경에서 사용되는 '목자' 이미지의 공통된 연관성들에 대한 설명 등은, 성경에서 사용되는 '목자' 비유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저자는 목자 이미지에 대한 공통된 연관성을 증명해내기 위해 열 개의 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이 '틀'에 대한 설명을 위해 저자는 '신학적 클러스터', '카메오'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위의 단어들을 굳이 사용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저자가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목자'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우리에겐 낯설 수 있지만 그들에겐 익숙한)를 분명 갖고 있을 것입니다. 마치 한국적 정서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버지상'처럼 말이죠.

그러나 그 '목자'의 이미지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성경이 '목자'를 언급할 때 '목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목자의 이미지와 역할을 전달하기 위해 성경이 이야기의 청자들(독자들)에게 목자에 대한 일관된 구조를 갖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야기 전개의 구조적 통일성은 부수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내용 중 몇 부분(특히 마가복음 6:7-52절을 설명하는 6장)에 대한 구조들의 일치성을 증명해 내려는 시도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들은, '선한 목자'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설명함에 있어 성경 곳곳에서 발견되는 '출애굽 모티브'처럼 선한 목자를 설명해 주는 시편 23편의 모티브가 성경 곳곳에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함인 듯합니다(6장에서 출애굽 모티브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자'에 대한 모티브는 아무래도 성경 본문의 구조적 부분이라기보다, 정서적 공감과 이해의 차원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점은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주석적 작업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던 목자의 이미지에 대한 설명과 그것이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설명되어 왔는지에 대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 해서 저자의 주석 작업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의 주석 작업은 통찰력이 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선한 목자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그 하나님을 따라 선한 목자로서 백성들을 이끌어야 했지만, 그들은 양 떼를 약탈한 악한 목자(예언서들의 표현)요 도적들(요한복음의 표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로 인해 잃어버린 양(양 떼)이 된 하나님의 자녀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친히 선한 목자(예수 그리스도)로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실패한 과거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아닌 예수를 따라 양을 치고 먹이는 선한 목자가 되어야 한다는 성경의 권면을 우리에게 전하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진정 목자의 음성에 귀를 귀울이며 그 목자를 따르는 양 떼인지, 또한 선한 목자로서 살아가고자 하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케네스 E. 베일리의 <선한 목자>는 잃어버린 양들(하나님을 떠난 실패한 인간들)을 스스로 먼저 찾으시고 그 양을 데려오시기 위해 대가를 치르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진용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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