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은 같다? 논쟁적 책 「알라」를 말하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미로슬라프 볼프 「알라」 출간 기념 특별좌담회

▲참석자들이 발제를 청취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참석자들이 발제를 청취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유일신(唯一神)'을 섬기는 기독교와 이슬람 간 갈등의 해결 방안으로, 유명 복음주의 신학자인 미로슬라프 볼프 교수가 자신의 책「알라(Allah)」를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은 같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볼프는 이 주장을 내세 또는 구원과 관련된 것이 아닌, 신과 현세,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의미 있는 하나님 지식을 다루는 '정치신학'의 입장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알라」를 출간한 출판사 IVP는 22일 오후 서울 구의동 은혜와선물교회(담임 송용원 목사)에서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논쟁적 주제'인 데다 최근 IS의 테러나 할랄식품 등으로 '핫이슈'인 이슬람을 다룬 만큼, 좌담회는 250여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좌담회에서는 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인 김선욱 교수가 '「알라」를 통해 본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 그리고 한국 사회'를 주제로 기조발제했으며, 저자인 볼프 교수와의 화상 대화도 진행됐다. 김선욱 교수와 송용원 목사, 변상욱 기자(CBS) 등이 패널로 나선 가운데 김근주 교수(느헤미야) 사회로 토론과 질의응답도 마련됐다.

「알라」를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발제한 김선욱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처럼, 저도 이슬람과 알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9.11 테러와 자살폭탄테러 등을 통해서였고, 이슬람-알라-테러는 항상 서로 연상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며 "이런 수준에서 기독교인이 믿는 하나님과 무슬림이 믿는 알라가 한 분이라는 말은 낯설 수밖에 없다"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김 교수는 "그런 관점에서 유명 중세 스콜라 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나 저명 무슬림 학자가 두 종교의 신이 공통의 신이라고 했다는 점은 충격일 수 있다"며 "볼프의 목적의식은 아주 분명하고, 그 논증 또한 치밀하다. 그리고 설득력이 아주 높으며, 인간 인식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계시에 입각하여 하나님을 이해하려 하는 등 전체적으로 건전하고 복음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슬람의 신과 기독교의 신의 공통성에 대해선 기독교 내에 많은, 상충되는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볼프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한 분의 공통의 신(a common God)을 섬기고 있다는 주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규범적 주류 기독교'와 '규범적 주류 이슬람'의 입장을 토대로 삼고 있다"며 "그는 이슬람 과격파나, 차이만을 강조하면서 공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파 칼빈주의자(hyper Calvinists)의 입장을 배제했다. 이들 '규범적' 입장이란 성서와 꾸란에 각각 확실히 기초하고, 해석과 논의의 전통을 잘 이해하는 가운데 서 있는 신앙 전통의 주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볼프가 이런 입장을 채택한 이유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신과 신의 명령에 대한 각자의 신념에 충실하면서도 그들과 같은 정치적 지붕 아래 평화롭고 건설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가 전 세계로 퍼져 가는 시점에 공적 영역 또한 하나 뿐인 지구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면서 이뤄지는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위해, 기독교와 무슬림의 신이 공통적인가 하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선욱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선욱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볼프는 이 책에서 기독교가 이미 '믿음의 내용 자체가 다른 두 종교의 절대자(유일신)를 같은 존재로 말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메시아를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에 대한 이야기다. 김 교수는 "그러나 기독교는 유대교에 대해 그러하듯 이슬람에 대해서도 동일한 전통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며 "볼프는 그래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말하는 '신'을 비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프는 두 종교에서 말하는 신관이 ①신은 오직 한 분이다 ②신은 신 아닌 모든 것을 창조했다 ③신은 신 아닌 모든 것과 다르다 ④신은 선하시다 등 네 가지 면에서 일치한다고 정의한다. 김 교수는 "볼프는 이 네 가지의 믿음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들이 신에 대해 말할 때 동일 대상을 지칭하고 있고,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그렇다고 말한다"고 전한다.

그는 "특히 1-4번에 동의한다면, ⑤신은 우리에게 모든 존재를 다해 신을 사랑하라고 명령하신다 ⑥신은 이웃을 우리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명령하신다 등 '두 계명'은 그것을 강화시키는 믿음이 되는데, 대다수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여기에 동의한다"며 "볼프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비록 예배의 모습이나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대한 차이가 있더라도, 위 6개의 믿음을 공유하는 한 예배의 대상은 동일한 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달리 말해 위 6개의 믿음은 양측이 '동일한 하나님'을 예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 주는 충분한 유사성이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이슬람은 폭력의 종교이고 알라는 폭력을 요구하는 신이라고 생각하기에 알라가 '사랑의 신'이라는 데 의문을 갖고, '신의 단일성'을 믿는 이슬람에서는 '삼위일체의 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근본적 불일치'이자 '중요한 차이점'이다. 

볼프는 이에 대해 "기독교인은 무슬림이 비판하는 것처럼 다신적이라거나 예수와 성령을 하나님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형태로 삼위일체를 이해하고 있지 않고, 그런 이해를 비판하고 있다"며 "따라서 기독교의 삼위일체 관념을 무슬림이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이슬람의 신관이 기독교의 그것과 충돌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삼위일체 관념 자체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이라며 "기독교인이 이런 이해하기도 납득시키기도 어려운 삼위일체 관념을 고수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고, 삼위일체라는 관념이 하나님이 절대적 사랑이심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이슬람의 폭력적 속성에 대해서는 "꾸란에 폭력이 명시되기도 했지만 이는 언제나 정의로운 명분과 연결돼 있고, 무차별적이거나 비전투인(여자와 아이)을 향한 것이 아니다"며 "소수에 불과한 무슬림 과격 폭력집단은 비무슬림 뿐 아니라 무슬림에게도 위협적이고, 그런 폭력집단은 역사적으로 기독교에서도 존재해 왔다"고 전했다.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선욱 교수는 "앞서 말했듯 볼프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정치신학적 노력으로서 이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며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통의 신을 섬긴다는 인식을 갖고 나면,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일삼는 테러리스트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믿고 있는 사랑과 자비의 신이 아닌 다른 신을 믿고 있음이 분명해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이 '공통의 신'이라는 소식은 서로 싸우려는 이들에겐 나쁜 뉴스가 될 것인데, 결국 그들이 싸우는 원인이 신앙에 있지 않고 자신 속의 나쁜 욕망에 있음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라며 "반면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복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인구 절반이 넘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은 서로 반목하고 갈등할 일보다는 협력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며 "우리가 부딪힌 진짜 문제는 '수백만의 극빈층, 물 부족,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는 환경, 전염병(208쪽)'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지배하는 세상의 쾌락주의와 물질만능주의다. 그러니 이제 힘을 합쳐 공동으로 이런 노력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볼프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극단주의자들이 자라날 수 없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그 예로 최근 케냐의 한 버스에서 기독교인들만 가려 살해하려던 괴한들에게 '기독교인들을 죽이려면 우리 모두 죽이라'고 외치다 결국 숨진 한 무슬림의 예를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서로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을 자기 신앙의 기초에서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볼프의 기여"라고 소개했다.

▲3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회 김근주 교수, 기조발제 김선욱 교수, 패널 변상욱 기자, 송용원 목사. ⓒ이대웅 기자

▲3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사회 김근주 교수, 기조발제 김선욱 교수, 패널 변상욱 기자, 송용원 목사. ⓒ이대웅 기자

한국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럽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폭력으로 얽힌 역사가 있기에 볼프를 포함한 유럽인들에게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는 근본적 문제가 될 여건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신교는 130여 년 전 들어와 민족의 각성과 계몽을 이끄는 등 역사에 긍정적 기여를 해 왔고,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목숨을 잃는 등 선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며 "이런 이유에서 한국 기독교인은 신(神)-지식 문제를, 구원의 문제를 유보한 채 볼프처럼 정치신학적으로 사유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신앙의 순수성과 구원의 종교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믿음, 선교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볼프의 주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며 "우리가 역사를 통해 지켜온 신앙의 순수함과 선교의 열정이 우리 자신과 선교 대상에 대한, 그리고 양자 간의 신앙적 관계에 대한 오류 없는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실상 이슬람 세계를 향해 지난 수십 년간 이뤄진 기독교의 대대적 선교운동은 무슬림에게 공포와 분노를 유발했고, 미국과 더불어 이뤄진 세계화 움직임은 이슬람권에 대한 착취와 문화 파괴의 결과를 낳았다"며 "이런 이슬람 세계에 대한 우리의 선교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볼프는 기독교 선교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인데, 그 태도란 ①그들의 신앙을 당신에게 전할 기회를 줄 준비가 됐을 때만 신앙을 전하라 ②그들이 당신에게 신앙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전하라 등 두 가지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한계도 명확히 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인들 일부가 보이는 이슬람포비아 현상은 무지에 근거한 잘못된 행동의 결과이지만, 이슬람과의 조우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규범적 주류 이슬람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 세기 동안 영향력 있는 일부 무슬림 신학자들이 기독교가 강조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즉 사랑의 하나님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하거나 주저해' 왔고, 무슬림권에서는 신학자들이 법학자들보다 영향력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선동적 웅변으로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의 전면전쟁을 추구하는 세력과는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올바른 분별과 바른 판단력을 갖고 사안별로 정확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알라, 미로슬라브 볼프, 백지윤 옮김, IVP, 416쪽, 22,000원.

▲알라, 미로슬라브 볼프, 백지윤 옮김, IVP, 416쪽, 22,000원.


저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교수는 크로아티아 출신 신학자로서 1990년대 동유럽 유고연방에서 '종교 간 갈등으로 인한 인종 청소'라는 참극을 경험했다. 美 풀러신학교와 독일 튀빙겐대학에서 공부한 후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며 신앙과문화연구소(Yale Center for Faith and Culture)를 설립, 자신의 '특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종교와 인류 공영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 중요해진 기독교인-무슬림 간의 대화에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볼프 교수는 폭력과 악, 절망을 극복하고 정의를 위한 투쟁과 궁극적 화해에 이르는 길에 대한 신학적 탐구를 담은 대표작 「배제와 포용」을 비롯, 「광장에 선 기독교(이상 IVP)」, 「삼위일체와 교회(새물결플러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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