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디치과, 공동구매로 진료비 ↓ …의료비 기준 낮춰 업계 반발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법)은 ‘반(反)유디치과법’으로 불린다. 이는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가 저가 진료를 표방하며 치과계와 갈등을 빚는 동안 개정·시행됐기 때문이다.
유디치과가 치과계에서 공적(公敵)이 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2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개원한 성신치과가 전신인 유디치과는, 지난 2000년 ‘서민을 위한 국민치과’라는 진료철학을 바탕으로 ‘반값 임플란트’와 ‘스케일링 0원’ 정책을 시행했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는 소속 의원 120여 곳과의 공동구매로 재료를 저렴하게 들여와, 당시 치아 1개에 300만 원을 호가하던 임플란트 가격을 120만 원 이하로 낮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1회차를 제외하고 2회차부터 스케일링(치석제거술) 시술도 무료로 제공했다.
유디치과가 저가진료로 유명세를 타자 이를 벤치마킹한 치과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치과계는 이들을 ‘영리병원’이라고 규정하며 척결 의지를 세웠다. 이에 유디치과는 “의료영리화는 건강보험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해 진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네트워크병원은 공동구매와 경영컨설팅 지원 등으로 비용을 절감해 오히려 진료비 인하에 힘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지난 2011년 12월 의료민영화를 우려해 1인1개소법을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에서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의 대형화에 치중하다 환자 건강을 돌보는 일에 소홀할 수 있어 의료인의 경영 참여를 제한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문가인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의료기관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이사진에 합류할 수 없다면 형평성 문제 뿐 아니라 의료산업 발전의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주고 입법 로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어, 1인1개소법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조짐이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맡아 수사 중이다.
치협은 5년여 전부터 유디치과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1년 한 방송은 1등급 발암물질인 베릴륨(Be)이 들어간 치과용 합금재료 T-3(임플란트용 인공치아 뼈대)를 소개하며 유디치과를 집중 조명했고, 치협은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T-3는 전국 대부분 치과에서 사용되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밝혀져 유디치과는 누명을 벗었다.
지난 2012년에는 유디치과가 35%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치백미백술로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조사를 받자, 치협은 “유디치과는 지속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치협의 지적을 받은 곳”이라며 “의료윤리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35% 과산화수소 사용은 ‘전문가 치아미백술’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유수의 치과대학 교과서에 실리고, 의료선진국에서도 널리 행하고 있어 유디치과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치협은 유디치과의 구인광고와 협회 홈페이지(덴탈잡 사이트) 이용 및 치과 기자재 조달 등을 방해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에게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원을 부과받았고, 이를 근거로 유디치과가 3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지난 2013년에는 치협이 무료 스케일링이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 진료와 의료시장의 질서 교란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유디치과 수십 곳을 형사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비급여 항목인 스케일링 치료비를 0원으로 책정한 것은, 환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유인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로 처리했다.
한편 유디치과와 치협은 현재 1인1개소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3월 10일 해당 조항에 대한 공개 변론이 진행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토대로 위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유디치과는 위헌성 입증을 위해 공개 변론에 참고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며, 치협은 서명운동 등으로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