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뉴스 인터뷰] '일터사역자' 원용일 목사
크리스천, 책임을 생각한다
원용일 | 두란노 | 260쪽 | 13,000원
크리스찬북뉴스는 세상 속 크리스천 직장인들의 균형 잡힌 신앙을 위해 애쓰고 있는 「크리스천, 책임을 생각한다」의 저자 원용일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장으로 계신 직장사역연구소는 어떤 단체인가요.
"직장사역연구소는 1993년에 이랜드 그룹의 사목들을 연구원으로 하여 설립된 일터사역기관입니다. 이랜드를 기반으로, 교회와 기업과 신우회를 향해 일터사역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이 일터에서 자신의 일을 하나님의 사역으로 감당하고 전도자의 사명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방면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방선기 목사님이 초대 소장으로 섬기셨고, 이후 연구소가 분화하여 2003년 9월 사목들을 훈련·파송하는 CS네트워크(Chaplain Service Network, 이창훈 대표)를 설립했습니다. 2005년 9월에는 직장사역훈련센터(최영수 대표)를 설립해, 일터사역을 교회와 일터와 신학교에 적용하는 훈련과 세미나를 주로 감당하였습니다(2016년 1월 이후 직장사역연합에서 독립).
이후 교재·자료 발간과 일터사역 기획을 담당하는 직장사역연구소까지 세 기관이 연합하여 직장사역연합(대표 방선기 목사)을 이루게 되었습니다(2007년 12월).
직장사역연구소가 일터사역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으나, 아직 우리 교계에는 일터사역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터사역과 관계된 여러 기관들이 많이 생겨나 붐을 이루고,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목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될 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일터 환경 때문인지 직장인들이 주일성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합니다. 일터사역 관점에서 바람직한 주일성수는 무엇이며, 크리스천들이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크리스천 직장인들이 다니엘처럼 신실하게 믿음생활을 지킬 수 있을까요.
"엄수주의의 전통만이 바람직한 주일성수의 방법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율법주의적 주일성수가 아닌, 안식과 주일의 참 의미를 이해하는 주일성수가 바람직합니다.
24시간 365일 사회가 되어가다 보니, 점점 주일성수를 하기 힘든 직업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주일에 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예배와 안식을 잘 지키며 크리스천 직업인의 정체성을 세워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교회는 주일성수의 구체적 지침을 성도에게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주일성수를 통해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세상과 격리되지 않고 구별되며, 동화되지 않고 적응하는, 대안적 실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평소 주일성수를 잘할 수 있지만 가끔 주일에 근무해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 그런 상황이라 하여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한 무역회사에 다니던 직장인의 경우, 일 년에 몇 차례 있는 주일 근무를 빼 주면 주중 공휴일에 돌아가며 서야 하는 당직을 혼자 다 서겠다고 제안하여 허락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주일에 근무해야 하는 백화점 혹은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성도의 경우에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주일에 근무를 하느라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없는 직종에서 일하는 크리스천들도 훈련시켜야 합니다. 선교사가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없는 이슬람권이나 공산권 나라에 가서도 선교해야 하듯, 직장인들에게 영성훈련을 시켜 파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곳에 가서 근무하는 성도는 예배를 최대한 드리려고 노력하고, 선교사의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면서, 주중 쉬는 날 휴식을 잘 취하고 주일에 제대로 하지 못한 신앙생활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대안'의 모색이 우리가 일터에서 바람직한 크리스천 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합니다. 제 책 「직장인이라면 다니엘처럼」은 다니엘의 상황에서 일터에서 겪을 수 있는 문화적 충돌, 인간관계의 고민, 윤리적 갈등, 능력의 요구, 전도의 필요 등에 대한 대안의 영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세계 최대·최강국의 총리로 오래 일한 사람이어서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시절 다니엘이 그의 일터에 필요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의 일터에도 다니엘과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대안을 모색하며 차근차근 노력하여 다니엘의 영성으로 무장한다면, 오늘 우리가 일터를 변화시키는 다니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사님의 대표 저작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저는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데, 성경을 직업관으로 보고 특히 성경 인물들을 직업인으로 본 책들을 여러 권 냈습니다. 먼저 성경에 긴 생애가 기록되었지만, 성경 두루마리를 읽거나 기도나 찬양을 했다는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천상 직장인' 요셉을 다룬 「인생은 요셉처럼」이 있습니다.
다윗이 왕이 되기까지 거쳐야 했던 신입사원과 대리·과장 시절, 팀장 시절에 필요한 캐릭터들을 다룬 「신입사원 다윗, CEO 되다」도 있습니다. 이 책은 사무엘상을 주로 다뤘는데, 사무엘하를 다룬 「CEO 다윗의 이야기」도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룻기를 직업인의 관점으로 본 「하나님의 세렌디피티」, 크리스천의 성공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지 다룬 「크리스천 비즈니스 백서」,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기도를 다룬 「직장인 축복기도문」, 영화를 통해 일터와 인생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추구한 「죽겠어? 주께 있어!」, 예전에 나온 직업관 관점의 영화 이야기인 「샐러리맨 시네마」, 일터와 교회에서 직장사역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다룬 「직장사역 프로그램」 등도 있습니다. 일터사역 관점의 큐티집과 일터사역 교재들도 몇 권 출간했습니다."
-최근 두란노에서 「크리스천, 책임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이 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지요.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직장사역연합 방선기 목사님이 사역자들 모임에서 성경 각 권 중 31장에 비즈니스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다는 재미있는 시각을 보여 주셨습니다. 생각하고 찾아보니 창세기 31장 야곱과 라반의 노사 관계, 욥기 31장 비즈니스맨 욥의 양심선언과 비즈니스 윤리, 잠언 31장 여성 직업인의 모습 등이었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성경을 공부하다 보니, 여러 성경에서 일터 크리스천들의 책임에 관해 지적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창세기, 출애굽기, 신명기, 욥기, 잠언의 31장을 주로 다룹니다. 특히 이 다섯 장의 성경을 비즈니스 책임(Business Responsibility)의 관점으로 다루는 '크리스천 책임 학교' 워크숍을 지난해 11월 직장사역연구소에서 열었습니다. 이 워크북을 근거로 책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향한 책임을 다하는 우리 크리스천의 사명을, 특히 직업인의 관점으로 다루었습니다. 전업주부도 직업인이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취준생, 은퇴 후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도 직업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업을 통해 책임을 다하는 크리스천의 삶을 일곱 가지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Part 1에서는 주일에 모인 교회와 흩어진 교회를 잘 인식하고 예배와 안식을 하는 주일성수의 책임을 다룹니다(출 31장). Part 2에서는 월요일에도 과연 우리는 세상에서 크리스천인지, 일터에서 하나님의 영이 충만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책임을 다룹니다(출 31장). Part 3에서는 잠언 31장의 르무엘 왕의 어머니인 태후가 아들 왕에게 주는 교훈을 통해, 하나님나라의 왕으로서 가져야 할 구별된 가치관과 세상 문화 속의 크리스천의 책임을 다룹니다(잠 31장).
Part 4에서는 왕의 성별 대역인 왕비, 즉 현숙한 여인의 미덕과 가치를, 여성 직업인만은 아닌 포괄적 의미의 책임으로 다룹니다. 일을 향한 몰입과 나눔,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도 살펴봅니다(잠 31장). Part 5에서는 당대 경영자였던 욥의 비즈니스 윤리 선언을 통해 직업윤리의 책임을 고찰해 봅니다(욥 31장).
Part 6에서는 노사 관계가 원만치만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야곱과 라반의 관계,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를 통해 책임을 다하는 것을 살핍니다(창 31장). Part 7에서는 다음 세대를 세우는 계승과 유산의 책임을 살펴봅니다. 세상에서 하나님의 비전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참된 가치를 자녀들과 일터 후배들에게 물려 주는 참된 유산의 의미를 살피며, 사람을 남기는 사명의 중요성을 함께 나눕니다(신 31장)."
-크리스천의 책임을 말씀하셨는데, 오늘 한국교회가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과 관련해 크리스천들의 세상 속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터의 신우회를 오래 섬기면서 종종 경험하는데, 연말에 일종의 총동원 행사를 하면서 신우회 모임을 할 때 예배 설교를 하러 가곤 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소개하는 시간에 '제가 교회 나가는 거 잘 모르셨죠?'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평소 예수 믿는 것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것이지요. 일종의 '비밀 그리스도인'이었다고 커밍아웃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세상의 비난을 받고 오히려 교회를 사회에서 걱정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교회 나가는 것을 감추고 있어서야 어떻게 일터 속에서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하겠습니까? 물론 일터에서 크리스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은 많습니다.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가 작고하신 고 김인수 교수님이 직장인들의 근무 태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설문조사한 자료를 한 책에서 읽었습니다. 그 요인들은 연령·성별·학력·출신지 등이었는데, 기독교 신앙은 전혀 아니었다고 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당신들과 함께 일하는 크리스천 동료들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질문했더니 '얌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희생하고 양보해야 할 부분에서 자기 권리만 찾고 정작 의무로 감당해야 할 일에서는 빠지거나 전혀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얌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세상 속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저 교회 안에서만 서로 소금 뿌리고 촛불 밝혀 놓고 만족하는 일종의 성속이원론의 폐해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하신 예수님 말씀대로, 우리는 세상 속으로 파송받은 사람들이고 바울의 권면대로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빌 3:20)'. 두 나라에 속한 사람들로서 두 나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세상 속 크리스천의 책임입니다.
이 두 나라 정체성은 사도 베드로의 표현을 빌리면 '세상 속에 흩어진 나그네(벧전 1:1)'이며,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봉사하고 교제하는 모습을 기뻐하십니다. 그러나 교회생활만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관심 가질 유일한 영성의 마당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삶의 터전인 세상이 있습니다.
가정과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정체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일터에서 크리스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의 일터문화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칫 잘못된 것들에 휩쓸릴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크리스천 직장인들이 잘못된 관행들을 이겨내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용기가 필요합니다. 크리스천 '깡'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비즈니스 세계의 부정직과 비윤리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10년 동안 윤리경영의 붐이 한 차례 허리케인처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보란 듯이 지난 2004년에 엔론 스캔들 같은 엄청난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지는 것을 보면, 미국도 제대로 된 윤리 경영이 아직 멀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기업윤리선언'을 한 기업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선언만 한다고 하루아침에 윤리경영이 뿌리내리기는 힘듭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하튼 우리 크리스천 직업인들에게는 이 상황이 큰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직함'이라고 하면 바로 우리 크리스천들의 대명사가 아닙니까? 우리가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하고, 부족하다면 애쓰고 노력해서 이 부분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윤리경영의 시대에는 정직한 것도 성공의 한 방법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정직하게 일하면 '왜 그리 더디냐, 혼자 일하느냐, 잘난 척 그렇게 튀지 말라, 그렇게 혼자 정직을 떨어서 제대로 먹고 살 수 있겠느냐, 그렇게 잘났으면 실적을 보여서 말하라, 그런다고 아무도 감동받지 않는다'는 핀잔을 듣고 비웃음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정직을 실천하는 것이 힘들지만 공동의 목표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으니, 그런 험한 소리는 자주 듣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실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불의한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정직하지 못한 문제에 조금도 참을 수 없어서 부딪히고 밝혀내 싸울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도저히 못 참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순교적 결단을 해야 하는 비상 상황입니다. 판단이 서면 단호하게 선언하고 결단하십시오.
정직을 실천할 때에도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번 한 번은 유예하고 보류하며, 다음에는 반드시 한다는 점진적 결단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예 토양이 형성되지 않아 지금 당장은 실천하기 힘들어, 전략적으로 인내해야 할 상황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거나 야합하는 것이 아니고, 정직을 실천할 현실적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단계적 인내를 실천하면서 정직의 미덕을 비즈니스 현장에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목회자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교인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고, 또 이분들과 어떻게 동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몇 년 전 대전에 있는 한 교회에서 만난 목사님은 크리스천들이 두 교회를 다녀야 한다면서, 눈에 보이는 지역 교회가 있고 세상의 교회 즉 가정과 학교와 직장, 교인들이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담임목사도 둘인데, 모인 교회의 담임목사는 자신이지만, 세상 교회 즉 흩어진 교회의 담임목사는 교우들이라고 했습니다. 모인 교회에서 말씀의 능력과 은혜를 충전하고 훈련받아서 세상 교회의 담임목사로 나가서 사역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 한 분, 인천 동춘교회 윤석호 목사님이 직장인들을 위한 세미나 강의 후 요약하며 설명하는 교회관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윤 목사님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 중요한 세 기관이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기관들은 일터와 가정과 교회인데 그 중 첫째는 가정입니다. 두 번째가 일터입니다. 일터를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역지로 알고 잘 세워나갈 때 사명을 다하는 것이고, 세 번째 기관이 바로 교회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성도가 가정과 일터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양육하고 훈련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와 그의 후예들은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친 후, 오후에 교회의 출입문을 잠그는 일종의 '폐문의식'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상징적인 의식이었습니다. 이제 모인 교회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공동체에서 교제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었으니, 흩어진 교회로 나가라는 파송의 의미였습니다. 우리 교회의 대표선수로 세상에서 주중에 치열한 분투를 하다가, 다음 주일에 다시 모인 교회로 오라는 성도의 사명과 책임에 관한 의식이었습니다. 오늘 목회자들이 성도에게 이런 야성(野性)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C. S. 루이스와 J. R. R 톨킨과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도로시 세이어즈의 책을 보고 찔렸습니다. 지속적 대량 생산을 위해 끝없이 소비를 자극하는 현대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세이어즈는 이런 '현실과 관련하여 교회가 저지른 잘못 가운데, 세속 직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중시하지 않은 것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도로시 세이어즈는 교회의 본분에 대해 이렇게 지적합니다. '일꾼들이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고 그들이 하나님께 하듯 자기 일을 훌륭하게 해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교회 장식이든 하수 처리든 모두가 기독교 사역이 될 것이다. …(중략)… 그리고 교회는 일의 아름다움이 그 일 자체로 평가되는 것이지, 교회의 표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기독교 교리를 다시 생각한다( IVP」 137, 140쪽)'.
20세기 전반기에 살았던 문학가요 신학사상가인 그녀가 답답한 교회의 현실에 대해 지적하며 제시한 대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교회여, 탁월한 크리스천이 그들의 일로 하나님을 섬기게 하라!' 이 지적이 오늘 우리 한국 교회에도 유효하지 않습니까?
도로시 세이어즈는 한 크리스천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다면, 종교적 모임에 강사로 초빙하거나 교회 바자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해서 그 사람의 주의를 분산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 엉뚱한 기술을 익히느라 지쳐서 본연의 일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중요한 사명은 일하는 성도가 그 일을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자유를 확보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위의 책, 142쪽).
뜨끔했습니다. 오늘 우리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정도의 치열한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일터 속 성도들을 세워줄 수 있다면,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교회가 건강해지고 복음을 세상에 전할 수 있는 토양과 여건도 더욱 바람직하게 조성되리라고 봅니다."
-목회자들에게 세상 속 크리스천들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세상과 일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수 있고, 그들을 구체적으로 섬길 수 있는 사역의 도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세상 속 크리스천들을 섬길 수 있는지, 직장사역연구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저도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하면서 그간 사역을 해왔습니다. 직장사역연구소에서는 일터사역자들을 위한 자료집으로 월간 '직장사역(자료 CD 포함)'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일터사역 자료들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는데, 2006년 2월부터 현재와 같이 월간지 형식으로 자료집을 내고 있습니다. 일터사역에 관한 사역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는 일터사역 학교 자료 세트를 발간해서 '요셉 비전 학교'를 시작으로 2015년 11월에 '크리스천 책임학교'까지 총 12개의 학교 자료 세트를 완간했습니다. 이 사역 자료는 크리스천 직업인들을 세상 속 사역자로 세워 주는 강사 교육 자료입니다. 교회(중고등부, 대학청년부, 장년부)나 직장 신우회, 크리스천 기업을 위해서도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문의: 02-3142-2577).
-끝으로 앞으로의 목사님의 저작 계획이나 사역과 관련한 비전을 말씀해 주신다면.
"지금까지는 주로 성경 인물들을 중심으로(다윗, 다니엘, 요셉, 느헤미야 등) 일터사역을 다루는 책을 써 왔습니다. 이제 일터사역과 관련한 성품, 행복, 성공, 경영, 유산 등 주제별 이야기를 다루고 싶습니다. 또 직장설교와 직장상담, 일터사역 관점의 성경해석, 일터전도 등에 관한 책들을 출판하려 공부하고 있습니다.
직장사역연구소는 일터사역을 그간 20년 넘게 지속해 왔는데, 그간 일터사역이 한국교회에 얼마나 접목되고 저변이 확대되었는지 돌아보면 반성을 하게 됩니다. 효과적 일터사역을 위해 교회와 목회자들, 크리스천 직업인들과 직접 만나 사역을 함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려 합니다. 그래서 앉아서 찾아오기만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워크숍을 위해 노력하고, 특히 SNS를 통한 사역 알림에도 매진할 계획입니다."
대담: 채천석 크리스찬북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