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교수, 삼일교회 ‘오르도토메오 아카데미’서 역설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가 18일 서울 청파동 본당 세미나실에서 목회자 및 신학생 약 200명이 모인 가운데 제1기 오르도토메오(Orthotomeo)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오르도토메오'는 '옳게 분별하다' '길을 바르게 내다'라는 의미의 헬라어로, 삼일교회는 일선 목회자들이 양질의 신학 콘텐츠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르도토메오 아카데미'(대표 송태근 목사)를 설립했다.
송태근 목사는 "목회자 안에 있는 신학적 빈곤이 부끄럽지만 분명한 실제적 문제"라며 "목회자는 바른 진리의 길을 내어 성도를 인도해야 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목회자들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다시는 진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훈련의 장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설립 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아카데미는 '칭의와 성화 교리, 그리고 설교'를 주제로, 김세윤 교수(풀러신학대학원 신약학)와 박영선 목사(남포교회 원로)가 강사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칭의론, ‘하나님나라’ 틀 안에서 이해돼야”
특히 김 교수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칭의론'을 설명했다. 그는 "칭의론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곧 하나님나라)의 틀 안에서 이해돼야 바울의 복음이 온전히 이해되는 것"이라며 "그것이 한국교회가 들어야 할 복음이며, 종교개혁을 완성할 복음이자 온 세상을 구원하고 변혁시킬 수 있는 복음"이라고 했다.
그는 고린도전서 15장 20~28절, 골로새서 1장 13~14절, 빌립보서 2장 6~11절·3장 20~21절, 데살로니가전서 1장 9~10절, 로마서 8장 18~39절을 언급하며 "이 기독론적 형태의 복음 선포들은 모두 하나님나라가 사단의 나라를 물리치는 도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음이 기쁜 소식인 이유는 메시야 예수, 즉 하나님의 아들이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아 사단의 권세를 꺾고 세상을 그의 죄와 죽음의 통치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구속해내며, 이를 통해 온 피조세계에 하나님의 의와 화평, 생명의 통치가 이뤄지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로마서 16장 20절, '평강의 하나님이 곧 사단을 너희 발 아래 짓밟으실 것'을 예로 들며 "이는 바울이 복음을 하나님나라의 범주로 선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세상이 사단의 세력에 지배되고 있는데, 하나님이 곧 그 악의 세력을 멸망시키시고 새 세상을 가져오셔서 자신의 백성과 온 피조물을 구속하실 것이라는 '묵시적' 세계관을 가지고 복음을 선포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바울은 우리의 칭의를 하나님의 아들이신 메시야 예수가 사단의 세력에 대해 최후 승리하는 것(롬 8:37~39)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과 신적 생명(영생)을 얻게 할 것(롬 8:26~30)이고, 온 피조세계로 하여금 썩어짐과 죽음에서 구속을 얻게 하는 것(롬 8:18~24)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약컨대, 하나님의 통치권을 가지고 사단의 세력을 멸망시키시고 하나님의 모든 피조세계를 구속하도록 하나님의 아들로 임명된 메시야 예수는, 속죄제사로써의 죽음과 최후의 심판에서의 중보로 죄와 죽음의 권세를 꺾음으로써 그의 사명을 완성하신다"며 "그러므로 메시야 예수 하나님의 아들의 복음(롬1:3~4)과 우리의 칭의의 복음(롬1:16~17)은 하나이자 같은 것"이라고 했다.
“칭의는 ‘주권의 전이’… 최후 심판 때 완성되는 것”
김 교수는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은 피조물인 우리가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통치를 받는 관계로 들어간다는 말"이라며 "그러므로 칭의는 '주권의 전이'다. 즉 주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의지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게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대부분은 '칭의'를 "세례 때 받고 끝나는 것"이나 "법정적 개념으로만 해석해 선언에서 끝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는 칭의를 하나님의 나라, 곧 하나님의 통치와 연결시켜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김 교수는 "칭의는 사단의 통치에서 하나님의 통치로 회복되는 것이고, 그것은 최후의 심판 때 완성되는 것(종말론적 유보)"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바울에게 있어 칭의는 '성화'에 선행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바울은 성화를 칭의와 병행어로 썼다"면서 "인간을 '하나님의 법을 어긴 죄인'의 관점으로 보면 칭의가 되는 것이고, '오염된 세상 속에서 더렵혀진 존재'라는 관점으로 보면 성화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성화도 '이미'와 '아직'의 구조 속에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칭의가 구원의 완성이 아니고, 또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신학자들이 '성화'라는 단어를 쓴 의도는 이해하나 이름을 잘못 붙인 것"이라며 "'칭의의 현재 단계'라고 하는 것이 보다 옳은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칭의를 이렇게 이해할 때 우리는 바울의 윤리적 명령들이 칭의에서 논리적으로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된다"며 "즉 칭의론과 윤리는 하나의 통합체로서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의인이라 칭함을 받은 자는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서 있는 자이므로, 다시 말해 하나님의 나라로 이전된 자이므로, 이제 '믿음의 순종'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칭의된 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순종'으로 의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바울의 요구는, 자신의 제자가 되어 선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요구한 예수의 부름에 상응한다"며 "바울의 복음은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곧 하나님나라)의 틀 안에서 이해돼야 하는 칭의론이다. 그것의 부분적 재발견으로 16세기 종교개혁이 이뤄졌는데, 오늘의 교회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해 종교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