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사랑의 자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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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브라우닝 부부의 열애를 들여다 보다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사랑은 우리 인생에 있어 모든 풍부함의 상징이다. 때문에 내면의 삶에서 사랑의 감정만큼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없을 듯싶다.

로렌초(Lorenzo el Magnifico)는 "사랑이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라 하였다. 사랑하는 주체의 생각이나 의지, 그리고 행동까지 탄생시키며, 우리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문학사에 기록된 작가들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들의 가슴을 더 뛰게 만든다. 언어의 힘이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의 깊이와 그를 향한 움직임을 더 실감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사랑은 움직임 자체라는 것을,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끊임없는 다가감이며, 다가가 그 안에서 존재하고 싶어하는 것, 그래서 사랑의 자리길이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중력인 것을 미학으로 그려낸다.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의 이야기는 아마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1812-1889)과 엘리자베스 베릿 브라우닝(Elizabeth Barret Browning, 1806-1861)의 열애 기록이 아닐까 싶다. 당시 엘리자베스 베릿은 마흔 살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으나, 워즈워스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의 후보에 오를 만큼 명성을 지녔다. 네 살 때부터 시를 쓰고, 열한 살 때는 네 권으로 된 「마라톤 전쟁」이라는 서사시를 발표할 정도로 재기가 뛰어났다.

지금이야 로버트 브라우닝이 영문학사에서 그녀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시 그는 무명 시인으로서 엘리자베스 베릿보다 여섯 살 연하였다. 사랑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로 이루어진다.

이 두 시인의 사랑의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 부언이 필요하다면, 엘리자베스 베릿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목가적 전원생활을 통해 시적 재능을 맘껏 발휘하며 행복한 소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열다섯 살 때쯤 말에 안장을 얹다 척추를 다쳤고, 다시 얼마 후에는 가슴 동맥이 터져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1844년 출판한 「시집 (Poems)」이 대성공을 거뒀고, 이듬해 브라우닝은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베릿 양, 당신의 시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합니다. 당신의 시는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온 맘을 다해 그 시를 사랑하고 또 당신도 사랑합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로버트 브라우닝은 엘리자베스 베릿이 만든 궤도를 따라 돌았다. 결혼할 때까지 주고받은 연서는 두꺼운 책 두 권 분량이다. 엘리자베스 베릿가의 반대로 둘은 친구 한 명과 하인 한 사람만 참석한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올린 후, 엘리자베스의 휴양을 위하여 따뜻한 나라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브라우닝 부부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고, 베렛 브라우닝은 아들을 순산하고 15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후 남편의 품에서 눈을 감는다. 문학과 생명의 힘을 북돋운 이 사랑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처럼 사랑의 자리길이란 사랑의 대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든 궤도를 따라 내가 도는 길일 것 같다. 그의 중력에 의해 움직임을 구속받으며 그의 주위를 도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인간이  언어로 사랑을 형상화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것을 깊이 깨닫는다. 그리고 문학적 욕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거의 같은 감정의 궤도를 도는 것임을 보게 된다.

봄이 오는 길가에 서서 나는 영문학사의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로 기록된 브라우닝 부부를 떠올린다. 그리고 베릿 브라우닝의 사랑의 고백을 상기해 보고, 봄날의 새 여정에 뛰는 가슴을 안고 그 자리길로 들어선다.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 넓이만큼 그 높이만큼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I love thee to the depth breadth and hight My soul reach, 
when feeling out of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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