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칭의론’이 맞다면, 누가 속죄의 은혜 누리겠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개혁신학포럼, 좌담회에서 ‘김세윤 신학’ 비판적 검토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포럼 제공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포럼 제공

개혁신학포럼이 최근 '바울을 만나러 간다'라는 주제로 공개강좌와 좌담회를 개최하고 소위 '김세윤 신학'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 전주 상관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됐다.

풀러신학교 김세윤 교수는 저서 출간에 즈음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방한했고, 강연을 통해 "칭의의 온전한 수확은 종말에 유보돼 있다", "칭의와 윤리(성화)는 하나의 통합체로서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월 소망교회에서 김세윤 교수는 '사도 바울의 복음'을 주제로 "칭의론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하나님나라)의 틀 안에서 이해돼야 바울의 복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칭의는 '이미 이루어짐-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음'의 구조 속에 있어 믿는 자로서의 첫 열매를 받은 것이지만, 그 온전한 수확은 종말에 유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칭의는 지금까지의 죄에 대한 용서를 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게 된 '의인'이 되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 진입한 자가 되는 것"이라며 "때문에 최후의 심판에서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완성될 때까지, 계속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 서 있어야 함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월 삼일교회에서는 "오늘날 대부분은 '칭의'를 세례 때 받고 끝나는 것이나 법정적 개념으로만 해석해 '선언'에서 끝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칭의를 하나님나라, 곧 하나님의 통치와 연결시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칭의는 사단의 통치에서 하나님의 통치로 회복되는 것이고, 그것은 최후 심판 때 완성되는 것(종말론적 유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울에게 칭의는 '성화'에 선행하는 개념이 아니었고, 바울은 성화를 칭의와 병행어로 썼다"며 "인간을 '하나님의 법을 어긴 죄인'의 관점으로 보면 칭의, '오염된 세상 속에서 더렵혀진 존재'로 보면 성화가 되는 것이므로 성화도 '이미와 아직'의 구조 속에 있다"고도 했다.

칭의론을 확립한 종교개혁에 대해서도 "칭의가 구원의 완성이 아니고, 또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표현하기 위해 '성화'라는 단어를 쓴 의도는 이해하나 이름을 잘못 붙였다. '칭의의 현재 단계'라 하는 것이 보다 옳은 표현"이라며 "바울의 복음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하나님나라) 안에서 이해돼야 하는 칭의론이고, 그 부분적 재발견으로 16세기 종교개혁이 이뤄졌는데, 오늘날 교회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해 종교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개혁신학포럼 좌담회에서는 신원균 목사(분당한마음교회) 사회로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 총장)을 비롯해 고경태 박사(한국개혁신학연구원 부회장), 김대희 목사(개혁파신학연구소 연구위원)가 패널로 나서 이러한 '김세윤 신학'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좌담회 모습. 왼쪽부터 신원균 목사, 최덕성 총장, 고경태 박사, 김대희 목사. ⓒ포럼 제공

▲좌담회 모습. 왼쪽부터 신원균 목사, 최덕성 총장, 고경태 박사, 김대희 목사. ⓒ포럼 제공

최덕성 총장은 "김세윤 교수는 '세월호 참사' 같은 비통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신자의 올바른 도덕적 행위가 없으면 구원이 완성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은 구원의 주체이신 하나님과 하나님 은혜를 오해한 결과이자 개혁주의에서 전통적으로 주장해 온 칭의의 법정적 측면을 무시한 것"이라며 "비록 구원받은 신자라 하더라도 여전히 '죄성'을 지니고 있기에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데, 만일 도덕적 행위가 뒷받침되지 않는 구원이 확실하지 않다면 그 누가 그리스도의 속죄의 은혜를 누리면서 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고경태 박사는 "김세윤 교수는 다니엘 7장 13절을 근거로 예수를 메시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개혁파에서 강조하는 '율법을 완성하시고 성취하신 그리스도 예수'를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는 왜곡된 '인자 기독론'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희 목사는 '바울 신학의 새 관점'을 간략히 설명하고 비판했다. 그는 "제임스 던(James Dunn)을 비롯한 '새 관점' 학파는 초대교회와 바울 시기의 유대 공동체가 '언약적 신율주의 공동체'로서 율법의 준수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은혜와 언약 안에 머물러 있으면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했다"며 "율법을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 할례와 같은 율법의 행위로 자신들이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임을 나타내려 했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바울이 가르친 이신칭의 교리는 이방인들이 기독교인이 될 때 유대 기독교인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의 표지'로서 믿음을 가르쳤던 것이고, 믿음도 할례와 같은 단순한 표지일 뿐 구원을 성취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새 관점'의 주장"이라며 "이는 온전한 구원을 위해서는 행위가 요구된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개혁주의의 전통적 이신칭의 교리와 다르고, 그리스도의 속죄의 완전성을 약화시키며, 속죄의 범위도 축소시키는 오류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 수정된 칭의 교리가 논의되는 배경'에 대해 최덕성 총장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바람직한 열매가 맺히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사회적 지탄'을 받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개혁주의 칭의론은 칭의와 성화 교리를 분리시키지 않는다"며 "한국교회는 그동안 '칭의'만 강조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칭의와 성화를 분리시키지 말고 하나로 강조해야 한다. '성화 없는 칭의는 없고, 칭의 없는 성화도 없다'는 점을 동시에 언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경태 박사도 "칼빈도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지 않고 칭의 이론을 전개했다"며 "구원의 서정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개혁파의 특징이다. 논리적으로는 구분하지만, 실천적인 면에서는 구분하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원균 목사는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종교개혁기 당시에는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 가톨릭의 행위 강조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며 "가톨릭은 행위를 구원의 원인과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종교개혁자들이 칭의와 성화를 구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에서 최덕성 총장이 강연하고 있다. ⓒ포럼 제공

▲포럼에서 최덕성 총장이 강연하고 있다. ⓒ포럼 제공

앞서 열린 공개강좌 '바울을 만나러 간다'에서 최덕성 총장은 자신을 '바울'로 가정하고 '1인칭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 시대는 기독교 신학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바울 신학에 대한 관심도 없고, 에큐메니칼 운동의 영향으로 '바울 신학'은 거론조차 터부시되고 있는 반면, '역사적 예수' 연구가 강조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서 바울의 신학을 그의 삶과 함께 조명하여 살펴보는 작업 자체가 의미 있는 연구"라고 취지를 밝혔다.

최 총장에 따르면 바울은 태생적 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던, 이스라엘 사람이자 바리새파 유대인이었다. 디아스포라 출신은 될 수 없었던 예루살렘 바리새파의 리더에 오를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고 삶이 철저했으며, 친화력도 있었다. 그는 성문화된 율법뿐 아니라 구전 율법까지 지키려 했고, 바울서신에서 구약을 90회나 인용할 정도로 구약성경에도 정통했다.

바울은 예수님께서 사역하시고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당신에게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예수 신앙공동체가 점차 부흥하고 특히 율법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원수를 진멸하고 이스라엘을 이방 민족에게서 구원해 줄 다윗의 후손 '메시야'를 기다리던 그는, 예수 신앙공동체를 적대 세력으로 여기고 핍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아 사울에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행 9:4-5)'는 음성을 듣고 인식과 가치 체계에 완전한 변화를 맞는다. 당시의 일을 '하나님의 은총, 예수의 계시'라 표현한 바울은 ①왕·제사장으로서의 구원자 ②율법 시대의 종언 ③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과 화해 ④율법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음 ⑤이방인도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음 등을 깨닫게 된다.

최 총장은 "예수님의 제자들은 당신의 공생애에서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됐지만,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 복음을 깨닫게 됐기에 '바울의 복음'은 독립성이 있었고 일부러 제자들을 만나러 가지도 않았다"며 "나중에 만난 제자들에게서 자신이 깨달은 진리가 제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됐고, 사도가 된 제자들도 바울을 '이방인의 사도'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의 바울 연구는 바울 신학보다 '역사적 예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산상수훈 같은 예수님의 '말씀'만 강조하고 있다"며 "현대 신학계 자체가 에큐메니칼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우리는 예수를 하나의 생명문화 공동체 창시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바울이 깨달은 대로 나무에 달린 구원자로 봐야 하는가? 예수를 하나의 윤리 실천 모델로 볼 것인가, 아니면 중보자로 볼 것인가"라며 "신학계에서는 지금 이러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 시점에 바울 신학을 재조명하고 그것이 어떻게 정립됐는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개혁신학포럼은 지난해 12월에도 정기세미나 '개혁주의를 말한다'를 통해 김세윤 박사의 저서 「그 사람의 아들」에 대해 "예수가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나 메시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고경태 박사, 김세윤 신학을 논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최덕성 총장은 본지 칼럼을 통해 김세윤 교수의 칭의론을 '유보적 칭의론'으로 규정하면서, "유보적 칭의론은 윤리와 순종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는 '구원받은 자의 탈락 가능성'을 전제하고, 성령의 역사 곧 성도의 견인 진리가 들어설 곳이 없어 로마가톨릭의 구원론으로 빠질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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