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언론인 시각에서 교회 개혁 방안 모색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가 21일 천안 나사렛대학교(총장 임승안)에서 '한국교회와 사회의 새로운 개혁을 꿈꾼다'를 주제로 제18회 전국수련회를 개최했다. 이날 수련회는 개회예배 후 기조·주제발제, 그룹토의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발제자 중 한 명으로 언론인의 시각에서 개혁의 방향을 모색한 김한수 기자(조선일보 종교전문)는, 갈수록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후 천주교 교세가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천주교 통계를 인용, 2015년 신자 수가 교황이 방한했던 2014년보다 약 9만 명 늘었지만 영세자 수는 오히려 1만 명 줄었고, 제대로 활동하는 신자 수를 가리키는 지표인 미사 참여율은 20%대를 겨우 턱걸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유명 종교인이 방한하고 그 영향이 국내 종교계에 미친 것은 1980년대에 끝난 상황이 아닌가 한다"며 "일찍이 한국 개신교는 1970년대 빌리 그래함 목사의 방한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천주교도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적 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있기에 천주교계는 '프란치스코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제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김 기자는 "마찬가지로 개신교계 역시 지난 2006년 '제2의 빌리 그래함'이라 불리는 릭 워렌 목사의 방한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그렇지만 이미 당시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며 "결국 지금 이곳에서 활동하는 종교인들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관심과 호응을 받지 못하면, 우선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언론에게서도 관심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교회 개혁의 방안 중 하나로 지역사회와의 예배당 공유를 꼽았다. 김 기자는 "지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대형교회들은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국 활용도는 떨어질 것이다. 그럴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평일엔 지역사회를 위해서 교회 건물을 내놓자.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고마운 존재,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결과적으로 교회가 장수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시민사회적 시각에서 이번 수련회 주제를 고찰한 이의용 교수(국민대 교양대학, 기윤실 이사)는 "목사 양성 과정(신학대학원)의 입학 정원을 축소하고 정예화를 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목회자가 많아야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가 바르게 육성되고 사회에서 소금과 빛의 삶을 살아야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또 "사영리 수준의 문답으로 전도를 해서 양육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문답도 제대로 못하는 이들에게 함부로 세례를 주는 건 교인 수를 늘리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며 "이로 인해 복음의 본질이 변질되고, 복음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리스도인이 되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고난을 감수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세례를 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이런 허술한 과정을 통해 입교한 함량 미달의 신자들이 몇 년 후 집사와 권사, 장로가 되어 교회를 세속화시킨다. 그리고 쉽게 교회를 떠나 버리기도 한다. 매우 엄격한 심사와 양육 과정을 거쳐 교회의 정회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신자들을 교회 안에 가둬 놓지만 말고, 영적으로 무장시켜 영적 전쟁터인 삶의 현장(일터)으로 내보내야 한다"면서 "영적인 무장이란 성경의 가르침에 입각한 바른 직업 가치관이다. 하나님의 뜻에 맞는 일을 찾아, 하나님의 뜻에 맞는 방법으로 처리(경영)하는 가치관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신자들이 직업의 세계에서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 그래야 사회가 개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