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도 넘지 못한 스페인에서 ‘영성’을 외치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인터뷰] 현지서 포럼 열고 돌아온 실로암세계선교회 한양훈 목사

▲종교개혁 당시 유럽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었지만, 유독 스페인은 넘지 못했다. 실로암세계선교회 한양훈 목사는 그 이유로 ‘테레사’의 강한 영성을 꼽았다. 그는 한국과 유럽의 영적 동역자 60여 명과 함께 스페인 아빌라로 영적 답사를 다녀 왔다. ⓒ송경호 기자

▲종교개혁 당시 유럽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불었지만, 유독 스페인은 넘지 못했다. 실로암세계선교회 한양훈 목사는 그 이유로 ‘테레사’의 강한 영성을 꼽았다. 그는 한국과 유럽의 영적 동역자 60여 명과 함께 스페인 아빌라로 영적 답사를 다녀 왔다. ⓒ송경호 기자

흔히 교회의 쇠퇴를 설명할 때 유럽을 예로 든다. 그만큼 그곳 교회들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문을 닫는 교회들이 늘고, 한때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던 예배당들은 이곳저곳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유럽의 교회들이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예전의 그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질문은 머지않아 유럽처럼 될 수도 있다는 한국교회에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런 고민을 안고 유럽으로 날아가, 직접 그곳의 영적 상황을 느끼고 목회 환경을 체험하며 앞서 던진 질문의 답을 확인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실로암세계선교회 대표인 한양훈 목사. 그는 지난 6월 22~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영적 능력을 회복하자'를 주제로 현지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모인 한인 목회자들과 함께 '영성 포럼'을 가졌다. 이 포럼은 6월 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스페인 영적 답사'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유럽에서 포럼을 연 것은 지난해 영국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가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에서 발견한 교회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패로 인한 좌절과 비관, 그리고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세상의 물결은, 더 이상 교회로 하여금 그 사명을 감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고. 유럽에 다시 복음의 불을 지피겠노라 다짐했던 현지 한인 목회자들의 가슴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한 목사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결국 회복의 길은 한 가지, 곧 '영성' 회복이라는 것을. 그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포럼을 연 것도, 이 영성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마드리드 옆에는 아빌라라는 곳이 있는데, 가톨릭의 성인 중 하나인 '테레사'(St. Theresa, 1515~1582)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영성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탐독할 정도로 그 영향이 컸다는 것이 한 목사의 설명.

▲스페인 마드리에서 열린 영성 포럼 이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양훈 목사

▲스페인 마드리에서 열린 영성 포럼 이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양훈 목사

"종교개혁 당시 그 변화의 바람이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 불었지만, 유독 이 스페인은 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개인적으로 테레사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영성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거죠. 오늘날 개신교인들 중에서도 그녀의 책을 읽는 이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개신교의 영성이 더 강하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그가 이토록 강조하는 '영성'은 대체 무엇일까? 한 목사는 그것을 '회개'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영성은 다른 말로 거룩함인데, 결국 우리는 회개를 통해 거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이 쉽게 이 회개를 간과한다고도 그는 지적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가 나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을 믿는 순간, 모든 죄를 사함 받았다'는 게 대부분 기독교인들이 가진 '믿음'이라는 것.

"이런 생각에는, 죄를 깊이 깨달아 눈물로 용서를 비는 회개의 영성이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보세요. 예수님도, 사도 바울도, 그 외 많은 믿음의 선진들도 하나같이 '회개'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믿음을 다시 돌아보아야 합니다. '과연 제대로 믿고 있느냐' 하는 것이죠. 사실 믿음과 회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성화도 따지고 보면 회개에서 시작하니까요. 따라서 회개가 없는 믿음은 진짜 믿음이 아닌 것입니다."

한 목사가 영성의 핵심으로 회개를 꼽는 이유는 그가 직접 그 힘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난 한 목사는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교회를 다녔고, 총신대와 합동신학대학원에서 남부럽지 않은 신학교육도 받았다. 졸업 후에도 교단에서 헌신하며 미래가 밝은 목회자로 성장했다. 죄의식도 남달라서 남들이 "그 정도는 뭐 어때" 하는 것들에도 단호했었다.

그랬던 것이 그의 나이 52살에 경험한 실패를 계기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될 것만 같았던 목회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때부터 정확히 7년. 한 목사는 지금도 자신의 뼛속 깊이 새겨진 회개의 기도를 눈물로 하나님께 드렸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그 어떤 인간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기도를 할 때마다 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속으로 남을 비웃었던 죄, 남보다 낫다는 자만, 이만큼 이뤄냈다는 자랑……. 하나님께선 그 어떤 예리한 검보다 더 날카롭게 저의 죄를 찌르셨습니다. '내가 정말 죄인 중의 괴수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고백을 하면서, 정말 눈물 콧물 있는 대로 다 흘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렇게 회개를 하고 나면 거짓말처럼 마음에 평안이 찾아 왔습니다. 그때까지 그 어떤 것을 통해서도 맛볼 수 없던 그 평안을요. 그러면서 점점 영성이 회복되고, 그에 따른 능력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신령해진 것이죠."

한 목사는 "이렇게 죄를 회개하면 속사람이 가벼워지고 영혼이 날아갈 듯 기쁘다"며 "그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된다. 그러나 회개를 하지 않으면 그런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예수를 오래 믿었어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회개를 해야 영혼이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7년의 기도를 끝낸 한 목사는 비로소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스스로 '영적 능력'을 체험했기에, 그것을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에게 증거하며 그것을 맛보도록 이끌고 있다. 이번 스페인 포럼에서도 그는 첫 강사로 나서 영성의 회복과 이를 위한 회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목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이 하나님 앞에 매 순간 나아가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영성 회복의 시작"이라며 "그러자면 나의 죄를 날마다 회개해야 한다. 철저히 회개해 거룩해질수록 영적 능력이 강해진다. 하나님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 또 주님의 나라를 위해 나 자신을 완전히 던져 넣을 때, 주님을 나를 통해 일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에는 이 세상 그 어떤 종교와도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이 나를 통해 드러나기 위해서는 결국 하나님과 가까이하며 그분의 능력을 힘입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아빌라’의 테레사가 세운 산타테레사 수도원 ⓒ한양훈 목사 제공

▲스페인 ‘아빌라’의 테레사가 세운 산타테레사 수도원 ⓒ한양훈 목사 제공

한편 이번 스페인 답사는 마드리드에서의 영성 포럼을 시작으로 똘레도 성당을 비롯해 아빌라의 테레사가 세운 산타테레사 수도원, 까르메리다 수도원, 산호세 수도원, 세고비아 수도원, 카푸친회 수도원, 몬세랏 수도원, 바르셀로나의 카테드랄대성당 등을 둘러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한양훈 목사는 “앞으로도 유럽에서 영성 포럼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한국교회도 이를 기념해 많은 사업을 진행할 텐데, 그것이 단순 행사로만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영성의 회복은 본질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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