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의 ‘전설’ “이제 저 자신을 ‘전도지’로 사용하고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나드리 앙띠브(Antibe) 코스메틱 회장 홍종두 장로

▲화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종두 장로. ⓒ이대웅 기자

▲화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종두 장로. ⓒ이대웅 기자

"잘난 게 없는 사람이지만, 하나님 덕분에 사는 것이지요. 믿음이 좋은 편도 아니지만, 순종하려 노력합니다. 이 나이까지 건강 주셨는데,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홍종두 장로(인천수정교회)는 세일즈 업계에서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전설'이다. 한때 한 달에 10억 원씩 벌었던 적도 있었지만, 두어 차례 부도를 경험하면서 부침도 겪었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았다"고 스스럼없이 고백하는 그는 일흔 넘은 나이에도 '아날로그식 세일즈' 방식을 고수하며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도, 홈쇼핑도 아닌 '전화'로 구매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

"이 나이 되도록 일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아날로그식'이기 때문이지요. 수십 년간의 세일즈 경험이 아직은 통합니다(웃음). 귀찮게 물건을 사라고 하기보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지요."

지금 그의 직함은 '나드리 앙띠브(Antibe) 코스메틱' 회장. '앙띠브'는 화가들이 애호하던 프랑스의 한 도시 이름에서 따 왔다. '나드리(the Nadree)'는 우리가 아는 그 나드리 화장품이다. 이곳에서 30만 원 상당의 E.G.F 재생크림을 위주로 화장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남들과 같이 생각해서는 사업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전화만으로 30만 원짜리 제품을 팔 수 있느냐고, 다들 안 된다고 하시지요. 하지만 저희만의 마케팅 기법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이를 제가 직접 교육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그가 있는 원당 본사를 포함해 의정부, 화정, 부천, 송내, 간석, 계산, 부평, 안산, 대전까지 총 10곳으로, 지점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직원들을 다 합하면 3백여 명에 달한다.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그의 일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인천 검단에서 태어난 그는 5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밑에서 무녀독남으로 자랐다. 하지만 보리밥을 먹어본 적 없을 정도로 귀하게 자랐고, 서울 지역 대학 진학에 성공하며 일약 '동네 스타'가 됐다. 하지만 왠일인지 취직이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자의반 타의반 세일즈맨이 돼야 했다.

"안해 본 일이 없습니다. 500원짜리 다리미를 월부로 파는 것을 시작으로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이나 전과 등 책 판매도 해 봤습니다. 고생을 엄청나게 했지요. 하지만 세일즈로 3남매를 다 대학까지 보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사달은 레저용품에서 처음 발생했다. 1996년쯤 텐트와 코펠 등을 판매할 때로, 판매가 잘 되자 텐트를 대량으로 제작했다. 그런데 계속 비가 내리는 바람에 물건을 팔 수가 없었다. 주로 야외에서 판매를 하고 있었기 때문. 결국 당시로서는 제법 큰 돈인 40억 원 상당의 부도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평소 양심적으로 사업해 왔기에, 거래처들이 물품으로 대부분 해결해 줬다. 그러나 결국 3-4억 원을 최종적으로 회수하지 못했고, 차디찬 교도소에 들어가야 했다. 1억 원만 부도나도 모두 교도소를 가던 때였다.

사실 이 때는 그의 두 번째 교도소행이었다. 첫 번째 들어간 것은 '뺑소니 혐의' 때문이었다. CCTV도 블랙박스도 없던 시절, 난데없는 혐의를 받고 교도소에 가야 했다. 서울 왕십리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한 사람이 할머니를 치고 지나갔는데, 그가 인근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홍 장로를 뺑소니범으로 신고한 것이었다. 1심에서도 유죄가 나왔다. 큰 위기였다.

하지만, 거기서 그는 하나님을 만났다. 먼저 예수님을 믿은 아내가 주일만 되면 교회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끝까지 버티고 있던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너무 말을 안 들으니 하나님께서 저를 그리로 보내신 게 아닌가 합니다. 당시 아내가 제게 보낸 편지에도 그렇게 써 있어요(웃음)." 같은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찬양하고 성경 읽고, 자신에게 설교를 했다고 한다.

판사 앞으로 항소이유서를 30장 손수 썼다. "서울에 저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를 신고한 사람이 범인입니다. 진짜 죄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지금 형의 2배를 살겠습니다." 2-3백만 원만 내면 풀려날 수 있었지만, 죄가 없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판사가 현장검증을 하더니, 항소를 받아들였다. 억울한 누명을 쓴지 299일만이었다.  그때 변호를 맡은 이는 지금 '할렐루야 변호사'로 잘 알려진 주명수 목사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전도사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항소심 판사도 당시 전도사였다.

교도소에서 예수님을 만나, 출소 후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서인천교회 개척 멤버였고, 교회 모든 행사에 앞장섰다. 목사님 말씀에는 무조건 "예스"였다.

그는 스스로를 "장로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그때 예수님을 영접했음에도, 6년 전까지 담배를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안수집사였던 홍 장로는, 대표기도를 맡게 됐다고 한다. '담배를 피는데 기도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표기도를 하면서 '담배를 피면 교회를 다시 안 나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에 가서 갖고 있던 담배를 모두 물에 담궈버렸다. 그 순간부터 담배를 끊게 됐고, 이후부터 담배는 손에 대지도 않는다. "금단현상도 일절 없었습니다. 지금은 담배 냄새가 너무 싫어요(웃음). 하나님 은혜입니다."

늦은 나이에 장로가 된 그는 이제 '복음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3년 연속 수정교회 총동원주일 행사위원장을 맡았고, 올해도 80명을 전도했다고 한다. 새신자 선물도 직접 준비했다.

'나눔'에도 열심이다. 선교비 후원과 함께 담임인 조일래 목사의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화장품을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모든 게 하나님 덕분입니다. 지금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전도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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