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뉴스 칼럼] 불여름과 가을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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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읽지 못했던 책들, 시원한 가을 날씨 벗 삼아...

▲고경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용인=이대웅 기자

▲고경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용인=이대웅 기자

삼복(三伏)은 '불여름'으로 정평이 나있다. '불여름'... '한여름'으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더위다. 얼마나 더운지, 입추(立秋)가 지나고 처서(處暑)가 지나도 식을 줄 모른다. 입추에는 밤에 찬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처서가 지나도 밤에 미지근한 바람이 분다. 새벽에 잠깐 시원하다 불태양이 나오면 바짝바짝 탄다. 건물이 마치 찜질방 같다. 선풍기 10대도 소용이 없다. 에어컨을 돌리고 돌려도 잠시 끄기만 하면 덥다.

이 더위에 한전은 경상이익 폭탄을 맞았는데, 호사다마라고 할까, 누진제 조정이 불가피하다. 무늬만 에어컨이라도, 작동하려니 전기요금 폭탄 걱정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피할 수 없어 폭탄을 안아버렸다. 거의 모든 가정집에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올 것이다. 그 고지서를 받으면 가을이 오려나.

여름, 옛 선비들은 탁족(濯足)을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모시적삼 옷을 입고 탁족하며 시를 읊었다. 현 선비들은 에어콘 냉동 공기 안에서 책을 읽는다. 하늘을 볼 수 없고 형광등 아래서 연구한다. 에어컨의 냉방은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하지 못한다. 냉기가 속까지 들어가면 냉방병에 걸려 버린다. '시원'은 창조주께서 주시는 것이 건강에나 정서적으로나 좋은가 보다.

이 더위에 책을 읽는 방 안 퉁수들, 에어콘도 없이 선풍기 안고 USB 선풍기를 애인 삼아 책을 읽었다. 가난한 학도에게 여름은 큰 고달픔이다. 뇌 CPU가 과열되어 돌아가질 않는다. 가난한 학도에게는 겨울도 고달픔이다. CPU는 돌아가는데 아웃풋 장치인 손이 곧아 펜이나 키보드를 두들길 수 없다. 그래도 옛 학도들은 형설지공(螢雪之功)을 할 수 있었다. 태양 빛과 형설 빛으로 책을 읽는 학문 정진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여름에는 독서가 도저히 불가능한 불여름이었다. 처서가 지나 약간 차이가 있음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더위다. 그래도 가을이 오기는 하는가 보다. 벼이삭이 나오고 백일홍이 만개했다.

가을이 오면 학생에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아니라, 독서계절(讀書季節)이 된다. 왜 가을에 책을 읽기에 좋다고 했는지, 이제 좀 이해가 된다. 여름에 책을 읽지 못했던 학생들이 그 시원한 바람에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 책을 마음껏 읽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여름이 바캉스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추수의 계절인가? 모든 자연에게 여름은 충전의 계절이고, 학생에게 여름은 정신의 쉼과 비축의 기간이다. 농부에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학생에게 가을은 정진의 계절이다.   

가을, 결실이다. 시원한 날씨를 만끽하며 책을 읽어보자. E-book도 잠시 접고, 핸드폰도 잠시 끄고, 종이로 된 책을 들어보자. 옛 학창 시절 타임스(TIMES) 잡지를 뒷주머니에 꽂고 뽐냈던 것처럼, 책을 들고 '폼'을 잡아보자. 가을에 많은 사람들이 손과 주머니, 그리고 가방에 책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책은 민족의 문화 수준이고 의식 수준이다. 익어가는 가을 들녘을 바라보면서....

/고경태 목사(북뉴스 편집위원, 주님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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