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어디서 길 잃었는지 역사에서 묻고 찾는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역사에서 개혁의 길을 찾다’ 홍성강좌 3년간 개설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홍성사가 '역사에서 개혁의 길을 찾다'는 주제로 '3년 프로젝트' 홍성강좌의 문을 열었다.

홍성강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주제처럼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해,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역사에서 묻고 찾기 위한 것이다.

강좌 취지에 대해 박흥식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는 "교회사의 발전 과정을 장기적 맥락에서 되짚어 보고, 역사 속에서 이뤄졌던 개혁의 성과들뿐 아니라 개혁 운동들이 특정 시점에 길을 잃게 된 과정까지 살펴보고자 한다"며 "그 과정에서 현재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기획은 세속사를 전공하는 역사가들과 교회사가들이 협력하여 진행하게 된다"며 "교회사와 세속사를 분리시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적 안목으로 적극 통합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강좌는 매년 봄과 가을 12주간 진행돼 오는 2018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홍성사는 해당 강좌 내용들을 각각 책으로 엮게 된다.

2016년 가을학기 첫 강좌는 로마 건국에서 6세기까지를 다루게 되는 김덕수 교수(서울대 역사교육과) '로마와 그리스도교'이다. 이후 박흥식 교수가 '그리스도교 세계의 안과 밖'이라는 이름으로 게르만 대이동에서 종교개혁 직전인 15세기까지를 강의한다. 박흥식 교수와 황대현 교수(목원대 역사학과) 16-17세기 '종교개혁에서 종교전쟁으로: 종교개혁은 왜 길을 잃었는가?'를 맡았다.

또 18-19세기는 윤영휘 교수(광주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 연구)가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 부흥 운동, 세계 선교 그리고 세속주의', 20세기는 배덕만 교수(느헤미야 전임연구원)가 '세계화 시대의 그리스도교: 성령, 해방 그리고 하나님나라'를 각각 강의하게 된다.

▲김덕수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덕수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지난 20일 열린 홍성강좌 첫 시간에는 40여 명이 참석해 강연을 청취했다. 이날 김덕수 교수는 '로마 건국과 왕정 시대: 신화에서 역사로'라는 주제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 관련 영화나 문학 작품 등의 예를 들어가며 상세하고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김 교수는 "19세기까지만 해도 '그리스 신화'는 옛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19세기 말 하인리히 쉴리이만이라는 독일 사람이 트로이 유적지를 발굴해 그 역사성을 증명했다"며 "'로마 제국의 시작'은 파괴된 트로이에서 나온 한 사람, 아이네아스로부터 시작되는데,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단지 신화가 아닐 뿐 아니라 우리 역사가 거기서부터 비롯됐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마 제국의 시작에 대해서는 B.C. 1세기 서사시인으로 로마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는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 12권에서 담아내고 있다.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아이네아스는 트로이에서 패하고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Latium)까지 유랑을 떠나게 되는데, 아이네이스 앞 6권은 그에 대한 이야기이고 뒤 6권은 라티움 정착 이후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아이네아스의 16대 후손이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이다. 김 교수는 건국 이후 244년 간 왕들이 통치하는 이야기까지를 들려줬다. 그는 "왕들은 대개 불행한 최후를 맞았으나, 왕정 시대는 로마 국가의 기초를 다지고 이후 팽창의 원동력을 얻게 된 때"라며 "이후에는 더 이상 왕을 뽑지 않는 공화정 시대가 시작된다"고 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좌 시작에 앞서, 정애주 홍성사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를 하기보다,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유지하면서 집중하여 각자 자신의 '질문'을 만드셨으면 좋겠다"며 "바라기는 이 강좌가 지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이 첫 주자이시니, 강좌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고 협조해 주시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홍성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2016년 가을학기에 계속될 강좌 '로마와 그리스도교'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가 로마가 통치하던 지중해 세계를 종교적으로 통일하는 과정과 의미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우선 로마가 건국 신화에서 왕정기, 공화정기를 거치면서 지중해 세계를 통일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탄압당하던 그리스도교가 공인받아 국교가 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또 동·서로마 분리 후 게르만족 이동으로 서로마가 해체되고 권력 공백 상태에서 로마 교황이 게르만족을 그리스도교화시키는 과정, 유스티니아누스 때 황제교황주의적 전통의 동로마(비잔티움 제국) 교회가 성립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즉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리되면서 로마 교회와 콘스탄티노폴리스 교회가 각각 동·서유럽을 그리스도교화시키게 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로마의 그리스도교화' 못지 않게 '그리스도교의 로마화'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살피는 것.

강의는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면서 명령하신 선교의 사명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실현됐으며, 로마의 그리스도교화 과정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반대로 그리스도교의 로마화에서 그 실상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궁극적으로는 복음의 순수성과 거룩성에 대해 상고해 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강좌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합정동 양화진책방에서 진행된다. 김덕수 교수는 이후 '로마 공화정의 형성과 지중해로의 팽창', '로마 종교와 그리스도교', '그리스도교의 공인과 국교화', '신약성경, 교리 논쟁과 공의회', '로마 제국의 분리와 그리스도교 세계의 양분화', '로마의 그리스도교화, 그리스도교의 로마화' 등의 제목으로 강연을 이어간다.

문의: 02-333-5161(내선 600), eun@hs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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