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 선정 ‘2016년 한국교회 10대 뉴스’
병신년(丙申年) 한 해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면서 저물어 간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내년 2017년은 좀 더 희망찬 소식으로 가득하길 기도하면서,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 기독교계를 결산·평가하기 위해 크리스천투데이는 10대 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한다.
1.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그리고 교계
명실상부한 올해 국내 최대 뉴스. '기독교 대학'인 이화여대 입시 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민간인이자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부터 각종 이권사업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손을 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그 전모가 드러나면서, 겉잡을 수 없이 파문이 번졌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자괴감으로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나섰고, 박근혜 대통령은 3차례 대국민 사과에도 입법부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손발이 묶인 상태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는 기독교계에도 큰 파장을 던졌다. 최순실의 부친이 영세교 교주이자 목사안수를 받은 최태민 씨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독교계는 사이비 이단이 사술(邪術)로 대를 이어가며 수십 년간 한 영혼을 옭아맨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더불어 국가조찬기도회를 비롯해 국가와 교회의 관계 설정에 대한 신학적 논의도 로마서 13장을 중심으로 이슈가 됐다. 이 사건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내년에도 '10대 뉴스'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 기독 정당 총선 도전... '0.36%차' 원내 진입 실패
지난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기독 정당이 또 다시 원내 진입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기독 국회의원들이 전체 의석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당론'의 벽에 막혀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나 할랄식품클러스터 추진 등 기독교 정신 또는 성경에 어긋나거나 반대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계 지도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기독 정당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현역 2선의원인 이윤석 전 의원이 입당하면서, 기독자유당은 비례대표 '5번'을 부여받아 원내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동성애·이슬람 저지'를 기치로 성도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으나 2.64%(약 62만 표)에 그치면서, 비례대표 당선 최소 득표율인 3%의 벽을 깨지 못했다. 이는 기독 정당 사상 최고 득표율이었으나, 또 다른 '기독당'이 득표율 0.54%을 가져가면서 결국 '분열'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용민 당시 야당 후보가 기독교를 폄훼해 결국 전체 선거 패배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나, 이번에는 표창원 당시 후보의 '기독교 나치' 발언을 비롯해 '동성애 5적'까지 발표됐음에도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앞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한 파키스탄 무슬림 출신 귀화 남성이 비례대표 후보로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3. 예장 통합 총회, 특별사면 논란
예장 통합 총회에서 제100회기를 맞아 성경의 '희년' 실천의 차원에서 김기동·故 박윤식·이명범·변승우 등 이단 규정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선포했으나, 교단 안팎의 강력한 반발로 이를 철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채영남 당시 총회장은 '화해와 특별사면'을 즈음한 담화문에서 "이단을 해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단적 주장과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그 동안 우리는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어떤 경우에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 측면에서 우리와 같이 성경과 기독교를 믿고 고백하는 교리에 근거한 형제들까지 이단과 사이비로 정죄하고 담을 쌓고 지내왔습니다"는 등, 그간 교권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일부 기형적 이단 정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제101회 총회 직전, 열흘 만에 이단에 대한 특별사면 선포는 철회됐다. 총회 임원회는 "교단을 염려하시는 증경총회장들의 권면을 적극 수용하여, 제101회 총회의 화평하고 거룩한 개최를 위해 총회장의 이단 사면 선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4일 후 열린 교단 총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이 재확인되면서, 한국교회 최초의 '이단 사면'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사면됐다가 철회당한 당사자들은 강력 반발해 사회법에 '철회 취소'를 청구한 상태다.
4. 잇따라 불거진 목회자 성추문
'역대급 더위'였던 올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 사건은 한 청소년 선교단체 대표의 성추문이었다. 이 대표는 한 언론이 제기한 '여고생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사역 초기에 범한 죄가 맞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즉각 대표직을 사퇴했다. 해당 교단 노회도 '면직 및 수찬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한 달 후인 9월에는 '이주노동자의 아버지'로 불리던 한 목회자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여 사역이 중단됐으며, 12월에는 한 60대 아프리카 선교사가 현지에서 20대 선교사를 성폭행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이 외에 SBS 한 시사고발 프로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들의 성추문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교계에서는 반복되는 성추문 사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5. 퀴어축제 등 각종 동성애 문제
상징적 장소인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성애자들의 '난장'인 '퀴어축제'가 열려 많은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교계와 시민들은 퀴어축제 장소 인근에서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동성애 문제는 1년 내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커밍아웃'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서울대학교에서 당선된 것을 비롯해, 연세대 총여학생회장과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 등에 동성애자가 당선됐다.
법률 부문에서는 인권위법을 제외하면 아직 동성애 확산 분위기는 아니었다. 군 동성애 처벌 조항과 성매매를 처벌하는 특별법안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유지됐고, 김조광수-김승환 씨의 '동성결혼 신고'에 대한 관할 구청의 접수 거부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일명 '박경미법' 등 각종 법안에서 '성적지향'이나 '다양한 가족형태'라는 교묘한 언어로 동성애를 확산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국민들의 반대로 대부분 무산됐다. 그러나 TV 등 대중문화에서는 갈수록 동성애를 '쿨'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6. 한기총-한교연 통합 난망
한국교회 연합기관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간의 통합' 문제가 지난 8월 말 '7인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화됐지만, 연말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추진위원 숫자만 7명에서 9명, 11명으로, 다시 9명으로 늘였다 줄였다를 반복했고, 최근에는 한교연이 거의 통합 논의에서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의사소통 또는 의견 조율 없이 11월 30일로 데드라인을 정하거나, "성탄 선물로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발표하는 등 좌충우돌하기도 했다. 이는 통합의 주체인 양 기관 대신 친목단체에 불과한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로 합치려다 하나가 늘어나는 '제3의 단체 출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 종교개혁 500주년 준비와 이신칭의 논쟁
내년 2017년은 독일의 평범한 수도사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며 종교개혁 운동을 시작한지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각 교단과 단체, 신학계 등은 몇 년 전부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해 결과물들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각 기관들의 이러한 사역을 점검하고 비교하는 세 차례 대화마당을 열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마르틴 루터의 '슬로건'이자 종교개혁의 핵심 가치였던 '이신칭의(以信稱義·오직 믿음으로만 구원받는다)' 교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김세윤 박사의 주장과, 이에 반박해 정통 교리를 수호하려는 학자들의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 '칭의론 논쟁'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8. '쇼미더머니5 우승' 비와이 열풍
당당하게 '신앙인으로서의 삶, 삶으로 나타내는 신앙'을 대중가요 가사(랩)에 녹여내고,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해 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기독교를 간지나게 만든 래퍼' 비와이는 지난해 케이블 음악 채널 Mnet '쇼미더머니4'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더니, 올해 '쇼미더머니5'에서 경연마다 화제를 몰고 오면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SNS에는 "비와이 주님 간지 래핑에 빠져 교회 가볼까 고민 중"이라는 간증(?)이 넘쳐났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힙합이라는 장르는 대중문화 전문가 윤영훈 교수의 표현대로 '돈과 쾌락,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힙합계에서 그의 메시지는 지나칠 정도로 진지했고, 발표곡들마다 신앙에 근거한 인생의 가치관을 선언하듯 쏟아냈다'. 비와이의 등장은 영국의 U2나 미국의 벤 E. 킹처럼 성숙한 기독교 세계관과 음악적 역량으로 세상을 향해 노래하는 롤 모델이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비와이는 신곡 발표뿐 아니라, 최근 연말 시상식에서 잇따라 신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9. 계속된 IS의 테러와 국내 할랄식품 논란
IS(이슬람국가)의 잔혹한 테러는 올해도 계속됐다. 6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로 50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으며,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130명의 희생을 남겼던 프랑스에서는 올해 7월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대형트럭 한 대가 축제 중이던 군중을 덮쳐 77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무슬림 지역인 파키스탄 이슬람 사원과 아프가니스탄 카불, 터키 아타튀르크와 이스탄불에서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독일에서는 7월 18일 뷔르츠부르크에서 10대 난민이 도끼를 휘두른 데 이어, 4일 후 18세 이란인이 뮌헨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지난 12월 19일 베를린 유명 관광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대형 트럭이 돌진해 12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IS는 우리나라를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하면서 공포심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내 지자체 여러 곳에서 추진 중이던 할랄식품클러스터는 취소됐다. 올해 초에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알라가 (정치신학적으로) 같다'는 내용의 책 <알라>가 논란을 몰고 오기도 했다.
10. 트럼프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경제불황과 IS의 테러 등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포퓰리즘적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EU 탈퇴를 놓고 실시한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탈퇴 파가 승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됐으며, 기업인 출신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선 공화당 경선에서 압승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준비된 여성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로써 국제정세는 내년 한층 불확실성에 내몰리게 됐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은 복음주의권의 지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 오바마 정권에서 잇따라 통과된 '반기독교적 정책 및 법안'을 체험한 복음주의자들이, 다음 정권에서 뽑게 되는 '대법관 1명'의 중요성 때문에 대거 트럼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우리나라와 기독교계에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타
이 외에도 최근 기독교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123만 명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발표를 비롯해 도로점용 관련 소송과 총신대 신대원의 '편목 합격 무효 통보'로 사면초가에 몰린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존엄사법 통과와 줄기세포 연구 허가 등 생명윤리 관련 이슈들도 눈길을 끌었다.
또 총신대 김영우 총장의 부총회장 출마 등 논란, 소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본격 시행으로 달라진 풍속, NCCK의 '한반도 평화조약' 주장에 대한 평신도 단체들의 반발, 신학교수의 여중생 자녀 시신방치 사건, 북한 보위부에 의한 조선족 한충렬 목사 피살과 북한에 억류된 한인 목회자·선교사들의 미복귀, 세계선교학회 국내 개최, '한인 선교사들의 올림픽' 한인세계선교대회 개최, 기독교사회복지 엑스포 2016, 알파고의 완승으로 제기된 인공지능 시대 기독교의 역할, 교회학교의 계속된 감소, 경주 지역 지진으로 교회 및 성도들 피해, 리우 올림픽 태극전사들 활약과 종자연의 기도 세리머니 딴죽, T. B. 조슈아 목사의 집회 지각 논란, 춘천중앙감리교회 큰 불, 주기철·김재준, 합동·통합서 각각 복권 등이 2016년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