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진정한 소통, ‘사실’보다 ‘감정’으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사교육 1번지서 ‘잘 풀리는 아이들’ 분석한 유하워드 원장

▲저자 유 하워드 씨가 자신의 책을 들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저자 유 하워드 씨가 자신의 책을 들고 있다. ⓒ이대웅 기자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유명 영어학원에서 지난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쳐 온 유하워드 교사는 '신기한 일(?)'을 발견했다. 어릴 적 신동이라 불리던 아이들 중 나이 서른을 넘기며 남들의 기대에도 못 미치고 스스로도 불행해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과거에는 누가 봐도 부족하거나 평범한 아이였으나 나이 서른 이후에 주위를 놀라게 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

유 교사는 이 '기이한 일'을 겪으며, '잘 풀리는 아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라는 커다란 질문을 갖게 됐다. 물론 여기서 '잘 풀린다'는 의미는 성공보다 큰 '성취', 행복을 초월하는 '만족'을 의미한다. 대치동 이전 시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총 23년간 1만여 명의 다양한 연령대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는, '어릴 적보다는 30대 이후가 아름다운 삶'에 3가지 원리가 숨어있음을 발견했다.

첫째는 '원판보존의 원리'로, 이 원리는 자녀가 창조주께 지으심 받은대로 재능과 가능성이 잘 풀림을 말한다. 교육(敎育)이 교욕(敎慾)으로 변질돼 창조주가 빚은 원판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덜한 경우이다. 둘째는 '하통부통의 원리', 즉 하나님과의 영적 소통 및 부모와의 감정소통이 잘 풀림을 뜻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존감이 건강하고, 대세에 기죽지 않으며 남들과 비교하지도 않는다. 셋째는 '사공균형의 원리'로, 사교육과 공교육을 균형 있게 풀어냄을 의미한다. 사교육 현장에 대단한 것 없고, 공교육 현장도 소문만큼 열악하지 않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공부 안 시키고 자기가 좋아하는 재주 하나 제대로 익히면 된다.

이런 내용을 담아 펴낸 책이 지난해 나온 <잘 풀리는 자녀의 비밀>이다. 유 교사는 이 책을 낸 후 자신이 몸담고 있던 학원에서 나와야 했다. '사공균형의 원리' 등이 곱게 비칠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대치동 eMAX 영어학원 원장이 됐다. 그를 교사에서 원장으로 만든 '문제작'에 대해, 대치동에서 개원 준비중인 학원에서 지난 달 저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무엇인지요.

"입시 분위기와 성적에 너무 심하게 휘둘리는 모습입니다. 단기적으로 좋은 성적이 나왔다 해서 학생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해도 삶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독교인 부모님들마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금만 넓게 바라보면 우리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분명 있을텐데, 그 계획을 궁금해하고 기대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기준 때문에 평안을 잃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성적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이를 향한 그 이상 하나님의 큰 그림이 무엇인지 보기 위해 발을 굴렸던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 부모님들은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았나요.

"학원가에서 만난 분들은 거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교회 평신도 사역을 하면서 들어봐도, 공부를 못 했거나 좋은 대학을 못 가서 열등감이 남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그것이 결코 열등감을 느껴야 할 이유가 아닌데 말입니다. 내 아이가 공부를 못했다거나, 좋은 고등학교나 외국 유학을 못 가서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하고 숨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게 절대 중요하지 않은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좋은 대학 진학과 하나님의 그림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엄밀히 말해 대부분 무관합니다. 교육현장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아직까지 획일화되고 주입식 교육입니다. 이러한 교육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어도,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 이공계 교수들이 2-3년 전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만 치중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모방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는 문서를 공식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상시하는 '서울대'의 현실이 이러합니다. 이런 대학을 나와서 과연 지금 4차 산업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이 생각하는 수재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재의 기준은 다릅니다. 지금은 과거 산업발전기와 다른 측면의 수재가 필요합니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그러한 수재가 길러지고 있을까요?

서울대에서 'A+' 학점 받은 학생들의 특징이 '교수들이 하는 대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암기하는 것'이라는데, 암기야말로 로봇이 가장 잘 하는 영역입니다. 로봇은 지금 전 세계 모든 의학 서적을 5분 내에 다 읽고 약 처방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수술에도 참여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지금처럼 획일화된 교육 환경을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 대한민국에 뚜렷한 대안이 없기에 본인의 사명에 충실하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거기에 모든 삶을 걸 만한 가치는 없어 보입니다."

-신동이라 불렸지만 서른 살 이후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그런 건가요.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 다니고 취업을 잘 해서 행복한 아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여성잡지가 만들어 낸 신화입니다(웃음). 그런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에 입사했다고 합시다. 그것이 끝일 줄 알았는데, 거기서 다시 무한경쟁이 시작됩니다. 이를 스스로 이겨내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영성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영성에 대한 부분을 등한시한 아이들일수록 그들이 붙잡는 세상의 것들이 그들 자신을 늩에 빠뜨려 버립니다.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또 다시 임원을 놓고 싸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래서 영성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헬리콥터 맘, 잔디깎기 맘'이라고 책에서 표현했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매달린 나머지,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20-30대 자녀들이 취업하고 난 뒤에도, 엄마가 그들의 직장환경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어떤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엄마에게 물어보더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직접 경험했습니다. 제자가 하는 치과에 치료받으러 갔는데, 어금니를 뺄지 신경치료로 대체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저는 빼는 게 좀 그래서 신경치료를 하자고 했습니다. 결국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더라고요.

이렇게 뭐든지 엄마에게 물어보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너무 많이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학원에서 교사에게 휴가를 주지 않았더니, 그 부모가 찾아왔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이 의존하게끔 만든 것입니다. 그 '탯줄'을 빨리 끊어야 합니다. 적어도 대치동에서 제가 본 아이들은 엄마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워주고 공부 방법을 다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이건 아닙니다. 그래서 '내 아이가 30이 됐을 때'부터 바라보는 '거꾸로 관점'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도 아이들이 반항하지 않는다고 책에 적혀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도 없나요.

"상당 부분은 부모가 권위로 윽박지르거나 밀어붙이고, 아이들은 또 거기에 잘 길들여져 있습니다. 이곳 대치동의 부모들은 왜 그럴까요. 책 1장에 그에 대해 썼습니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자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지요. 하지만 저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신학부터 시작해 경영학, 교육학까지 공부했지만, 한 번도 이를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지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교육은 '취업'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대치동에 와서 놀란 것은, 초등학생들에게 '왜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좋은 직장 구하려고요'라고 대답합니다.

요즘 교육은 무조건 '취업 준비'를 상징하는데, 이건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공부는 답이 아닙니다. 미국은 아이들이 중학교 2-3학년이 되면 파트타임 직장을 구해 자기 길을 갑니다. 미국에서 '대학 안 갈 사람' 하면 상당수 아이들이 손을 들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현실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큰 그림을 보면 뒤에서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계실텐데, 그만큼 우리 믿음이 나약해진 증거가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자신도 하나님에게 헌신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옛날만큼 힘든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지금도 일자리가 많아서 외국인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나라입니다."

-부모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부모님들은 너무 절박하고 급한 마음이 있어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많겠지만, 말씀하고 싶은 만큼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면, 죽기 전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다 압니다. 주위 사람들 다 아는데, 부모님들만 모르십니다.

부모가 너무 권위적이고 생각이 대나무처럼 곧으면,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공간이 없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책에 故 이민아 목사님 이야기를 잠시 썼는데, 그 분도 변호사였지만 50세까지 아버지께 '자기 변호'를 못 하셨습니다. 이 목사님이 자신의 책에 남겨놓은 내용을 허락 받아서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은 만큼, 듣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특히 '사실'보다는 '감정'을 소통하려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님 말씀 다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 잘 알고 있지요. 정보화 시대 아닙니까. 어른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뿐이지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내 편인가,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는가'입니다.

요새 아이들이 학교 생활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왕따 문제에, 취업 걱정에, 전공 걱정에, 대학 입시까지.... 그때 '누군가 네 마음을 들어주고 있다'고 알리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 역할을 부모님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부모 되신 하나님께서도 우리 마음을 들으려고 노력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봐도 우리 하나님이 '신학적으로 딱딱하게 잔소리 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 하시며 감정적으로 들어 주셨습니다."

-책에 못 다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용서'라는 말입니다. 부모님들이 자기 자신부터 용서해야 합니다. 교육에 매달리는 부모님들의 상당수가 아이에게 잘 못 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사교육이라도 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시지요. 그러나 상황을 그렇게 보는 자신을 용서할 때, 아이에게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부모의 노력이 곁들여져 아이가 성공했다 해서, 우쭐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가 잘 됐다면, 하나님께서 그 자녀의 앞길을 열어주셨기 때문 아닐까요? 그것을 부모의 공으로 여긴다면 바로 우상이요, 하나님에 대한 '월권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너무 못 해서 아이가 안 됐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아이와 하나님이 함께 해결해야 할 몫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종합적인 계획을 불신해선 안 되겠습니다. 부모가 스스로를 용서해야 하고, 아이만 게속 쳐다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부모에게서 독이 나옵니다. 아이도 용서해야 합니다.

특히 사교육 현장에서 보면, 사교육을 매도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사교육 종사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아니지만, 궁극적인 이유를 사교육이나 공교육 현장에서 찾으려 해선 안 됩니다. 교육 종사자들과 학교 관계자들도 용서해야 합니다. 고통과 실패에 대한 원인으로 '희생양'을 찾고 그것을 마음에 품을수록, 자기 자신을 칼로 베는 것일 뿐입니다.

나아가 제도가 바뀌면서 희생양이 된 아이들이 많습니다. 수능이다 뭐다 준비했는데, 제도가 바뀌어서 국가나 정부, 교육청에 대해 큰 불신이 쌓여 있습니다. 그것마저 용서해야 합니다. 공부 이야기를 벗어나면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친구를 용서해야 나도 살 수 있습니다. 용서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전문가이시니 영어교육의 '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영어 교사이지만, 영어가 '모두 다 해야 하는 과목'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부모님들은 그렇게 생각시지요.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영어 잘 하는 사람을 고용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고용이 힘들면 협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에 대해 아이들이 소질을 보인다면, 우리나라 사교육 현장도 꽤 믿음직하다고 봅니다. 왠만한 미국 유학이랑 견줘도 비슷합니다. 단,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 아이도 해야 한다'는 건 좀 아닙니다.

언어는 어릴수록 빠릅니다. 영어를 계속 들려주면 좋습니다. 하지만 '영어만' 들려주는 것은 문제입니다. 조기유학 오는 아이들 중에 언어적 깊이가 되지 않아 곤란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잘 해도,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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