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신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 속에 존재한다” 강조
이어령 박사(초대 문화부 장관)가 AI(인공지능) 시대의 종교에 대해 "신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 속에 존재한다"며 "신의 유무를 떠나 믿음이라는 세계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2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에게는 지능지수를 뜻하는 'IQ', 감성지능을 의미하는 'EQ'가 있듯 영성지능을 뜻하는 'SQ'도 있다"며 "신을 믿든 안 믿든, 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SQ"라고 밝혔다.
또 "예수가 2천년 전 인물인데, 그때 신봉했던 과학은 모두 변했지만 예수가 한 말은 여전히 살아 있지 않느냐"며 "부처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SNS에 대해선 "양자역학의 장(場) 이론(field theory)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얌전하던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경쟁심 때문에 난폭해지는 경우가 있듯, SNS라는 장에 들어가면 그 사람의 본성은 사라지고 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힘에 의해 다른 인격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이제 인간에게는 두 개의 분열된 공간을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겨졌다"고 평가했다.
'어두운 미래'에 대해선 "우리는 항상 위기 속에서 지내왔지만, 한국인들은 내일은 이야기 안 해도 모레는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며 "한국어에는 '내일(來日)'이 없다. 내일은 순우리말이 아닌 한자로, 관념적으로는 있었지만 일상용어는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레, 글피, 그글피는 순우리말로, 이처럼 우리는 언제나 먼 미래를 이야기한 민족"이라며 "가장 어두울 때 새벽이 오듯, 내일이 어둡기에 남들이 못 보는 모레, 글피, 그글피를 생각했던 민족이다. 늦지 않았다. 당장 내일이 어둡다고 해도 모레는 있으니까"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어른들이 살았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그렸으면 좋겠다"며 "내가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는 '독재'적 생각과 내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독선'적 생각을 뛰어넘어, 이제는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