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회 발표
"우리는 인간의 보편 가치와 서정성을 노래한 윤동주를 넘어, 이제 일제 암흑기를 불운하게 살다 별빛처럼 스러진 저항적 시대 예언자로서의 윤동주를 다시 만나야 한다."
저항시인이자 기독 청년이었던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회가 2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사장 소강석 목사)과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 주최, 한국문예창작학회와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후원으로 열린 학술회는 1부 행사와 2부 학술회 순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 개회사를 전한 소강석 목사(시인, 새에덴교회)는 "윤동주 시인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서정적 사랑을 순수하게 표현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그래서 일본 사람들 중에서도 시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욱 좋아하는 것은 시 속에 저항정신과 시대혼을 담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언뜻 보면 윤동주는 청록파 시인들처럼 시대 저항과는 아무 상관없이 하늘과 바람과 별을 바라보며 순수한 서정성만을 노래한 것처럼 볼 수 있으나, 그가 바라본 별은 다른 시인이 바라본 별이 아니고 그가 바라본 바람은 다른 시인이 바라본 바람이 아니다"며 "단어 하나 하나, 시구 하나 하나에 시대의 혼과 아픔이 담겨 있고,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이 깊이 박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인은 시를 통해서만 저항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본 유학 시절 독립운동의 주모자로 잡혀 후쿠오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생체실험 주사를 맞고 죽음을 당했다"며 "그러니까 윤동주 시인은 불운한 시대에 태어나 비극적 삶을 살다가 죽은 우리 민족의 대표자요, 애처로운 그림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동주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의 아픔이 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시대적 아픔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픔처럼 느껴진다"며 "윤동주라는 이름으로 별을 보면 그것은 예사로운 별, 자연의 별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저항의 별, 희망의 별, 구원의 빛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이번 학술회가 윤동주에 관한 표면적 해석을 넘어 입체적이고 심층심리적 연구들이 시작되는 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윤동주를 만나게 하여, 우리의 참된 자화상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2부 학술회에서도 마지막 연사로 나서 '저항적 시대 예언자로서의 윤동주'에 대해 발표했다.
소 목사는 "지금까지 윤동주에 관한 연구를 보면, 대부분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자연의 서정성을 노래한 시인으로만 해석했다"며 "그러나 한 사람의 목사로서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그의 시 세계를 추적해 보니 윤동주야말로 민족의 아픔과 저항정신을 시로 표현한 저항적 예언자 시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고대 사람들은 시를 '언어예술' 이전에 신전에 임한 신의 이야기로 이해했고, 땅의 왕이 하늘 상제의 말씀을 받은 것, 곧 하나님의 말씀을 모신 성전이라고 했다"며 "이처럼 신탁을 받아 왕에게 하늘의 뜻을 전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가르쳐 주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었기에, 시인의 가슴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모실 수 있는 신전이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소강석 목사는 "그런 의미에서 윤동주는 예언자적이고 제사장적인 시인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가슴에 저항정신을 촉발시키고 독립운동에 보이지 않은 꽃씨를 뿌렸다고 할 수 있다"며 "그리고 그의 시에 담긴 저항정신은 철저하게 어릴 때부터 배우고 체득해 왔던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 의식이라는 기독교 신앙과 가치에서 발화했다"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그가 태어난 명동촌은 당시 우국지사들과 선각자들이 모였던 총 집합 장소였고, 할아버지 윤하현은 부유한 유지로서 독실한 장로이자 선각자였다"며 "그래서 윤동주는 할아버지가 선바위 아래서 독립투사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것을 보고 자랐고, 외삼촌 김약연은 명동촌에 학교와 교회를 세운 목사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서시를 예로 들면서 "대부분 보편적 인간애와 사랑의 가치로만 알고 있지만, 암울한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민족을 향해 시대의 저항정신을 표현한 것"이라며 "그는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 싶어했으나, 그의 삶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나라를 잃어버린 민족의 지성인으로서 스스로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래서 시인은 섬세하고 순혈적 자세로 '별을 노래하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죽어가는 민족과 백성, 죽어가는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을 끌어안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를 오늘의 괴로운 현실과 시련이 차갑게 스치고 지나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 '십자가'에 대해선 "십자가는 고난의 상징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더 많은 고난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만약 자신에게 그 고난의 영광을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아낌없이 자신의 꽃처럼 피어나는 젊음의 피를 어두워져가는 하늘 밑, 민족의 제단에 드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그는 결국 그의 시 서시와 십자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다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쏟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에서 소강석 목사는 "그는 후쿠오카 감옥에서 마지막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던 애국 저항시인이었고, 그 바탕에는 어린 시절부터 굳건하게 퇴적되어 온 기독교 사상과 정신이 있었다"고 정리했다.
그는 "당시 반도에 있는 기독교는 아무래도 일제와 타협이 된 부분도 있지만, 윤동주가 살았을 당시 용정의 기독교는 순혈주의적 신학과 신앙의 순결에 목숨을 걸었던 전혀 때묻지 않은 기독교였고 여기서 윤동주가 자랐다"며 "그러므로 그의 신앙도 순수했을 뿐 아니라 시를 쓰는 영성,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도 깊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 목사는 "우리가 윤동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날 때, '이 시대를 사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참된 인간의 자화상과 민족의 정체성까지 회복시켜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이 외에 1부에서는 대회사 문효치 이사장, 시 낭송 김서령(포엠아티스트), 2부 학술회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강희근 명예교수(경상대, 시인)를 좌장으로 류양선 명예교수(가톨릭대)가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종말론적 희망', 송희복 교수(진주교대)가 '윤동주에 관한 비평적 관점의 확대와 심화', 이승하 교수(중앙대)가 '윤동주의 동시, 그 역사의식과 민족정신'을 각각 발표했다. 토론에는 양왕용 시인(부산대 명예교수), 이혜선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김창완 시인(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장), 정성수 시인(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