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서평] ‘Liberal Protestantism and Science(자유주의 개신교와 과학)’
기독교와 과학 간의 관계는 버트런드 러셀('종교와 과학')이나 리처드 도킨스('만들어진 신') 등과 같은 학자들을 통해 희화화되는 경우가 잦다. 20세기 기독교의 과학 수용에 대한 서술도 창조과학, 지적설계, 진화적 유신론 등으로 단순하게 그려질 때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현대인이자 동시에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하기 위해 고민했던 신학자들은 없을까?
본서는 그린우드(Greenwood) 출판사에서 'Greenwood Guides to Science and Religion'이라는 명목의 시리즈로 출판된 책 중 한 권이다. 미국 커리컬리지(Curry College) 종교 및 철학 교수인 저자 리슬리 머레이는 본서에서 자유주의 개신교와 과학간의 관계를 추적하며, 계몽주의부터 출발해 현대 신학자들에 이르기까지의 논의와 반응뿐 아니라 과학과 대화를 추구한 신학자들의 모델들을 분석한다. 총 6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책 부록에는 본문에 등장하는 중요한 학자들의 글 일부를 발췌하여 수록하고 있다.
◈종교의 역할, 축소되다
리슬리 머레이는 과학의 시대, 이성의 시대, 낭만주의 등은 비슷한 시기에 시작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과학의 시대' 출발은 단순히 과학적 발견이 아닌 과학적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시대정신을 적극 수용한 신학이 자유주의 신학이다.
초창기 과학 시대 사상가들은 종교보다 인류의 진보 및 이성을 신뢰했고, 신의 개입이 이뤄지는 세계가 아닌 기계적 세계관을 믿었다. 또한 종교의 역할은 정치에서도 축소됐는데, 이러한 사고의 변화 원인을, 저자는 '종교 전쟁'으로 본다.
한편 계몽운동에 대한 반응으로 낭만주의가 일어났고, 그 낭만주의의 뿌리는 스콜라주의에 반대했던 경건주의이다. 동시대적이지만, 낭만주의는 계몽운동과 달리 초점을 인간의 이성이 아닌 정서에 둔다. 또한 낭만주의는 여느 계몽운동가들처럼 세계를 기계가 아닌, 창조적이고 유기적인 무엇으로 보았다. 자유주의 개신교는 위와 같은 계몽운동과 낭만주의의 자녀이다.
자유주의 개신교는 그 이후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적극 수용하며 과학과 신학의 관계를 정립해 나갔다. 다윈의 이론은 문자적 성경 해석, 특히 창조 기사 해석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유대교에서는 본래 풍유적 해석을 즐겼다. 가장 큰 심각성은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감각의 제거였다. 이는 인간 중심으로 형성된 19세기 빅토리아 문명에 대한 위협이기도 했다.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은 우주에 내재한 신의 목적도 훼손시켰다.
◈다윈주의: 헨리 드루먼드와 리먼 애봇
이런 다윈주의를 포용한 자유주의 개신교인은 헨리 드루먼드(Henry Drummond)이다. 그는 성령의 율법(Laws of Spirit)을 자연 법칙(Laws of Nature)과 동일시했다. 인간은 우주 진화 과정 중 출현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드루먼드는 생명체가 생을 위한 투쟁뿐 아니라, 다른 생명을 위한 투쟁이라는 기본적 기능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진화와 이타주의를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드루먼드는 "진화 과정이 곧 하나님의 성경 중 한 권(evolutionary process itself serving as one of the Books of God)"이라 생각했고, 그러므로 진화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지표일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다윈주의를 포용한 또 다른 자유주의 개신교인은 리먼 애봇(Lyman Abbott)이다. 애봇도 자연 법칙을 영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는 폭군이나 봉건적인 신 모델을 제거하려 노력했고, 자연 속에서 성장과 진보를 이루는 신을 내세웠다. 그는 "성경 그 자체도 진화, 즉 자연 선택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애봇은 '창조-타락-구속'이라는 전통을 거부했고, 진화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는 영적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죄'란 영성을 버리고 회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애봇은 신과 인간 사이에 연속성이 있다면 둘 사이에 '본질적 차이란 없고', 예수와 다른 인간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차이(a matter of degree and not of kind)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봇은 역사의 목적을 인류가 신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보았다. 한편 형이상학 클럽(Metaphysical Club) 멤버였던 존 피스케(John Fiske)는 신을 우주에 내재한 정신(indwelling spirit of the universe)으로 본다면,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사회복음: 워싱턴 글래든과 월터 라우센부쉬
적자생존 등을 사회 개념으로 정당화하는, 사회 다윈주의를 수용한 사람들도 일부 있었는데, 그들을 비판하고 나선 자유주의 개신교인들이 바로 사회 복음운동가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워싱턴 글래든(Washington Gladden)과 월터 라우센부쉬(Walter Rauschenbush)다. 특히 라우센부쉬는 사회복음의 대명사와 같다. 그의 신학적 뿌리는 알브레히트 리츨이다. 라우센부쉬의 핵심 개념은 '연대(solidaristic)'이다. 라우센부쉬에게는 '하나님 나라'야말로 히브리 정경과 예수의 메시지였다. 일부 죄의 개념을 버리려는 자유주의 신학자들과 달리, 그는 신학이 '사회적 죄(반-연대적 마음)'를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 리슬리 머레이에 의하면,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있어 20세기 전반에는 시카고 학파가 자유주의 개신교에 영향을 미쳤고, 20세기 후반 및 21세기 초에는 과정 사상이 자유주의 개신교에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 학파: 조지 포스터, 쉐일러 매튜스 등
과학과 종교를 수렴한 이들 중 '시카고 학파(경제 및 정치 영역의 그 시카고 학파와 혼동 금지)'가 있다. 시카고대학교는 록펠러의 기부로 미국 침례 교육위원회(American Baptist Education Society)에 의해 설립됐다. 이 학교는 기독교를 굳어진 영구적인 무엇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창의적으로 스스로를 해석한 운동으로 가르쳤고, 자연 과학뿐 아니라 사회 과학을 기독교 해석에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 시카고 학파 학자인 조지 버먼 포스터(George Burman Foster)는 신존재 증명은 유효하지 않고, 예수가 가르친 것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가르쳤고, 하나님은 우주의 이상적 성취능력에 대한 상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은 쉐일러 매튜스(Shailer Mathews), 제럴드 버니 스미스(Gerald Birney Smith) 등이 있다.
또 주요 자유주의 개신교인 두 명이 있는데, 바로 해리 애머슨 포스딕(Harry Emerson Fosdick)과 더글라스 클라이드 매킨토시(Douglas Clyde Macintosh)이다. 이들은 모두 진화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초자연성을 거부하며 하나님의 내재성을 새로운 신론으로 내세우면서 그러한 하나님 이미지를 정치적 이상(즉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과 연결짓고 인류의 사회적 평화를 추구했다.
◈자유주의와 신정통주의
저자 리슬리 머레이에 의하면, 이러한 자유주의 개신교의 낙관적 전망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 그 자체와 아돌프 폰 하르낙의 선전이라는 행위로 무너졌고, 특히 칼 바르트(Karl Barth) 주도 하에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칼 바르트의 신학은 신정통주의라 불렸는데, 그 특징은 과학에 대한 맹목적 수용과 맹신을 거부한 것이다.
리슬리 머레이는 미국 대표적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를, 그가 비록 칼 바르트를 비판했을지라도 신정통주의자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니버도 바르트처럼 자유주의 개신교는 20세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버는 '진화에 대한 낙관'이라는 신화를 비판했고, 또한 현대 과학은 윤리에 의해 지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니버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다른 진리 영역이라는 것을 설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 시대가 지나가면서 1960년대 이후 낙관적 전망이 세계에 찾아왔고, 자유주의 신학은 신정통주의의 비판을 뒤로 한 채 다시 과학을 적극 수용했다.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와 과정신학자 옥덴
저자 리슬리 머레이는 이 신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를 과정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로 본다. 또한 화이트헤드를 급진적 경험론자로 분류하는데, 기존 근대 사상가들을 '객관적 사실을 중요시하는 자연주의자'로서의 경험론자라 한다면, 급진적 경험론자들은 '개인 체험과 감정을 중요시하는 낭만주의자'로서의 요소를 갖춘 이들이다. 예를 들면, 과학자라는 관찰자가 실험을 할 때 관찰자의 주관성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신정통주의가 무너지자, 급진적 세속 신학이 유행했다. 저자 리슬리 머레이는 바르트, 브룬너, 불트만, 니버 형제, 틸리히의 다음 자리를 '세속 신학'이 차지했다고 표현한다. 세속 신학의 극단적 형태가 사신(死神) 신학인데, 대다수의 사신 신학자들은 그저 모든 영역에서 신을 배제했을 뿐, 과학과 종교의 대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세속 신학자들에게 반응한 것이 과정 신학이며, 그 대표자 중 한 사람이 슈베르트 옥덴(Schubert Ogden)이다. 그는 신의 실재 확증을 위해, 실존주의와 과정 철학을 수용했다. 화이트헤드와 찰스 하트숀을 수용하는 그에 의하면 의미는 초월에 의지해야 하며, 그것은 단순한 미래가 아닌 영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3명의 과학자들
한편 과학자들도 세속 신학에 반응하며, 과학과 종교간 대화를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세 명이 있는데, 첫 번째 인물은 이안 G. 바버이다. 그는 진화와 양자물리학에 기초하여 뉴턴과 데카르트의 결정론적-기계론적 세계가 아닌 총체적이면서 유기적이며 세계를 주장했고, 화이트헤드의 급진적 경험론을 수용했다.
두 번째 인물은 L. 찰스 버크(L. Charles Birch)이다. 그도 신과 세계를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것으로 보았다. 세 번째 인물은 해롤드 K. 쉴링(Harold K. Schilling)이다. 그 역시 과정 철학을 수용하여, 신비와 미래에 중점을 두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설정했다.
◈과정사상연구센터 존 B. 캅 Jr.
리처드 오버만(Richard H. Overman)과 피터 해밀턴(Peter Hamilton)은 진화와 과정 철학을 수용한 신학자이다. 케네스 코덴(Kenneth Cauthen)과 같은 신학자도 진화, 양자물리학, 과정철학 등을 수용하여, 피조물의 성취의 자리에 신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과정 신학자는 바로 '과정사상연구센터(Center for Process Studies)'를 설립한 존 B. 캅 주니어(John B. Cobb, Jr.)이다. 존 캅 주니어는 결국 과학과 종교 문제를 생태적인 문제로 이끌며, '새로운 기독교' 즉 공동체 의식의 재현을 주장했다. 존 캅 주니어의 신학은 빈곤, 종교간 대화, 인권, 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생명 전체에 대한 통일된 비전을 그렸다.
◈필립 헤프너와 칼 피터스, 테드 피터스
한편, '자이곤(Zigon)'지를 통해 많은 과학을 수용한 신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표적인 신학자들이 필립 헤프너(Philip Hefner)와 칼 피터스(Karl Peters)이다. 헤프너는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필립 헤프너는 생물 진화와 문화 진화를 구별했다.
그러나 필립 헤프너는 이기심이 생물 진화에 있지만 이타심도 문화 진화에 있으며, 도킨스나 에드워드 윌슨과 달리 이타심도 필수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필립 헤프너는 비결정론적 입장을 취하고, 그러한 개방성을 '창조된(created)'이라는 단어로 나타내며, 인간을 신과 '공동-창조자'로 본다.
칼 피터스도 자이곤지 편집인으로 오래 활동했고, 다윈주의, 카오스 이론, 그리고 파괴가 창조에 선행한다는 힌두교 이론 일부를 수용하여 죽음을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것으로 보았다. 로버트 존 러셀(Robert John Russell)은 버클리의 신학과 자연과학 센터(Center for Theology and the Natural Sciences)장으로, 신의 행위가 자연법칙 및 복잡한 생명체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며 상호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테드 피터스(Ted Peters)는 종교와 과학 간의 대화에서 중요한 또 다른 인물이다. 피터스는 유전학을 인정하기에 치료 등의 실용적 관점에서 유전 공학 연구 등에 열려 있으며, 동시에 비결정론자로서 최소한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윤리적 책임을 강조한다.
◈아서 피콕과 존 폴킹혼, 필립 클레이튼
이러한 입장은 영국 성공회 측에 아서 R. 피콕과 존 폴킹혼과 같은 인물이 있다. 피콕은 하나님을 마치 미완성 작곡가와 같은,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의 현실화를 자극하는 존재로 보며, 관계 속에 있는 각 주체를 '공동 작곡가'로 본다. 복잡해질수록, 창조성이 커진다(creatio continua). 동시에 피콕은 모든 것이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이 모든 것 안에 있다고 주장하는 범재신론자(panentheist)이기도 하다.
폴킹혼은 유일신과 양자이론에 기대 과학 및 종교 지식의 단일성에 대한 가능성을 말하며, 악의 문제에 있어 케노시스 이론과 불확정성의 원리, 카오스 이론 등에 기대 자유의지를 옹호한다.
또한 우주에 내재한 법칙 그 자체를 발견하려는 창발 이론(emergence theory)에 관심을 갖는 필립 클레이튼(Philip Clayton)은 과학만으로는 우주에 대한 적절한 견해를 제공할 수 없고, 형이상학적·신학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클레이튼 역시 공동 창조자 개념을 옹호한다. 그 외에도, 데이비드 레이 그리핀(David Ray Griffin), 존 F. 하우트(John F. Haught), 제이 맥다니엘(Jay McDaniel) 같은 최근 신학자들도 화이트헤드의 과정 철학에 입각하여, 과학과 종교의 통합을(신정통주의를 무시하고) 추구하고 있다.
◈이후 관심은 생태 신학으로
이러한 시기를 거친 이후의 과학과 종교간 대화는 환경에 관심을 두는 '생태 신학'으로 이어진다.
린 화이트(Lynn White)는 이미 1967년 환경 문제에 대한 인간 중심적 사고, 특히 창세기 1장에 대한 유대-기독교 해석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환경문제를 끄집어냈지만, 당시 인권과 흑인 문제,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뒤늦게서야 그의 논증에 관심을 가졌다.
어떤 부류는 화이트를 거부하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도 거부하며 유대-기독교 전통의 청지기 정신을 고수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우리 이미지는 사회의 구성물'이라 주장하는 고든 카우프만(Gordon Kaufman)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하나님 이미지를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캅은 과정 신학자 중, 신학에 생태학적 문제를 중요한 것으로 위치시킨 대표적인 사람이다. 존 캅은 린 화이트에 동의하며, 다른 여느 과정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중심주의를 문제 삼으며,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모든 존재에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진화를 이야기하면서 기계론적 우주를 거부하고, 연대와 상호관계를 추구하는 경제의 방향을 주장했다.
생태학에 관심을 둔 또 다른 과정 신학자는 제이 맥다니엘(Jay McDaniel)로, 그는 대지 윤리(land ethic)와 동물권(animal rights)을 주장했다. 제이 맥다니엘은 다양한 주장을 통해, 과학과의 대화를 거쳐 자기만의 생태신학(ecotheology) 및 생태 영성(ecological spirituality)을 발전시켰다. (실제로 제이 맥다니엘은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며 야생동물과 소통을 추구한다).
제이 맥다니엘은 타락 시점을 '수렵-채집을 그만두고 농업을 시작할 때'로 본다. 인간은 그 이후 자연으로부터 소외됐다는 것이다. 원시 사회로의 회귀가 불가능한 것을 안 그는, 특정한 영성 수련을 주장한다.
◈생태 페미니즘: 낸시 하우웰, 샐리 맥페이그, 레드포드 류터
낸시 R. 하우웰(Nancy R. Howell)은 과정 사상과 생태 페미니즘(ecofeminism)의 대화를 시도하며, 역시 인간과 비인간 간의 구별을 거부했다. 낸시 하우웰은 인간과 침팬지 간 공통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이마고 데이(imago dei, 하나님의 형상)'를 인간에서 자연으로 확장했다.
생태 페미니즘의 또 다른 대표자인 샐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는 가부장적 하나님 아버지를 버리고 어머니, 애인, 친구 이미지를 하나님의 이미지로 삼았다. 샐리 맥페이그가 볼 때 여성 억압과 자연 억압은 상호 연관돼 있으며, 기존의 소비주의가 아닌 지속 가능하고 개인을 성장시키는 공동체를 보호하는 새로운 경제를 주장한다.
로즈마리 레드포드 류터(Rosemary Radford Ruether)는 비록 개신교가 아닌 로마가톨릭이지만, 이 주제에 중요한 인물이다. 류터의 영향은 교파와 심지어 종교를 초월한다. 로즈마리 레드포드 류터는 '가이아와 신(Gaia and God)'을 통해, 기독교 역사와 고대 신화를 혼합하여 반유대교, 성차별, 인간 중심주의를 재해석하며, 체계적으로 생태 신학을 발전시킨다.
생태 신학자들의 특징은, 기존의 자연에 대한 신학적 청지기 개념을 넘어서려 한다는 것이다. 청지기 개념과 이들 신학의 차이는, 후자가 전자에 비해 인간과 비인간을 최대한 구별하지 않으려는 상호성, 호혜성, 친밀감을 지닌다는 데 있다.
◈현대인자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
이 책은 종교와 과학 간의 관계에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무시했던 이야기를 다뤘다. 창조과학, 지적설계를 추구한 근본주의 신학이 아닌 세속 과학자의 편에 서서, 대화와 통합을 추구했던 자유주의 신학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과학과 종교 간 대화라고 하면, 대다수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떠올리며, 후자의 현대적 입장을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로 오해하거나 종종 유신론적 진화론 내지는 진화적 유신론의 입장을 피상적으로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잊혔던 신학인 '자유주의 개신교'를 상기시키며, 계몽운동의 회의적이고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마냥 이성과 인간을 신뢰하며, 기계론적 우주에서 벗어난 관점을 취한 '수정된 자유주의 개신교'의 과학 수용의 태도를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신학자들은 국내에 소개된 이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분명 낯선 것이다. 그러나 그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종교(특히 신학)간의 대화가 활기를 띄는 요즘, 이 책은 그 주제에 대한 유익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오늘날 많은 보수적인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자유주의 기독교인을 기독교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리슬리 머레이의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 개신교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자 현대인으로 인식하면서, 동시에 현대인이자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두고 씨름해 왔다(Yet, Liberal Protestantism has and continues to identify itself as Christian and modern as it has wrestled with what it means to be a modern person and a Christian at the same time)."
책 정보
제목: Liberal Protestantism and Science(미번역 도서)
저자: 리슬리 머레이Leslie A. Muray(Curry College 종교 및 철학 교수)
출판사: Greenwood
가격: $44.68
/진규선 목사(서평가, 독일 유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