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富②]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기독교인인 당신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 부자가 되고 싶은가? 혹시 이미 부자인가? 기독교인은 부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모든 질문들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유쾌 통쾌 상쾌'하게 대답하기란 사실 어렵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의 악의 뿌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돈 없이 살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돈과 가깝게 지내고 있는 크리스천 CEO나, 이 문제를 고민해 온 목회자 등을 만나 돈이라는 것의 '정체'를 파헤치는 '기독교와 富' 시리즈를 기획했다. 석봉토스트 김석봉 대표에 이어, 전국에 '떡볶이 바람'을 일으킨 '3년차 신앙인'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를 만났다.
"죄인의 괴수? 네, 제가 그렇습니다"
혈기왕성했던 20대의 젊은이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경험한 뒤 마침내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 노점상을 차린다. 메뉴는 떡.볶.이.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의 창업 아이템이 고작 떡볶이 라니.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해냈다. 전국에 점포만 90개가 넘는다.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38). 누군가에게 떡볶이는 그저 하찮은 음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떡볶이는 국대, 곧 국가대표 '쏘울푸드'였다.
승승장구했다. 주변에선 그를 "성공한 젊은 사업가"라 불렀다. 그 만큼 부(富)도 따랐다. 외제차를 탔고 좋은 집으로 이사도 했다. 그러던 중 친구를 따라 난생처음 교회를 나갔다. 그리고 그해 여름 미국으로 '창조과학탐사'를 떠났다가 하나님의 존재에 눈을 떴다.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순간. 불과 3년 전 일이다.
그 뒤로 성경을 읽으며 예수를 알아 갔다. 그럴수록 김상현 대표는 '죄인'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실존, 무엇보다 자신의 '실체'를 깨달아 갔다.
"신앙을 갖기 전에도 전 나름대로 윤리적으로, 남들한테 피해주지 않으며, 정말 착하게 살려고 했었습니다.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 테고. 돈을 많이 벌어도 좋은 일에 쓰겠다고 다짐했으며, 불의한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좀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죄인의 괴수? 네, 제가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필요 없다고 했던 저의 선은..., 위선이었습니다."
김상현 대표와의 만남은 한 마디로 충격, 신선한 충격이었다. 막연히 머릿속에 그렸던 전형적인 CEO의 모습이 아니어서 그랬고, 단순했지만 깊고 강했던 그의 신앙 때문에 또 한 번 그랬다.
기독교인에게 돈과 성공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며, 돈은 왜 벌어야 하고 유혹은 없었는지 등을 물을 때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복음"과 "영혼 구원"이라는 단 두 마디로 답을 끝내 버리는 김 대표. 당혹스러움은 그대로 기자의 몫이었다.
'아, 내겐 회사가 이삭이었구나!'
그렇다면 그는 왜 돈을 벌까? 결론부터 말하면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다. 가령 이런 것이다.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데, 그만한 돈이 부족하다. 그래서 돈을 빌렸다. 만약 갚지 못하면? 김 대표는, "빚은 남의 돈을 쓰고 주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빚은 죄고, 따라서 최선을 다해 우선적으로 갚아야 하는 게 바로 빚이라는 것.
이처럼 돈은 그에게 적극적인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고, 영혼 구원을 위한 하나의 수단 정도다. 그렇기에 돈을 보는 시각도 매우 단순하다. "돈을 사랑해선 안 되고, 성실하기만 하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것. 딱 여기까지다.
그의 가장 큰 관심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복음을 전해 영혼을 구원하는 것에 있다. 돈을 아무리 좋은 데 써도, 말씀을 듣게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사업상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겐 전도의 대상이다. 돈은 그 다음이다. 그래서 잠시 손해가 나도, 그는 그것을 손해로 생각하지 않는다. 영혼 구원을 위한 양보일 뿐.
"구원이 필요하다는 게 명확해 지면 모든 게 쉬워집니다."
잠시 그가 CEO인지 목사인지 헷갈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좀 더 집요하게 물었다. '어찌 연약한 인간에게 믿음의 시험이 없으리!' 이런 믿음(?)에서 캐묻듯이.
"정말 돈을 사랑하지 않으세요?"
"......"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그가 잠시 침묵했다.
"사실 2015년 말, 회사가 부도가 날 뻔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알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돈을 사랑하고, 명예를 좇았는지를. 그렇게도 습관처럼 '하나님께 다 드리겠다'고 했었는데, 막상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핑계를 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이 회사 망하면 안 됩니다. 이걸로 선교해야지요.' 하지만 이건 '성공한 젊은 사업가'의 몰락을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그리고 돈을 놓기 싫어한 저의 비겁한 핑계일 뿐이었지요."
"그래서, 극복하셨나요?"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제가 얼마나 무책임했고 교만했었는지. 그러다 이삭을 하나님께 바친 아브라함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 내겐 회사가 이삭이었구나! 하나님, 이젠 다 가져가세요.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감사가 터졌어요. 처음으로 고난이 복임을 알게 된 순간이죠. 회사는 다행히 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설사 망했다 해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면..."
"흔히 '성공해야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말들을 하는데, 그런 점에 비춰봤을 때 만약 진짜 망했다면, 그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게 되지 않았을까요?"
"하나님의 영광은 돈이나 명예, 세상적인 성공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볼게요.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교적 신앙이 좋다는 소리도 듣는. 그런데 그만 실수로 감옥에 들어가게 됐죠. 이곳에서 그는 전에 알지 못했던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됐습니다.
여기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업에 성공해 부와 명예를 얻었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삶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린 걸 알게 됩니다. 비로소 마음이 가난해졌죠. 그리고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감옥과 암이라는 건 분명 절망이고 좌절입니다. 고난이자 시련일 뿐이죠. 그런데 정말 그렇기만 한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면, 그것 또한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전 믿습니다."
"직원들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30년도 아닌, 3년인데, 예수님을 만난 지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는 어찌 이토록 '신앙적'(차라리 '근본적'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인 것일까? 그것도 목사도 아닌 사업가가. 그래서 다시 '기자 정신'을 발휘했다.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신앙을 삶으로 살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네,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냥 해보면 됩니다. 십일조? 그냥 하면 되고, 전도? 그냥 하면 됩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신앙에 있어 잘 결단하지 않습니다. 반면 유럽여행은 어쩌면 그리도 잘 결단하는지. 그렇게 바쁘다가도, 큰마음 먹고 시간을 쪼갭니다. 이게 죄인인 인간의 모습입니다.
저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죄인이었고, 그래서 하나님께서 절 특별히 사랑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나 자신이 죄인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결단해 보세요. 결코 믿음과 실재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될 테니."
"대체 얼마나 죄인이셨기에(웃음)...?"
"회사의 성장이 멈췄던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 탓을 했죠. 그들이 절 못 따라온다고. 하지만 금세 제 잘못임을 깨닫게 하셨어요. 그 때부터 일을 정말 잘 하고 싶어졌습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직원들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그들을 돕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그럴수록 제가 아는 게 없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 때부터 여기 저기 찾아가 닥치는 대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경영은 어떻게 하고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러면서 제 민낯을 발견했어요. 남 앞에 고개 숙이는 걸 어려워하는 절 보았습니다. 배우려 하지 않는 교만함이 꿈틀댔었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이가 더 성공한 걸 보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죄인이었어요.
하지만 나 때문이 아니라, 나를 믿고 따라온 직원들 때문에 고개를 숙여야 했고 배워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마음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군요. 사랑은 진정 모든 걸 이길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변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게 바로 제가 변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진로를 고민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하고 싶은 것보다 잘 하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을 고민해 보세요. 하나님께서 과연 내게 어떤 달란트를 주셨는지, 그것으로 무엇을 하기 원하시는지를 발견해 보라는 거죠. 혹시 아직 꿈과 비전이 없다고 걱정하는 이가 있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먼저는 믿음입니다. 복음이면 다 된다는 믿음. 그것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분명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