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강론 시즌2.8강] 사역남과 헌신녀의 고독

기자  7twins@naver.com   |  

[크리스천데이트 칼럼]

[크리스천투데이 결혼정보 & 웨딩 특집] 결혼, 그 높은 고지를 향하여

한동안 새가족부 리더를 담당한 적이 있다. 보수적인 우리 교회에서 그나마 개방적인 공간이 새가족부인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아무도 복음에 귀 기울이지 않는 개독교 시대에 친히 교회에 방문하사 예배를 드려주시고,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구원과 성령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천사 같은 영혼들을 보노라면 예배 시간에 슬리퍼를 신고 오는 기행 정도는 사소하게까지 느껴진다.

1년 동안 리더로 섬기면서 꽤 많은 아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는데, 개중에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찾아와 이런 저런 고민들을 토로해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 그 아이들이 교회 안에서 적어도 한두 번 가량 대시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정작 교회 생활이 10년차에 들어서는 리더들은 가뭄 날에 타들어가는 논두렁처럼 메말라가고 있는데, 1년도 채 안 된 새파란 새싹들에게는 왜 이다지도 이른 봄날이 찾아온 걸까. 폭염에 휩싸인 오늘도 어김없이 영혼 사역을 위해 점심값을 아껴가며 심방을 오가는 미자와 영숙이가 생각나, 나는 시려오는 코끝을 매만져야 했다.

사역남과 헌신녀가 밀리는 이유

  나는 익숙하고 편안하며, 신앙적으로 튼튼하기까지 한 우리 친구들이 왜 새가족들에게 밀려야 하는지 너무나 안타까워 그 패턴을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 끝에 그럴싸한 결론에 도착했는데 키워드는 존경과 인정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보자. 오늘은 소그룹이 모여 성경공부를 하는 날. 바쁜 일정에 커리큘럼을 다 숙지하지 못한 남그룹장이 부랴부랴 모임 장소를 찾아온다. 너댓 명의 사람들 앞에 선 그룹장. 부실하게 준비된 성경공부를 무리하게 진행하느니 차라리 오늘은 나눔으로 때우는 게 어떨까 싶어 조심히 의견을 제시하지만, 산전수전공중전에 우주전까지 치루고 온 미자와 영숙이가 그런 편법을 용납할 리가 없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사무엘의 어록까지 제시하며, 교회의 방침을 고수하도록 종용하는 헌신녀들 앞에 그룹장은 하는 수 없이 성경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진행이 순조로울 리 없다. 허둥대는 그룹장과 참을 인을 새기는 미자와 영숙이. 사실 디도서는 디도스 오타 정도로 알고 있는 새신자 그녀에게는 부실한 내용도 새롭고 흥미롭기만 하다. 어렵지 않게 몇몇 성경구절을 읊어내는 남자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 하지만 웬만한 전도사님보다 기도회 인도 횟수가 더 많은 미자와 영숙이는 세 번째 참을 인을 끝내 새기지 못하고, 성경공부에 두 팔 걷고 난입한다.

  이런 상황들 앞에서 과연 남자는 미자와 영숙이에게 연애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남자는 자신의 권위가 추락하는 상황을 예민하게 알아채고 분개한다. 비슷한 이유로 자신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여자에게 필연적으로 마음이 간다. 반대의 경우, 즉 가르치고 지도하는 여자에게는 연애감정은 고사하고 반감을 가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의 상황이 뒤바뀌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사역남들에게 있어 연인은 동반자라기보다 동역자의 개념인 경우가 많다. 내 인생의 거대한 사명을 함께 짊어져야 할 일꾼으로 여자를 인식하는 거다. 나를 공주님 대접하는 남자와 바울 옆에 바나바를 떠올리는 남자. 누구에게 마음이 갈 것 같은가. 만약 누가 더 연애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있는지 모르겠다면, 당신은 거의 루터나 칼뱅쯤 되는 영성을 지닌 게 분명하다.

헌신의 대가, 연애?

  하지만 이런 사역남과 헌신녀들은 의외로 태평하다. 외로움에 익숙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새벽 두시면 찾아오는 고독함에 몸부림치지만, 아무 노력도 없이 잘되리란 확신을 그치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이 믿는 구석은 무엇인가.

이들은 수많은 사역과 훈련을 거쳐 오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 물론 이 당연하고 분명한 명제에 태클을 걸 생각은 없다. 나 역시 확신한다.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 하지만, 이 진리를 애매하게 사용하는 건 문제가 심각하다. 책임지신다는 게 ‘헌신과 사역만 하고 있으면 알아서 남자친구랑 여자친구를 대령해주신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게 문제다.

이 지면이 적절한 장소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연애는 헌신의 대가가 아니다. 젊은 날의 순종과 사역이 당연하게 좋은 짝으로 귀결한다는 공식은 이 세상에 없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며,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다. 좋은 것 중에는 배우자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 것처럼 헌신은 헌신이고, 연애는 연애이다. 별개의 카테고리인 것이다.

우리 교회 아이들이 들으면 충격에 휩싸일 이야기이지만 감히 꺼내보려 한다. 약 5년 전 우리 청년들을 인도하시던 목사님께서는 사귀고 있는 커플을 리더 모임 때 일으켜 세워 헤어질 것을 권고하실 만큼 교회 내 사역과 질서를 중시하셨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만큼 젊은 때에 순종을 배우고 하나님께 더 많은 시간을 드리길 바라셨던 거다. 대다수의 청년 리더들은 그 사랑의 마음을 깨닫고 연애를 돌보듯 하였고, 지금까지도 우리 청년부의 전통적인 정신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 목사님께서 담임 목사로 떠나시고 나서 얼마 후 나를 공황으로 빠트릴 소식이 들려왔다. 목사님께서 현재 임직 중인 교회의 청년들에게 연애를 금지했던 지난 방침을 후회하신다고 고백하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말씀에 순종하여 이성친구와 헤어지고 오직 사역에만 매달렸던 형들과 누나들은 적령기를 한참 넘긴 지금에 이르러서도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꿈도 못 꾸고 있다. 목사님께서는 늘어가는 그들의 주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들은 지금도 주의 나라와 영혼들을 위해 모든 걸 내어 바치지만, 연애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책임지시리란 믿음으로.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기억하신다

  백 번을 생각하고, 천 번을 생각해도 당신의 헌신이 좋은 배우자, 혹은 연애를 허락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걸어온 사역의 길이 절대 헛된 것은 아니다. 왜냐고? 아무도 이해 못하고, 납득하지 못해도 당신이 걸어온 헌신의 여로를 하나님께서는 다 기억하고 계신다.

 당 신의 여름휴가가 얄짤 없이 산상 성회와 수련회를 위해 쓰였다는 것과 점심밥을 굶어가며 영혼들을 위한 밥값을 아껴왔다는 것도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신다. 어디 그뿐이랴. 당신이 기말고사와 단잠을 포기하고 준비했던 크리스마스 행사를 아직도 추억하고 계시며, 한 푼이 아까운 그때에 고민 없이 내어드린 십일조의 가치를 누구보다 귀하게 생각하고 계신다. 그렇기에 대가를 바라지 않은 당신의 헌신은 열매를 거둘 것이고, 원수의 목전에서 기름을 부어주실 그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너무 억울해 말고 당신의 짝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보자. 관심과 정도가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 그대는 본디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이다. 조금만 눈을 들어 당신의 야곱과 라헬을 불러본다면, 매주일 진이 빠지게 일하고 고된 몸을 질질 끌고 집에 들어와 근원 모를 외로움에 괜히 쓸쓸해지던 당신의 일상에 아주 색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하나님의 충성된 일꾼이었던 당신을 응원한다!

[출처] 크리스천데이트 christiandat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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