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의 시대, ‘창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학술원 제60회 월례 발표회… 이재만·이승구 교수 발표

▲김영한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영한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60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3일 오전 과천소망교회(담임 장현승 목사) 로고스홀에서 '창조론에 대한 성경적 논리'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원장 김영한 박사가 개회사를 전한 후 이재만 교수(美 창조과학선교회)가 '지질계통표 탄생과 영향', 이승구 교수(합동신대)가 '창조 내러티브(Creation Narrative)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점진적 창조론 비판을 위한 한 논의'를 각각 발표했으며,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장)가 논찬했다.

김영한 박사는 "최근 한국 신학교와 교회 안에서 이슈가 되는 '유신론적 진화론' 또는 이와 유사한 타협 이론들(compromise theories)이 성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점진적 창조론과 다중격변론은 성경을 오늘날 진화론에 문화를 개방하고 성경을 해석하는 타협이론으로서, 진화론에 성경을 꿰맞춰 결과적으로 성경과 기독교를 말살시키소 교회와 복음을 혼란케 하고 있다"고 문을 열었다.

그는 "기독교학술원 창조론 포럼은 이들 타협된 창조론들과의 학문적 논쟁을 통해 참신한 성경적 창조론을 제시하고, 정통적 창조론을 옹호하면서 현대의 진화론을 수용하거나 그 전제를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창조론에 반대하여 과학적 논리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성경적 창조론을 변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오늘날 진화론이 기초하고 있는 검증되지 아니한 비과학적 지질연대표의 형성과 기원에 관해 비판적 질문을 하고자 한다"며 "지질시대표의 순환논리(Circular reasoning)를 지적하면서, 현대 진화론 가설이 허황한 공중누각에 서 있음을 지적하고, 오늘날 타협하는 창조론이 전제하는 지질연대표는 지질학과 생물학의 진화론적 통합이며 동일과정설과 진화론의 합작품으로서 성경과 진화론을 타협하려는 시도의 기준으로 설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한 박사는 "우리는 현대 과학의 회의주의와 상대주의 아래 전통적 창조신앙이 해체 내지 상대화되고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성경적 창조신앙이 오늘날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적합하다는 성경 신뢰성에 대한 열정으로 자연과학적 논증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진지한 노력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근본주의적 태도를 지닌 성경주의(biblicism)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젊은 지구론이나 전지구적 격변론을 지지하는 창조론자들은 단순한 신앙적 주장을 넘어선 과학적 증거를 보다 광범위하게 제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재만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재만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성경을 믿는가, 지질계통표를 믿는가?"

이어 이재만 교수는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 교과서는 지구가 약 46억 년 됐다고 말하는데, 과연 이 까마득한 숫자는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일까? 이 숫자는 지난 과거 동안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까"라며 "어떤 면에서는 지질학의 역사가 곧 지구의 나이에 대한 이론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므로, 지구의 나이를 논할 때 지질학의 역사적 변천에 대한 이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750년대까지는 지질학에 흥미를 가졌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층과 화석이 격변에 의해 형성됨을 주장했고, 특히 이 격변을 성경에 기록된 홍수 심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1750년대 이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럽의 계몽주의적 사고는 지구의 과거 역사를 해석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깊은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점차 지구가 성경보다 훨씬 오래 됐으리라는 생각으로 이끌려 나아가 성경의 홍수 심판을 부정하는 분위기로까지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지질학 교수이며 성공회 목사였던 윌리엄 버클랜드의 제자이며 변호사였던 영국의 라이엘(Charles Lyell)은 1833년 <지질학의 원리(Principles of Geology)>에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지질계통표의 기본적인 틀을 잡았다고 한다. 이는 고생대-중생대-신생대, 더 구체적으로는 고생대(캄브리아기-실루리아기-데본기-석탄기-페름기), 중생대(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 신생대(전 3기-후 3기)에 이르는, 과학 교과서에서 흔히 보는 연대표를 말한다.

그는 "진화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지질계통표 순서대로 화석이 고스란히 발견되는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고, 화석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존에 정한 진화의 순서대로 발견되지 않는다"며 "까마득히 오랜 세월 동안 진화가 일어났다는 편견으로, 흩어져 있는 화석들을 모아서 발전시킨 창작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만 교수는 "라이엘의 계통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당시에도 홍수 심판이 지질학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 격변론자들이 바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라이엘의 생각에 대한 문제점을 성경적·지질학적·철학적으로 지적하는 과학자와 목회자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무시됐고, 결국 동일과정설과 진화론은 각 학교 교과서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계통표에 의해 연대를 측정했을 때 맞지 않고 실험도 없이 이뤄진 주장이기 때문에, 계통표는 1970년대부터 실험 결과를 통해 지질연대표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질계통표가 보편화됐을 때 성경을 가르치는 신학교에서는 '타협 이론'을 만들어, 지질계통표를 사실로 놓고 성경 기록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됐고, 그들이 진화론에 대해 신뢰하는 정도에 따라 유신론적 진화론, 날-시대 이론, 점진적 창조론, 간격 이론, 다중격변설 등 다양한 이론이 만들어졌다"며 "결국 교회에서도 이 타협 이론들을 받아들이고 지질계통표를 실제 역사로 여기게 됐고, 그 이론들을 받아들이는 만큼 교회는 성경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교수는 "이로 인해 자신들의 믿음은 물론, 다음 세대가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1973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지질계통표를 통한 진화론을 상세히 가르치기 시작했다"며 "이는 결국 성경을 믿는가, 지질계통표를 믿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승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승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믿음 통해서만 하나님의 창조 알 수 있다"

이승구 교수는 점진적 창조론 비판을 위해 '창조 내러티브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집중 탐구했다. 그는 "성경은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원인이 되시고(causa sui) 자존적이자 이 세계가 창조되기 전부터 자충족적인 하나님에 대해 어떤 증명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저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전제하고 선언하며 그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선포할 뿐이고 우리는 이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근거해 하나님을 알 뿐으로, 하나님은 존재적으로 우리의 근거(ontic ground)가 되실 뿐 아니라 인식적으로도 우리의 인식 근거(epistemic ground)가 되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서야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믿는 이들은 하나님의 인격을 믿고 신뢰하므로 그가 창조에 대해 하신 말들을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은 창세기 1, 2장에서 이 세상 창조에 대해 하고 있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로부터 창조에 대한 지식을 갖고 정보를 얻으려 해야 한다. 이는 창세기 앞부분을 역사적인 것으로 여기고, 이로부터 가르침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이런 말을 할 때 우리는 창세기의 언어가 일상적 언어임을 잊고서 그것이 현대 과학이나 현대 철학의 언어인 것처럼 간주하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며 "성경의 언어는 '물리적 현상을 현대인의 과학적 정신과 연관해서 검토하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는' 보이는 대로의 현상을 기술하는 '현상의 언어(language of appearances)'요 일상적 언어(ordinary language)'이고, 성경은 때로 신인동형론적 표현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구 교수는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제기될 수 있는데,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믿는다면서도 창세기 1-2장에 있는 창조에 대한 정보를 그저 시적(詩的) 표현으로 간주하거나 우주적 신화로 간주하는 이들은 과연 창조에 대한 하나님 말씀을 믿는 것인가"라며 "창조 이야기가 신화는 아니지만 역사적인 것이 아닌 사화(史話)로 본다는 칼 바르트도 있고, 창조 기사가 이스라엘 주변 이방 나라들이 섬기던 '거짓 신들'에 대한 논박(polemic thrust)도 있으며, 창세기 1장의 '날들'을 창조의 연대기적 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활동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문학적 틀(literary framework)'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6일의 날이 연속적인 날이지만 그 길이가 아주 오랠 수 있는 날들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물론 구약성경이 '날'이란 말을 사용할 때 항상 24시간의 하루를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해적 견지에서 가능하나, 이를 주장하는 동기가 오늘날의 과학적 입장과 성경을 조화시키기 위해 나온 것이라면 좀더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성숙한 창조론(mature creationism)'의 주장자들이 말하듯 하나님께서는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우주와 지구를 창조하실 수도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잘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hilo), '하나님 말씀'으로 창조하심(creatio per verbum dei),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trinitarian work of creation), 질서 있는 창조(orderly creation), 그 종류대로(after its kind) 창조, 선하신 창조(good creation) 등을 신학적으로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창조의 기독교 세계관적 함의에 대해 "이 피조계의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의존(dependence)을 분명히 하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실제로 이 세상을 자신 밖에 존재하도록 하셨으며, 이 피조계는 그 창조주의 뜻을 구현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덕영 박사가 논평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조덕영 박사가 논평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하나님 말씀 앞에 겸손할 필요"

이후 조덕영 박사는 이재만 교수의 발표에 대한 논평에서 "반증이 불가능한 창조와 반증이 가능한 과학을 엮어놓은 '창조과학'이라는 용어는 충돌하는 두 단어가 결합한 것처럼 수많은 딜레마를 양산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 선동적인 나쁜 과학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마크 놀(Mark Noll)은 '원리(과학)로부터 연역(deduction)하려는 창조과학은 성경(초월 계시)과 관련해선 베이컨주의를 잘못 적용했고, 자연(내재의 일반은총)과 관련해선 건전한 베이컨주의를 포기했다는 점이 비극'이라고 했는데, 신앙의 과학도 결국 신학이므로, '틈새를 메우는 하나님' 논리가 아닌 (반증 가능한) 정통 지질학자가 돼 제도권의 지질학을 바꾸든 성경적 창조 신앙을 다루는 신학자가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론(理論)이나 설(設), 직관(view)과 달리 학(學)문은 정교하고 끝없이 정교해지고 있으므로, 교양지질학의 서론에 해당하는 동일과정설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격변론에 대한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되, 비전문가인 대중들을 상대로 로고스가 결여된 파토스적이고 에토스적인 호소만 할 것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논문을 통해 논증하여 권위 있는 관련 저널에 자신의 입장을 치열하게 피력해야 한다"며 "이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면 오히려 성경으로 지질학을 희화화한다는 조롱거리가 되고 게토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박사는 "초월 계시인 창조를 아래로부터의 내재적 자료로 증거한다는 것은 논리적 제한성을 갖는다. 유한은 무한을 담을 수 없는 것(Finitum est non capax infiniti)이기 때문"이라며 "성경적 창조사관은 역사의 진정한 주관자인 성삼위 하나님의 '하나님 연대'로 역사를 조명하기에 서구의 우연론적 진화론의 직선사관과 결코 공존할 수 없으나, 대중들을 상대로 창조과학으로 계시를 계몽할 수 있다는 생각 전에 하나님의 말씀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창조 해석은 아디아포라(adiaphora)인 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위엄(Magnalia Dei)이 본질인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후에는 이재만 교수의 응답, 칼 바르트 전공학자와 창조과학회 관계자 등 다양한 입장에서 토론이 이어졌다. 발표회는 기독교학술원 대표 차영배 박사(전 총신대 총장)의 종합,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의 광고, 차영배 박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발표회에 앞선 경건회에서는 장현승 목사 사회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가 ‘창조주를 찬양하라’는 주제로 설교했으며, ‘한국교회를 위하여(생명나무교회 김홍식 목사)’, ‘한국 사회를 위하여(새하늘교회 권영태 목사)’, ‘평화통일을 위하여(서울예림교회 이영송 목사)’ 대표기도와 합심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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