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세속화 이전, 그리스도교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홍성강좌 2017, ‘18-19세기 서양 근대교회사’ 개강

▲양화진책방에서 윤영휘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양화진책방에서 윤영휘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홍성사 주최 종교개혁 500주년 역사특강 '홍성강좌 2017' 봄학기 강좌가 '서양 근대교회사: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18-19세기)'라는 주제로 개강했다.

총 12주간(5월 2일 휴강)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윤영휘 박사(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가 진행한다. 이날 첫 강좌로 그는 2시간 동안 '배경: 종교개혁 이후 18세기까지'에 대해 빠르게 훑었다. 첫 강좌에서 앞선 시대를 '프리뷰(pre-view)'한 이유는, 그가 맡은 18-19세기에 앞선 중세와 종교개혁사 강연이 내년에 예정돼 있어, 청중들에게 배경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윤영휘 박사는 강연에 앞서 "홍성강좌에서는 3년 동안 기존 방식대로 교회 안의 시각으로 2천 년 교회사를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세속 역사 속에서 교회사를 바라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세속사와 교회사를 따로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교회사와 세속사를 그리스도교적 안목으로 통합해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세속사와 교회사를 넘어, 역사는 하나님이 하신 일, 즉 'His-Story'가 아닌가"라고 취지를 밝혔다.

윤 박사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서양 역사와 교회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한국교회의 일원이면서 보편 교회(Catholic)의 일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보편 교회이기에 우리와 그들이 공유하는 점이 있고, 우리 시대에 필요한 해결책을 역사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8-19세기 근대 교회사 연구 필요성에 대해선 "그리스도교 세계관에 대한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이전에도 부분적인 도전은 있었지만, 이 때부터는 하나의 '트렌드(trend)'로써 기독교 세계관이 흔들리면서 세속화가 시작됐다"며 "이러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교회는 전례 없는 대응에 나서게 되는데, 이렇듯 탈그리스도교적 사회 속 교회의 대응은 지금 크리스천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영휘 박사는 종교개혁 이후부터 1700년까지의 유럽 역사를 '종교로 인한 전쟁과 혁명', '도전: 과학혁명과 이신론, 응전: 경건주의와 모라비안 운동'으로 요약했다.

먼저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30년 전쟁(베스트팔렌 조약)과 위그노 전쟁(낭트 칙령)이라는 '종교전쟁'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제한적이지만 제후의 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의 자유' 개념이 생겨났다. 계속되는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종교의 자유는 '종교 자체에 대한 회의'를 조금씩 불러 일으켰다. 베스트팔렌 조약은 종교적으로 칼빈주의 인정, 정치적으로 외교와 주권 개념 등장, 교황 우위 종식 등을 낳았다.

영국에서는 헨리 8세의 이혼으로 촉발된 정치적·종교적 갈등으로 국교회를 탄생시켰는데, 이는 보편 교회의 첫 대체물이었다. 또 '왕권신수설'을 외친 제임스 1세로 인해 의회 다수파였던 청교도들이 '삶 속에서의 수도원적 이상' 실현을 위해 나섰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종교 일치를 위한 오랜 회의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대요리 문답이라는 문서를 완성했고, 이는 칼빈주의 교리가 처음으로 국가적 승인을 받은 사건이 됐다.

윤 박사는 "이러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개신교) 등 종교적 갈등은 보편 교회의 개념을 깨뜨려 종교의 선택지를 만들었고, 지금의 유럽의 지리적 종교지형을 형성하게 했다"며 "종교적 관용도 점진적으로 확대되는데, 이는 종교적 회의 확산의 산물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종교의 선택지'에 대해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다"며 "당시 사람들의 인생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았고, 그랬기에 그들은 전쟁에 나가 목숨까지 바쳤던 것"이라고 했다.

극단적 종교전쟁에 신물을 느낀 사람들에게 '지리적 발견', 특히 동향의 존재는 문화상대주의를 가속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동양의 불교와 힌두교, 유교 등을 접하면서, '종교체제가 인위적 구조물'이라는 생각을 퍼트렸다.

▲윤영휘 박사. ⓒ이대웅 기자

▲윤영휘 박사. ⓒ이대웅 기자

'과학의 놀라운 발전'도 여기에 공헌했다. 수학적 계산이 첨부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뉴턴의 과학적 연구방법은, 자연과 인간성을 이해하는데 있어 종교와 별도의 대안으로서 '과학'을 바라보게 했다. 초기 과학혁명 주창자들은 "과학의 발견이 성경의 계시를 확언해 준다"며 기독교 전통에 남아 있었지만, 점차 성경의 계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오히려 성경 속에서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기사와 이적'을 제거한다. 이것이 '이신론'의 시작이었다.

그는 "당시 교회는 이러한 시대를 전혀 읽어내지 못했고, 과학적 발견을 억압했다"며 "이 시기에는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기존 교리와 관행을 오히려 더 엄격히 해석하고 강요하는 정통주의로 회귀하고 교조주의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응에 따라 유럽인들의 심성 속에서 일어난 변화는 18세기 계몽주의 발흥으로 이어졌고, 세속화의 계기가 됐다.

윤영휘 박사는 "17세기는 부흥에 대한 갈망이 쌓여 임계치를 향해 가던 시기로, 이것이 18세기 폭발해 부흥운동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며 "과학혁명과 이신론의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서의 부흥운동은 경건주의와 모라비안 두 계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윤 박사는 "당시에는 루터교회의 상징인 '이신칭의'도 지나치게 도그마화되면서, '신앙생활의 어떠한 점도 구원과 관련이 없다'는 방향으로 흘러 성화가 경시되는 결과를 불러왔다"며 "이때 일어난 경건주의가 없었다면, 개신교는 18세기가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화석화됐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필립 야콥 슈페너와 아우구스트 헤르만 프랑케의 경건주의와 얀 후스의 전통을 이어 프랑케에서 영향을 받은 모라비안 운동에 대해 "계몽주의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했고, 실천주의를 통해 근대 사회에서 개신교가 살아남을 수 있게 했다"며 "특히 모라비안들은 진젠도르프 백작의 헤른후트 공동체에 정착하면서 근대 개신교 세계 선교의 모태가 됐다"고 말했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결론에서 윤영휘 박사는 "이렇듯 18-19세기 교회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키워드인 '혁명, 도전, 부흥'은 그 원형이 이미 종교개혁 후부터 18세기 이전 시기에 형성되고 있었다"고 정리했다.

윤 박사는 앞으로 '도전: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부흥: 대각성 운동과 대서양 복음주의 네트워크의 형성', '혁명 1: 미국 독립혁명과 정교분리 사회', '혁명 2: 영국 노예무역 폐지 운동과 복음주의 정치가들의 Silent Revolution', '혁명 3: 프랑스 혁명과 탈그리스도교 사회의 기원', '새로운 신학: 프로테스탄트 신학의 변화', '근대 그리스도인의 삶: 교육, 젠더, 대중운동', '그리스도교와 학문: 과학, 역사', '국가의 형성과 그리스도교: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그리스도교의 팽창: 라틴아메리카, 인도, 중국, 한국, 일본', '20세기를 향하여: 선교와 제국'을 각각 강연하게 된다.

윤영휘 박사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Ph.D.)를 취득하고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전임강사, 서울대 역사연구소 선임연구원, 광주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연구교수를 거쳤다. 'American Society of Church History'에서 신진 교회사 학자에게 수여하는 우수 논문상인 Sydeny Mead Prize를 수상했다.

강연은 오는 5월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수강료는 12만 원이다. 추후 수강생들에게는 강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해 한 부씩 증정한다.

문의: 02-333-5161(내선 600), eun@hs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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