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김철홍 교수가 ‘전향’ 하게 된 ‘신앙적’ 이유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치는 김철홍 교수.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있었을 당시, 그가 "국정화에 찬성한다"며 장신대 게시판에 올린 글은,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학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최근에도 그는 보수적 관점에서 시국에 대해 몇 차례 글을 게시했다.
그의 이런 행동에 다른 교수들과 일부 학생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면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급기야 학교 측은 얼마전 그에게 1개월의 '정직' 처분을 내렸다. 장신대는 또 이를 계기로 게시판을 더 이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김철홍 교수는 그 이후에도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소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자 이번엔 장신대 교수평의회가 이를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김철홍 교수가 기자회견, 인터뷰, 기고문, 특강 등을 통하여 발표한 일련의 내용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다"며 "특히 김 교수는 2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알리는 외신기자회견'에서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그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화과정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의 탄핵정국은 '80년 광주사태로부터 이어져 온 친북세력의 공산국가 수립 시도'이며 '한국은 현재 내전 중'이고 '내부의 적이 양산된 계기는 80년 광주사태'라고 주장했다"면서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것이 개혁신학과 복음적 신앙을 견지하는 장신대 교수들의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철홍 교수는 학교 측의 이런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왜 입장을 굽히지 않는 걸까? 그는 얼마 전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강연 '나는 왜 좌파사상을 버렸나?'(youtu.be/HSGrxWwcONA)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 2013년 세간에 알려진 소위 '이석기 RO 사건'을 계기로,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즉 "그 동안 우리나라가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철홍 교수는 학창시절 사회주의 사상에 깊이 젖어 있었을 뿐 아니라 남한의 공산혁명을 위해 공산당을 만드는 일에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흔히 말해 '좌파'였던 그는 그 만큼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어떠한가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그랬던 그가 '전향'하게 된 건, 미국 유학 중 '바울신학'을 공부하면서였다.
"공산이념은 철학과 역사를 포함한 거대이론이면서 동시에 세계관이다. 때문에 사상적 전환에는 긴 시간이 걸리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세계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다행이 나는 바울을 통해 그 세계관을 만났다. 바울신학은 곧 복음의 핵심이며, 복음은 우리에게 영혼의 구원도 주지만 이 땅위에서 우리가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세계관을 제공한다."
바울신학은 구체적으로 그에게 어떤 '세계관'을 주었던 걸까?
"좌파이념에 빠져 있는 이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고 의롭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의의 편이고 상대는 절대적 악(惡)이므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비록 그 과정에서 내가 희생된다 해도 도탄에 빠져 있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도 여긴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구원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울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이 다 악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저마다 내세우는 의란, 알고보면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죄인인 인간은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불완전한 존재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대화, 양보, 타협이 가능하다. 만약 자신을 지사적(志士的) 의인(義人)으로 보는 좌파들이 정권을 잡게 되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가장 무서운 건 폐쇄적 독재다. 자신을 절대적 선으로 생각하는 이가 저지를 수 있는 그런 독재 말이다."
김 교수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강조하는 '모든 인간은 죄인'이라는 명제는 이처럼 정치적인 사고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며 "386세대로 태어나 온 몸으로 이념과 신앙을 수없이 넘나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 속에서 끝내 그것을 깨달았고, 좌파이념에서 돌아설 수 있었다"고 했다.
"유물론 이념에 근거한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은 결코 기독교 신앙과 하나의 체계로 조화될 수 없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도 복음의 내용을 손상시키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종교개혁의 전통 속에서 성장해 왔고, 그렇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기독교 복음과 양립할 수 있다.
복음이 자유인을 만들어내고, 그 자유인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자신의 자유를 책임있게 행사하면서 자유시민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개인의 생존을 전체 집단에게 책임지게 하는 노예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자유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노예로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가 없으면 교회도 복음도 제한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