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데 아니마>의 철학적·신학적 해석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
이영진 | 샘솟는기쁨 | 248쪽 | 18,000원
이영진 교수는 '영화 읽어주는 책'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에 앞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 <데 아니마>를 읽어주는 책 <영혼사용설명서>를 펴낸 바 있다.
저자는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을 일종의 '기능'으로 이해하고 영양섭취능력부터 감각능력, 운동능력과 욕구능력, 사고능력과 상상능력, 윤리능력의 근원으로 풀어낸 <데 아니마>의 주요 주장들을, 이 시대의 언어와 환경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사용설명서’이다. 그리고 각각의 능력과 관련된 이원론과 유물론, 유심론과 일체론, 심리론과 뇌이론 등의 세계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최근 신간 두 권은 모두 '기독교 도서'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반대로 하면 둘 다 읽으면서 다소 거리낌 또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일반은총'에 기대 '특별은총'을 풀어냈다고도 할 수 있고, 신앙의 언어를 인문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영혼에 관하여'라는 의미의 <데 아니마>는 인간을 대상화하여 분리짓는 사조들의 시조(始祖)에 대항하기 위해 구성된 첫 문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자기 이해, 그 가운데 주로 인간의 형상에 관한 관조를 지닌 텍스트들을 발췌해, 이 시대의 언어로 상호 간에 참된 이해와 해석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형상을 분리해 이원화했던 스승 플라톤을 겨냥해 이 책을 전개한 듯한데, 이 책은 분명하게 살아 숨쉬는 우리 인간에 관해 가장 이상적인 해설을 담고 있는 고전"이라며 "신학적 의미로는 '성경이 충분하다'는 의미 속에 정지시켜 버린 하늘의 언어를 동시대 언어에 가져다 댐으로써 하나님의 언어로 복원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서구를 오랫동안 지배한 '이원론' 사상에 의해 해체당한 '영혼'의 진정한 형상을 회복하고자 한다.
근대부터 과학은 '영혼'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사실상 '없다'는 것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는 조금씩 다른 결과와 가정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과학은 신앙심 등을 뇌파로 측정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혼'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 역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신앙인으로서 "감히 이교도의 문헌으로 성서를 조망한 것"에 대해 저자는 "성서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현존하는 수많은 훌륭한 역본들에 대해 그 뜻을 선명하게 하고 명확한 의미를 진작시키기 위한 조처였다고 자부한다"며 "비록 '영혼'에 관한 단편적 맥락에 국한된 논제였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궁극적 호흡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에, 성서의 수많은 논제를 소급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