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과 미국의 꿈, 그리고 인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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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세 번째 에피소드: 미국의 꿈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개인에게 있어 미국의 꿈은 기본적으로 자유와 평등과 행복 추구의 이상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꿈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물질적 풍요는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삶은 무의미와 부조리 속에 침몰된다.

개츠비는 오직 이상과 환상만이 삶에 의미와 질서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 해서 개츠비가 미국인들이 '영원히 도덕적인 차렷 자세'를 취하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절대라는 말을 쓰고 나니 독자는 개츠비의 이상과 환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 싶다.

개츠비의 이상과 환상의 두드러진 특징은 늘 그의 의식이 삶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그의 의식은 마치 수만 킬로미터 밖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감지하는 복잡한 지진계와 연결되어 있기라도 하듯, 삶의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민감성을 '창조적 기질'로 미화하는데, 그런 진부한 감수성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이며 낭만적 민감성이다.

뭐랄까 우주의 초라한 변두리를 세계의 활기찬 중심지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 같은 것, 시간과 함께 늘 삶이 새로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이며 확신이다. 모든 시간을, 과거까지도 자신의 삶 속에 다시 끌어모아 모든 전문가들 중에서 가장 보기 드문 존재, 가장 균형 잡힌 인간이 되려고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그의 구원적 이상이며 환상이다. 구원적이라 함은 개인 차원을 뛰어넘어 미국의 꿈으로 이어져, 국가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그의 시간과 사건은 늘 그야말로 놀랍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변화이며, 그 속에 선 그는 늘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빛은 조그마한 만 건너편 데이지네 선착장에 켜져 있는 초록 불빛으로 나타난다. 그 초록 불빛은 천성의 아름다운 별이다.

그런데 이 초록의 불빛이 지니는 엄청난 의미-개츠비의 이상과 환상-은 데이지를 다시 찾은 순간 사라지고 만다. 피츠제럴드는 이를 통해 변질된 미국의 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데이지에 대한 그의 사랑 자체는 순수한 이상주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를 되돌리기 위하여 사용한 방법은 밀주업과 불법적 채권거래였다. 울프심의 부 축적 역시 조직폭력배와 손을 잡고 이룬 성공이다.

물질적 성공과 관련된 미국의 꿈은 청교도 정신의 '빛 바램'에 연유된다. 미국은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았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물질적 복을 주셨다고 믿었다. 그래서 크리스천들은 기복신앙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피츠제럴드는 화자인 닉을 통해 이 타락한 미국의 꿈을 회복하고자 한다. 개츠비가 죽은 후 화자인 닉 겔러웨이는 동부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는데,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개츠비의 집을 둘러보았다.

개츠비가 열었던 그 눈부시고 황홀한 파티가 너무 생생하여, 정원에서 들리던 음악 소리와 웃음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였다. 그러나 눈앞의 저택은 일관성도 없고 엄청나기까지한 몰락 그 자체였다. 달빛에 눈부시게 빛나던 하얀 대리석 계단에는 어떤 아이가 벽돌 조각으로 갈겨쓴 음탕한 욕설이 달빛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닉은 마지막으로 개츠비의 집 앞 해변에 앉았다. 해변에 들어선 집들은 대부분 문이 닫혔고, 작은 나룻배 한 척에서만 그림자처럼 희미한 불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달이 점점 하늘 높이 떠오르면서 실체도 없는 집들이 녹아 없어져 버렸다. 그때 비로소 닉은 3백 년 전 부푼 가슴을 안고 미국 땅에 처음 도착한 네덜란드 상인들의 눈에 비쳤을 신세계의 초록빛 가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의 고백은 이러하다. "언젠가 미국에 어떤 멋진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 희망을 걸었지만, 그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결코 뜨지 않는 달이다." 어쩌면 또 누군가의 말처럼 오직 미국의 제1막만 있을 뿐, 제2막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침내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어쩌면 그러하기에, 청교도들이나 건국 초기 지도자들이 꿈꾸던 희망은 아직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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