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가장 난감한 설교는... 불신자의 장례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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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욱 목사의 북토크 6] 장례 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김영봉 | IVP | 236쪽 | 11,000원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마이클 부쉬 | 김요한 역 | 새물결플러스 | 224쪽 | 12,000원

처음 목사 안수를 받고 몇 달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전임 사역도 얼마 되지 않았고 교구를 맡아 심방과 결혼식, 장례식 등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정말 힘들었던 것은 장례식이었습니다. 지켜보기만 하고 한 번도 직접 해 보지 않아서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유족들을 위로해야 하는지 난감했습니다. 특히 화장하는 경우는 수월했지만, 매장하는 경우는 장지까지 내려가야 하고 순서도 복잡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정말 힘들었던 시간은 불신자의 장례였습니다. 자녀가 교회 성도이기 때문에 불신자이지만 부모의 장례식을 집도해 달라고 부탁해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장례식도 일종의 예배로 보기 때문에, 불신자를 위한 장례예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난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난감해 선배 목사님께 물어도 뾰족한 수도 없고 뻔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어떤 분은 거절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어떤 분은 망자가 아닌 유족을 위해 예배해야 한다면 수락하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분은 만약 유족 중 불신자가 많다면 전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천국과 지옥을 설교하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았고, 그러한 난감함은 사역하는 동안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때론 천국과 지옥을 설교했고, 때론 망자와 아무 상관도 없는 설교를 했습니다. 도대체 장례 설교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은 여전히 현재형입니다.

그런데 수개월 전 김영봉 목사의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를 읽고, 장례 설교가 무엇인지 깊은 통찰을 얻었습니다. 또한 탁월한 장례 설교를 마이클 부쉬가 엮은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는 바른 장례 설교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오늘은 두 책을 통해 장례식 설교가 무엇이고 상황별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장례 설교란 무엇인가?

장례식이 예배인가 아닌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먼저 저는 넓은 범주에서 장례식을 예배 안으로 넣고 장례식과 장례식 설교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헌법에 장례식에 대한 짤막한 안내가 있습니다. 하나는 '적당한 시나 찬송을 부르고 합당한 성경을 낭독하고 목사가 생각하는 대로 합당한 설명을' 하며, '비참한 일을 당한 자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게 하며, 저희의 슬픔이 변하여 영원한 유익이 되게 하며 저희가 보호하심을 받아 비참한 가운데서 위로함을 받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 부분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장례식의 목적은 '경계함과 훈계함과 생존의 위로함'에 주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오용하여 신앙 없이 생활하다 별세한 자도 복음의 소망이 있다고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비록 짧은 설명이긴 하지만, 목사들이 어떻게 장례식을 대해야 하는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장례식의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빈약한 설명입니다.

이에 비해 김영봉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잘 해석된 한 사람의 인생은 고인에 대한 존경과 유가족에 대한 위로가 되는 동시에 조객들에게는 영감과 지혜의 원천이 됩니다. ... 독자들로 하여금 해석된 여러 인생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도록 돕기 위함입니다(14쪽)."

엄밀한 의미에서 장례식은 장례예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배 형식을 취하며, 사람이 목적이 아닌 하나님을 향하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예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장례식 설교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높이는 것이 돼야 함이 마땅합니다. 마이클 부쉬가 편집한 책에서 서문을 쓴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설교들에는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반복됩니다. 하나는 어린아이 또는 젊은이의 짧은 생으로 인한 슬픔을 넘어서, 그들 가운데 머물렀던 아이의 존재에 대한 감사입니다. ... 다른 하나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12쪽)."

이렇게 보면 장례식 설교는 비록 하나님을 향한 경배의 의미가 있지만, 핵심은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옳습니다. 즉 그의 삶에서 교훈을 얻고, 기독교적 관점에서 삶과 죽음을 다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소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설교는 죽은 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이 듣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총회 헌법이 '경계함과 훈계함과 생존의 위로함'에 주의하라고 하는 것은 정당한 해설이라고 믿습니다.

그럼 장례식 설교의 실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와 70대 후반에 골수암으로 돌아가신 여성분입니다. 남편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서전을 썼습니다. 그곳에 아내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골수암 진단을 받자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3년 동안을 함께 생활했습니다.

남편은 자서전에 '만일 아내를 정신병원에 맡겼더라면, 지난 40년 동안 아내와 나누었던 사랑의 관계를 결코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40쪽)' 라고 적었습니다. 김영봉 목사는 고인과 남편의 관계를 언급하면서도 동행의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비록 암으로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라 할 만합니다.

50세에 뇌종양으로 노부모와 자녀들, 젊은 아내를 남겨두고 떠난 가장입니다. 가족들은 참혹한 치료의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그는 하루 하루 죽어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믿음을 따라 신실하게 살아가는 성도의 죽음을 설명하기에 신정론이란 조직신학적 명칭만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목사는 '인생에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고백해야 합니다(55쪽).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갈등하는 이들에게, 흑백논리로 하나님의 뜻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격다짐으로 강제한다면, 가족들은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스물 둘에 교통사고로 먼저 천국에 보낸 하워드 에딩턴은 아들의 장례를 직접 집례하면서 담담하게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런 삶의 불확실함 가운데서도 최후까지 남아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103쪽)."

아들의 장례를 집례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까, 상상이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아들은 죽어도 영원한 소망이 있음을 선포합니다. 그 설교 가운데 네 아이들을 대서양에서 잃은 필립 블러스가 작시한 찬양을 소개합니다.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평안해.
내 영혼 내 영혼 평안해."

맞습니다. 그리스도인의 탁월함은 능력이 아닌 소망에 있습니다. 절망 가운데 영원한 천국을 소망할 수 있는 믿음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있습니다. 아름다운 장례식 설교는 슬픔은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천국의 기쁨을 소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사에게 가장 난감한 설교가 불신자의 장례 설교입니다. 김영봉 목사는 아내의 실수로 교통사고로 죽은 불신자의 설교에서 그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목사는 설교를 해야 합니다.

불신자 장례 설교는 먼저 그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봉 목사는 고인이 살아생전 썼던 일기와 일상을 언급합니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장례 설교는 '잘 해석된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또한 아내의 사고로 남편이 죽은 것은 '사고'가 아니라 '때가 되어 하나님이 불러가셨다고 받아들이라(93쪽)'는 충고는 현명해 보입니다. 모든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십니다. 장례 설교는 누군가를 판단하고 정죄하기보다, 그 사람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故 춘계 이종성 목사의 장례식. ⓒ크리스천투데이 DB

▲故 춘계 이종성 목사의 장례식. ⓒ크리스천투데이 DB

나가면서

김영봉 목사는 장례 설교에 대해 몇 가지를 조언합니다. 먼저 지나치게 장황하거나 긴 설교를 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왜냐하면 장례식이 진행되는 곳은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도의 열심히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하라(232쪽)'고 당부합니다. 이것은 오히려 감동을 주지 못하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결국 고인의 인생을 해석하는 '맞춤 설교(233쪽)'가 좋은데, 그것은 고인의 삶과 글, 생전의 대화 등을 통해 고인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장례식은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같이함과 동시에 남은 유족들에게 소망과 위로를 주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장례 설교는 한 사람의 바른 해석과 소망을 주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마땅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영봉 목사의 조언으로 마무리합니다.

"전기는 해석된 역사입니다. 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사건일 뿐입니다. 해석되지 않은 한 사람의 일생도 마찬가지입니다. ... 해석은 칭찬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해석입니다."

/정현욱 목사(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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