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후임에 ‘4명 공동목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청빙 기준, CEO처럼 ‘교세 확장 또는 유지’일 수 없어”

▲이재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재철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담임 이재철 목사, 이하 100주년기념교회)에서 현 담임 이재철 목사 후임으로 부목사 4인의 공동목회를 선택했다. 이재철 목사는 오는 2019년 6월 퇴임하게 된다.

지난 달 상임위원회가 성도 9인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를 결성한 가운데, 청빙위는 세 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지난 14일 이재철 목사가 설교에서 공개했다.

이 결정은 5월 상임위원회와 6월 운영위원회에서 각각 3분의2 출석과 3분의2 찬성으로 통과될 경우 확정되며, 부결될 경우 차선책으로 외부 청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재철 목사는 '더 허락하지 아니하므로(행 27:3-8)'라는 제목의 이날 설교에서 "청빙위원회에서는 이제 한국교회에서도 한 사람의 제왕적 담임목사에 의해 교회가 좌지우지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데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 목사는 "제왕적 한 사람의 담임목사가 기업 총수처럼 처신한다면 교회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제왕적 담임목사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내세우면 교회는 정치집단이 되며, 제왕적 담임목사가 돈이든 이성이든 명예든 욕망의 덫에 빠지면 교회는 이내 분란에 휩싸이고 만다. 어떤 경우이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인들의 몫이기 마련"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우선 고려하는 것이 누가 현재보다 교세를 더 확장시킬 수 있느냐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누가 최악의 경우에도 현 교세를 위축시키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그것은 기업체가 CEO를 채용하는 기준은 될 수 있어도, 교회의 기준일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교회가 그런 기준을 갖는 것은 교회가 주인이신 하나님의 '테바(그 방향과 속도를 하나님께서 온전히 주관하셨던 모세의 갈대상자나 노아의 방주)’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교회가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기준은 교인의 증가 혹은 감소와는 상관없이, 누가 교회를 하나님의 이끄심만 쫓는 '테바'로 지켜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소위 더 큰 교회의 담임목사로 스카우트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한다면, 그는 '소명인'이 아니라 '직업인'에 지나지 않는다"며 "참된 소명인이라면 단지 더 큰 교회로 옮겨가기 위해 하나님께서 자기를 믿고 맡겨주신 현재의 교회를 내팽개칠 수는 없으므로, 직업인이 아니라 오직 소명인인 목사만 교회를 '테바'로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빙위원회는 후임 담임목사의 업무를 4개의 전문 분야로 나눠 4명의 목사님으로 하여금 공동 담임목회를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일 설교와 각종 성경공부를 책임질 영성 총괄 담임목사는 정한조 목사, 교회학교 총괄 담임목사로는 이영란 목사, 교구와 각 봉사팀 관리 등 목회 전반 업무를 맡을 목회 총괄 담임목사는 김광욱 목사, 대외업무 총괄에 김영준 전도사(9월 목사안수 예정)가 각각 분야별로 맡게 된다.

이 목사는 "주일 설교는 영성을 총괄할 정한조 목사님이 한 달에 세 번 담당하고 나머지 주일에는 세 분 목사님이 돌아가며 하게 될 것"이라며 "네 분의 목사님들은 각각 자기 분야를 책임지면서 또 함께 더불어 교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철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 후임 담임목사가 되는 것은 면류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십자가를 지는 일"이라며 "저는 지난 12년 동안 담임목사직을 수행해 오면서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는 제왕적 담임목사의 특권과 특혜를 스스로 철폐하기 위해 애써 왔다"고 말했다.

또 "2년 후 제가 퇴임하면 저는 20년 간 살던 집을 떠나 시골로 낙향해 남은 생애를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는 퇴임 후에도 원로목사로 남아서 죽을 때까지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목요일 상임위원회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네 분의 목사님들을 만나 '청빙위원회에 의해 후임 공동 담임목사로 청빙됐음'을 통보했는데, 먼저 입을 연 분이 'No라고 해도 되느냐'고 묻길래 '안 된다'고 했다"며 "이것은 소명으로 순종해야 한다고 대답하면서, 소명인인 목사만 100주년기념교회를 계속해서 '테바'로 지킬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는 그 동안 교회다운 교회를 일구기 위해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 의한 교회 운영, 장로 권사 호칭제 실시, 주일예배 시간 전 교인 기도제 실시 등 없던 길을 만들어 왔다"며 "그리고 이제 네 명의 담임목사에 의한 공동 담임목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랑하는 교우, 그리고 청년 여러분. 그 네 분들을 위해, 우리 교회 미래를 위해, 나아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우리 모두 우리 인생의 항로와 속도와 멈춤 여부를 철저하게 하나님께만 일임하는 테바로 살아가자"며 "그때 우리 각자의 삶은 한 사람을 살리는 모세의 갈대상자, 이 시대를 살리는 노아의 방주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가 모인 100주년기념교회를 통해 이 시대를 위한 당신의 신비스러운 섭리와 은혜의 지도를 날마다 엮어가실 것"이라고 설교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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