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신학의 ‘지-행 이원화’ 극복하는 통전적 글로벌 신학으로”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김흡영 박사, 제26차 이수포럼에서 발제

▲김흡영 박사

▲김흡영 박사

이수포럼과 한국과학생명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26차 이수포럼이 지난 12일 저녁 상도중앙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됐다. 이수포럼은 신학과 과학의 의미 있는 대화를 목적으로 대학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전·현직 교수들 및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매달 개최되고 있는 학술포럼이다.  

이번 포럼의 발제를 맡은 김흡영 박사(한국과학생명포럼 의장, 강남대학교 전 신학대학원장)는 최근 국제적 무대에서 미래 기독교 신학의 패러다임의 하나로 제안되고 있는 'Theology of Dao'에 대해 개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박사는 전 세계 신학과 종교분야 최고의 학자들이 모이는 미국종교학회와 아시아신학자협의회에 지난 20년 간 참석하며, 한국신학의 목소리를 개진해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김 박사는 기존 서구신학의 이론과 실천의 이원론의 한계 혹은 딜레마를 극복하는 통전적 글로벌 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신학이 그 대안으로 그의 신학적 모형인 'Theology of Dao'를 제시했다. 아래는 발제내용의 핵심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서구신학은 바울과 요한 사도 이후 희랍의 철학사상을 바탕으로 하나님을 이해했고, 전통적 신학은 교리를 중심으로 한 정론(orthodoxy)으로서 앎의 측면을 강조해 왔다. 이후 20세기에 등장한 해방신학은 정행(orthopraxis)으로서 행위의 차원을 강조하며 사회변혁과 혁명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상의 서구신학은 전통신학과 현대신학 모두 '정신-육체'라는 고전적 이원론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서구신학은 희랍적 사고의 영향으로 이론(logos)과 실천(praxis)이 분리된 것으로 이해해 왔으며, 이는 성육신적 기독교의 본래적 의미와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에게 진리와 생명의 길을 가르쳐주는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예수의 도를 따르는 자'(행9:2)라고 말한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자신을 '호도스', 곧 길(요14:6)이라고 일컫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삶과 진리의 길을 가르쳐 주셨으며, 예수의 제자는 그분이 가르쳐주신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결국 이론과 실천의 분열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학은 서구신학이 주창해온 정론으로서의 Theo-logos 혹은 정행으로서의 Theo-praxis가 아닌, 지와 행이 일치를 이룬 지행합일적 차원을 담지한 Theo-dao로서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교회가 신비로서의 하나님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시도인 신학이 당대 철학사상을 지배했던 희랍사상을 바탕으로 토착화 된 것처럼, 신학의 토착화 과정은 거듭되어 왔기에 특히 우리 자리에서의 신학함의 방법론이 요청된다. 그것은 단순히 서구신학의 번역 혹은 답습을 넘어서 동아시아에 속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사회적 DNA를 바탕으로 신학의 해석학적 지평을 갖는 것을 말하며, Theo-dao는 하나의 실질적인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과 과학은 logos라는 교집합을 포함하는 반면, 신학은 초자연적(supernatural) 특성을 과학은 자연적(natural)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 둘 간의 근본적인 대화 불가능성이 존재한다. 나는 이 두 학문 간의 대화 불가능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연(nature) 이해에 대한 동양사상의 대안적 지혜와 통찰에 있다고 본다. 우리가 뿌리 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사상을 바탕으로 할 때, 신학과 과학 그리고 동아시아 사상의 '삼중적 대화'가 가능하다. 본인은 이번 발제에서 제시하는 제3의 신학 유형으로서의 'Theology of Dao'가 기존의 서구신학에 대한 모방으로서의 사대신학을 극복하고 한국전통의 사회문화적 유전자를 바탕으로 자연과 초자연의 분리라는 장벽을 넘어 과학기술시대인 21세기에 적절한 신학의 모형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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