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맞는 설교? 복음은 시대에 좌우되지 않아”

제주=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 제주도에서 출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주 기독교인들을 위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 '종교개혁을 말한다'가 22일 제주 시편교회(담임 김태완 목사)에서 개최됐다.

개혁주의 신학을 전공한 교수들의 모임인 개혁신앙운동본부(본부장 최더함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를 섬기고자 전국을 순회하며 재능기부로 신청을 받아 관련 강좌를 전하기로 했다.

이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는 제주도에서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이날 강좌에서는 서문강 교수(칼빈대, 중심교회)와 최더함 교수(대신대, 아리엘교회)가 자비량으로 방문해 강의를 진행했다.

오전 강의는 '청교도 영성의 이해'라는 주제로 서문강 교수가 전했다. 그는 "교회사는 비성경적 악의 세력의 도전과 그에 대한 성경적 순 세력의 응전이라는 치열한 각축을 보여주고, 그러한 교회사는 성경적인 진정한 영성의 정체성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특히 교회사 가운데서 가장 성경적이고 영적으로 영광스러운 시대에 하나님의 사람들을 주목하면, 반드시 그들에게서 나타나 보이는 '신적 역사의 표지'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문 교수는 "한국교회는 특별히 그 가운데 '청교도들(Puritans)과 그 영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이 청교도적 영성의 줄기와 맥을 같이 한다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역사상 가장 성경적인 사람들'로 여겨지는 청교도들이 세계 교회사에 미친 영향에서도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종교개혁의 태풍이 불어닥쳐 기존 가치와 권위 붕괴와 더불어 성경적 절대권위와 그 가치가 세력을 떨치기 시작하던 16-17세기 영국 역사의 격동기 속에서, 성경이 증거하는 대로 하나님 은혜의 복음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아 성경을 양심과 삶의 절대 규범(canon)으로 삼아 삶의 전 영역에서 성경의 가르침을 적용 실천했던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서문강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문강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문강 교수는 "청교도 영성의 핵심은 '성경의 절대 권위에 전인(全人)을 복종시켜 삶의 전 영역에서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적용하는 데 있었다"며 "청교도들은 일차적으로 순전한 교회, 진실로 개혁된 교회에 관심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교회 생활 치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성령님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복음의 말씀(성경)으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세우심을 갈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문 교수는 "청교도들은 단순히 '교리'만 관심을 두는 데서 멈추는 자들로 인식하면 오산으로, 그들은 성경의 교리(가르침)를 자기들의 삶의 전 영역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일에 가장 담대하고 철저했던 자들"이라며 "청교도주의의 핵심은 '강단 위의(in the Pulpit) 청교도, '회중석의(in the Pews), 개인의 경건생활 속에서의(in the Private) 청교도' 3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선교 13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 역사 속에 이 '청교도 영성'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초대 선교사들의 영성 속에 청교도 영성이 내재해 있었고, 그들의 목회실천 속에서 한국교회는 급속한 부흥성장을 이뤘다"며 "한국교회 위기 극복의 대안도 현대인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는 '각종 프로그램과 교회성장 촉매제'를 쓰는 데 있지 않고, 성경 대신 다른 것을 채우고 있는 강단의 회복에 있다"고 역설했다.

또 "청교도의 가치와 실제, 성경에 입각한 바른 교회관, 바른 설교자, 회중석에 있는 성도들의 바른 믿음의 자세와 실천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정말 한국교회는 '맛 없는 소금이요 불 꺼진 등대'로 사람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더 무서운 것은 어느 시대이고 하나님의 이름이 걸린 교회가 타락하여 회개하지 않으면, 반드시 무서운 징벌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문강 교수는 "현대적인 복음, 현대인에게 어필하는 설교,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말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시대의 풍조에 좌우되지 않는다. 청년과 노년의 복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제주도 사람들과 서울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하나님의 복음과 성령은 문화를 뛰어넘어, 문화의 두께를 뚫고 들어가서 그 영혼 내부의 문제를 다루신다"고 역설했다.

오후에는 최더함 교수가 '종교개혁이란 무엇인가?', '칼빈의 생애와 신학'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종교개혁은 '제2의 오순절 사건'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영적 부흥운동이자 영적 대각성운동이었다"며 "그 결과, 16세기의 종교개혁은 이후 모든 세기에 걸쳐 일어난 영적 부흥운동의 준거와 이정표가 됐다. 17세기 청교도운동과 18세기의 영적 대각성운동, 19-20세기 복음주의운동과 선교운동 등은 모두 종교개혁에서 자양분을 얻은 열매들이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종교개혁 전야 상황에 대해 "하나님 말씀 대신 교황과 성직자들의 말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해, 교황은 하나님의 대리자요 전권대사로 높여졌고 신부와 수녀들이 평신도들의 생활지침을 규정하는 등 교황중심주의와 성직자들의 타락이 심각했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반 성도들이 성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초기 교부 제롬(Jerome)이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Vulgate) 역본을 사용했는데, 이 번역본은 오류가 많았고 일반 성도들 중 라틴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1%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리의 왜곡과 잘못된 신앙'도 지적했다. 그는 "유일한 중보자로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가지는 지위를 특수 직분으로 구별된 사제 계급들이 나눠 가지면서, 로마교회의 구조는 사제들로 구성된 성직자 계급과 평신도의 이중 계급구조가 됐다"며 "이런 이원론적 사고는 타락한 사제들의 평신도 억압과 오도를 부추기고 평신도들의 신앙의 자유를 박탈했다. 특히 고해성사와 성체성사 등 7성례의 폐악들이 극심했다"고 했다.

▲최더함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더함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에 맞서 종교개혁가들은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성도들을 위해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는 일에 매진했고, 성경 유비의 법칙과 성경 모형론, 예수 중심주의와 언약사적 해석원리 등 성경해석 원칙을 정립했으며, 이신칭의와 전가 교리 등 바른 교리를 확립시켰고, 중보자 예수와 만인제사장, 직업소명론과 만유거룩론, 교회론과 개혁교회사상 등 바른 신앙을 위한 새로운 가르침들을 전파했다.

최 교수는 "종교개혁은 가톨릭주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자, 잘못된 교회 교리를 바로 정립한 교리개혁, 예배와 교육의 개혁, 교회정치의 개혁이었다"며 "뿐만 아니라 참된 교회를 세우고 보존하고 전승하는 의무를 모든 성도들에게 줬다는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더함 교수는 ①신앙생활이 나에게 유익한가 아닌가로 판단하는 실용주의 ②십일조는 다음에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 ③인생의 목적이 건강과 행복에 있다고 믿는 웰빙주의 ④기독교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다원주의 ⑤모든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성공에 있다는 성공주의 등 세속적 인본주의가 만연한 현 상황을 5가지로 지적면서, "개혁주의 사역자들이 한 곳에 모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리폼드센터의 10대 사역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념강좌를 준비한 개혁신학운동본부 측은 "종교개혁은 성경을 변질시키고, 왜곡된 교리를 만들어 백성들을 오도하고, 그 삶을 억압하고 피폐시키고, 하나님 대신 교황을 더 우선시하는 우상숭배 행위에 대한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며 "지금의 개신교는 바로 이렇게 하나님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개혁교회(Reformed Church)로, 종교개혁 전야를 방불케 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이번 기념강좌 취지를 밝혔다.

대상은 개혁신학을 사모하는 전국 목회자와 사역자, 개혁교회를 지향하는 개교회이다. 순회강연은 강사들이 직접 '찾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개혁신학운동본부 측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를 '개혁신학의 불모지' 제주도에서 시작한 것에 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이날 강좌 장소를 제공한 시편교회는 종교개혁자들이 불렀던 '시편찬송'을 예배시간에 부르는 곳이며, 회비 무료인 강좌 참석자들에게 푸짐한 식사를 제공하는 등 열정적으로 섬김의 정신을 발휘했다.

주 강좌 내용은 '종교개혁의 의미(서창원 총신대 교수)', '칼빈의 생애와 신학(최더함 대신대 교수, 마스터스 책임교수)', '개혁주의란 무엇인가(신호섭 고려신학교 교수)', '청교도의 신앙과 삶(서문강 칼빈대 교수)', '기독교 세계관(신동식 개혁주의 설교와문화 대표)', '기독교 강요 해설', '기독교 사상사', '성경적 가정윤리' 등이다. 강좌는 2박 3일 목회자 세미나(강사 3인 이상)와 1일 세미나(2-3강), 교회 초청 특강(강사 지정 초청) 등으로 초청자 사정에 맞게 다양하게 진행 가능하다(문의: 010-3994-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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